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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 - 나답게 살기 위한 부엌의 기본
주부와 생활사 지음, 정연주 옮김 / 샘터사 / 2019년 10월
평점 :
『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는 자녀가 독립하고 혼자 혹은 노년의 부부가 둘이 생활하다 보면 마주하는 고민, "어떻게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보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매일의 식탁'을 제안한다. 변화를 주었을 때 가장 크게 바뀌는 지점이 바로 식탁이고, 먹는 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을 챙길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모두 음식에 관련된 일에 종사한 사람들이었다. 누구보다 음식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고, 이름 없는 요리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을 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식탁에는 '이름 없는 요리'가 올라왔다고 말한다. 간소해진 조리법, 단정한 가정식이 식탁에 올라왔다. 그렇게 자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요리했던 지난날과 달리,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가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책의 내용은 요리책과 잡지의 형태가 섞여진 모습이다. 주방을 엿볼 수 있었고, 식탁을 조금 특별하게 만드는 도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이름 없는 요리를 도전해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내가 나이 들었을 때 이렇게 내 식탁이 차려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를 수용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멋져 보였다.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고 무엇보다 영양이 잡힌 음식이 많았다. 이따금 이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시도한 대목에선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났다. 예를 들어 탄두리 치킨이 나왔을 때. 따라 하고 싶은 음식도 있었다. 가스레인지에 직화 토스트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음식이었다. 맛보다 부스러기가 생각이 먼저 나는 내가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의 엄마를 보며 나는 우리 엄마가 자주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맛있는 재철 채소를 가지고 처음 보는 음식을 이따금 시도하셨기 때문이다. 레시피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는 아빠와 달리 엄마의 요리는 늘 새로웠다. 주어진 재료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가끔 조수가 되는 나의 능력치에 따라 바뀌곤 했다. 그래서 항상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 식탁에 오르곤 했었다.
무가 맛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유독 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무생채, 깍두기, 무김치는 기본이고, 무나물, 무밥도 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무 음식은 '무전'이다. 무에 달걀물을 입힌 전. 처음 먹었을 때는 이상했는데, 문득문득 그때 먹었던 맛이 떠오른다. 조만간 내가 한번 만들어 먹어 봐야겠다. 어떤 맛의 음식이 태어날지 모르겠다. 요리에 있어서 만큼은 아빠보다 엄마를 닮은 난 『이름 없는 요리를 합니다』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