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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평점 :

에세이를 왜 읽을까 생각해보았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에세이를 읽을 것이다. 나는 에세이라는 이름의 글보다 산문집이라는 단정하고 정갈한 느낌의 글을 좋아했다. 에세이는 순간만 울림을 주고 금세 날아가지만, 산문집은 묵직하게 마음에 내려앉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내가 달라졌고, 책에서 발견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를 읽는 것이 좋아졌다.
왜 달라졌을까. 에세이를 읽다가 일상을 파고드는 공감의 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 막연한 고민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고, 나만 떠올렸던 생각이 아니고, 나만 끙끙 앓았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는 나와는 다른 감정선을 가졌을지 모르고, 확실히 다른 상황의 놓였고,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 생활 내공이 쌓였고,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이 있었고, 남편과 결혼을 한 후 두 사람만이 아닌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공감할 이야기가 없는 듯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장이 좋았다. 시작은 그렇구나로 해서, 어느새 나도 그래라는 말을 하게 되는 글이었다. 저자가 일상 중에 떠올린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화려한 수식어구도 없었지만,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이 좋았다. 광고를 업으로 삼는 일을 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지만 마음에 치고 빠짐이 확실한 에세이였다.
"꿈을 일부러 갖지 않아도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검사받지 않고 꿀 수 있어서 어른은 좋은 시절이다."
"깨달음은 대개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후에 찾아왔다. 그러고 보면 이십 대 때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는 중인 줄 알고 불안해한 것도, 어떤 결론이라도 빨리 내고 싶어 초조해한 것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을 테다."
"마음은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연히 오는 것. 그 마음, 아직 오는 중이다."
"더불어 산다는 건 내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 원하지 않은 때에 바란 적 없는 방식으로 상대가 불쑥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그때 자신의 것을 내어주면 알게 된다. 사는 건 어떤 지점을 향해 바삐 달려가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을 사는 것임을. 함께일 때 좀 돌아가게 될지언정 혼자라면 가보지 못할 세상에 닿기도 하는 것임을."
에세이란 누군가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글이다. 그렇기에 그 글에서 내 감정에 대한 답이나, 내 생각의 이유 그리고 내 고민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감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나를 제대로 알 수 있고,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진다. 작가가 전하고픈 이야기도 이것이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앎이 쌓여가는 듯싶어 좋은 요즘이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행복하다. 그 행복을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의 작가처럼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지 않으나, 서평으로 남기며 조금씩 쌓여간다. 그리고 참 좋은 것이 이렇게 쌓인 행복은 단리가 아닌 복리로 불어나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