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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조승연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 이어 뉴욕에 대한 도시 에세이를 출간했다. 『리얼하다』. 그는 1995년 처음 뉴욕에 방문했을 때 경험과 1999년부터 뉴욕대 경영 대학에서 공부했던 경험 그리고 뉴욕에 살고 있는 형의 삶이 모두 겹쳐진 도시 뉴욕에 대해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뉴욕에 가보지 않아도, 뉴욕이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품고 있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뉴욕에 가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뉴욕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뉴욕의 빛깔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알 것이다. 거대한 도시에 모여든 사람들의 수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와 삶이 펼쳐진 그곳에 가보지 않은 나에게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독특한 도시다.
책 속에 소개된 뉴욕 사람들의 이야기는 좋고 싫음으로 갈리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리얼'이라는 단어처럼. 새로운 도시, 화려한 도시, 희망찬 도시, 바쁜 도시, 직설적인 도시 그래서 행복한 도시인 이유에 대해 전한다. 여행기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달리 작가 조승연이 기억 속에서 포착한 뉴욕의 모습이 글에 담겨 있었다.
뉴욕의 랜드마크, 뉴욕에 살았던 유명인 이야기 없이,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로도 즐겁고 알찼다. 뉴욕, 뉴욕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 많지만 『리얼하다』가 좋았던 이유는 뉴욕의 지금을 가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뉴요커의 삶을 통해 지금 뉴욕에 사는 사람들과 뉴욕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하나씩만, 그리고 제대로 하라."라는 뉴요커의 철학이었다. 일도 쉼도 한 번에 한 가지씩 대신 제대로. 그렇게 순간에 몰입할 수 있는 도시인 뉴욕.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곳. 독특한 문화가 쌓여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는 곳. 뉴욕과 뉴요커의 이야기는 도시에 대한 이해를 넘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그는 "한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책을 덮으며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 꼭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곳에 머무는 시간보다 그곳을 기억하는 생각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글을 쓴 조승연 작가. 그의 다음 도시 에세이가 궁금하다. 여행기보다 깊은 인문서적보다는 넓은 그의 글은 여전히 흥미로웠다. 기억 속에 머물고 있던 뉴욕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깨운 글을 통해 내가 몰랐던 뉴욕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시크함과 리얼함을 넘어 그다음에 전할 도시에 대한 형용사가 무엇일까. 그가 또 열심히 기억에서 건져올릴 다음 이야기에 기대한다. 다음 도시 에세이가 나오기 전, 리얼함을 품고 있는 도시 뉴욕에 가면 좋겠는데. 그만의 뉴욕 이야기와 달리 쌓일 나만의 뉴욕 이야기를 겹쳐 확인하고 싶기에. 조만간 뉴욕으로 떠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