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 반사
키크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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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 반사》의 저자 키크니는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서 그림을 뺀다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는 귀찮은 건 싫어해도,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그러기 위해 남을 귀찮게 하기도), 친구들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건 좋지만 사람이 많은 건 좋아하지 않아 어디 잘 안 다니고, 하나에 집중하면 끝을 보지만 집중하지 않는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을 못 해 '허당'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라고 그래서 "내가 그림을 안 그렸다면 지금쯤 어느 여관방에서 돈을 세며 묵직한 중저음으로 "이번 달도 욕봤다."하며 동료들에게 현금 뭉치를 쥐여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왼쪽 가슴엔 치킨, 오른쪽 가슴엔 농구공 문신이 자리 잡은 채로."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일상, 다 반사》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된 키크니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는. 글을 쓰는 작가도,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생각을 확인하는 건 늘 흥미롭다. 남과 다른 생각을, 남과 비슷한 생각을 나만의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갈까 궁금했는데, 키크니라는 분, 재미있는 분이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한 건 아니지만, 출근길에 퇴근길에 피식피식 웃으며 보았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면서 있었던 일상과 그 일상을 유쾌하게 표한할 줄 아는 그림과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저 그런 일러스트레이터인 저, 키크니의 소소한 일상을 엿봐주세요. 그 안에서 일상의 버거움이나 무료함을 반사할 힘을 얻는다면 더 큰 영광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왠지 귀엽고 조금은 독특하고 그리고 꽤 프로페셔널 할 것 같았다. 네 컷 만화에 툭툭 그려진 생각은 때로는 공감이 가서 때로는 허무맹랑해서 웃음이 나왔다. 무심결에 그린 그림일지도 모르지만, 그 그림에 공감을 부르는 생각을 담아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작가가 귀엽다고 느낀 부분은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너무 좋다는 부분들이었다. 책에서 몇 번 반복되는 이야기인데, 그 반복의 횟수가 작가의 진심을 더 꾹꾹 누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에 낙서로 시작했던 그림이, 이젠 누군가에게 작은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간다는 게 참 좋다. 무엇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해왔음에도 그림은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신나는 일이니깐.

무슨 밥벌이든 장점은 부족하고 단점은 끝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결국 내가 이 일을 재밌어하느냐가 그 일을 하는 키가 될 텐데, 나는 불행하게도 이 단점 가득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이 재미있다. 아마 이 불행함은 계속되겠지.
_ 《일상, 다 반사》, 37쪽


그러다가 툭, 자신의 일을 진중하게 대하는 글을 볼 때면, 역시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이시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고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세계를 다 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의 소소한 일상에서 나의 일상을 찾기도 하고, 그와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일상을 떠올리기도 하며 보내는 과정이 좋았다. 공감과 생각을 오가며 읽은 《일상, 다 반사》, 조금 무료한 하루를 보냈다면 책과 함께 무료함을 덜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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