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OBS - EDITOR (잡스 - 에디터) -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ㅣ 잡스 시리즈 1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 REFERENCE BY B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마케터와 에디터 그 사이에 걸쳐진 일을 한다. 영업을 나가거나, 유통 업체를 통해 홍보 요청을 할 때는 마케터가 되지만, SNS를 이용해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기획하여 만들 때는 에디터가 된다. 이 일에 대하여 SNS 마케터라고 하지만 그보다 마케터와 에디터 두 가지를 겸직하고 있는 일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당연한 이 생각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마케터의 일이라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케터의 일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하는 일과 미묘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판매하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으나, 제품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마케터의 일이며 동시에 에디터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일을 마케터의 일, 에디터의 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마케터의 일과 에디터의 일의 경계가 분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잡스 에디터』에 끌렸던 이유도 마케터로 에디터의 세계가 궁금해서 살펴보았기 보다 마케터이지만 에디터의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떠한 인사이트를 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컸다. 원래 한 달 내지 두 달 동안 한 브랜드를 깊이 분석하는 매거진 B를 출간하던 잡지사에서 단행본을 출간한다는 것부터 흥미로웠다. 읽기 전까지는 제목이 매력적이기는 했으나, 인터뷰집이라는 말에 과연 잡지와 달리 단행본만의 느낌을 어떻게 잡았을지 궁금했다.
에디터로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있다. 에디터로 일하면서 내가 익힌 기술 중 가장 큰 부분은, 결국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근성인 것 같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잡지를 출간해온 회사답게 두꺼운 두께감과 달리 문장이 술술 읽혔고, 사진 없이 글로 채운 한 장 한 장에는 업으로서 에디터를 어떻게든 잘 녹여내고픈 고민이 느껴졌다. 책의 질감도 좋았다. 매끈한 잡지와 달리 거친 종이의 감촉을 느껴지는 것이 마치, 매거진 B와 다른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는 듯싶어 흥미로웠다. 그렇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알듯 말듯 에디터의 세계가 전해졌다.
에디터로서 내가 익힌 기술 중에는 세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토대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적의 방식과 시기를 찾아내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말 걸고 싶으니까,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이 한 업계에서 오래 몸담았던 사람보다 한 번 이상 직장을 옮겨 다녔던 경험을 가진 점도 좋았다. 에디터라는 일을 하지만, 다른 필드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일했을 때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좋았고 신문, 잡지, 출판사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사람이 어떤 비슷한 일을 하고 어떤 다른 일을 하는지 가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책을 읽기보다, 잡지를 읽은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일을 해왔던 경험과 조금씩 다른 에디터로써 삶을 잘 녹여내었으나, 구성이 혹은 내용이 책보다 잡지에 가까워서가 아닐까.
아,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마케터이며 에디터의 일을 하는 나도 언젠가 『잡스 에디터』 개정판이 나오게 될 때 이야기를 더할 수 있는 에디터이자 마케터이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