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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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밤하늘을 보고 우주여행을 꿈꾸었다. 외할머니 댁에서 새까만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볼 때면 우주여행이란 꿈은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저 넓고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다 외계인을 만나지는 않을까,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을 맨 처음 발견하면 어떤 기분일까 곱씹으며 가슴 설레던 때가 있다.


사라 시거 : 아뇨, 사실 과학하고는 거리가 먼 소녀였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어느 날 아빠가 모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하늘에 뜬 달을 무심코 바라봤는데, 차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달이 무슨 스토커처럼 우리를 따라오더군요. 대체 얼마나 멀리 있기에 달리는 자동차를 따라올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지요.


MIT의 행성과학자이자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우주 과학자 25인' 중 한 사람이자 행성 백과사전을 작성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사라 시거처럼 차 뒤로 쫓아오는 달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도 달라졌을까. 비슷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언제쯤 나도 우주에 갈 수 있을까"라는 바람조차 잊었다. 언론에서 인공위성, 우주왕복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복되는 '우주 시대'가 열린다는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붙터 나에게 우주여행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미치오 카쿠의 『인류의 미래』를 읽고 머나먼 '우주여행'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과 함께 어렸을 때 가졌던 우주여행이란 꿈을 되살리며 행복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첫 장면. 광활한 우주 텅 빈 것 같은 공간에 아이언맨이 홀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보고, 순간 난 그를 구하러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생겼지만.)


『초공간』, 『평행우주』 등을 집필하였고, 끈 장이론의 공동 창시자인 미치오 카쿠는 신간 『인류의 미래』에서 나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정을 소개한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단계적으로 살펴본 책으로, 우주시대를 예측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현재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행성과 별을 탐사하는 기술이 현재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고, 이를 이를 뒷받침하는 물리학 이론도 함께 설명한다.


'1부 지구에서 벗어나기'는 "달에 영구 기지를 세우고 화성을 식민지로 개발하는 방법"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룬다. '2부 별을 향한 여행'은 "태양계를 벗어나 가까운 별을 탐험하는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현재의 기술과 앞으로 개발될 기술로 성큼 다가갈 미래를 그려본다. 끝으로 '3부 우주의 생명체'는 "외계의 별로 진출한 인류가 낯선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각 장은 "미래의 과학기술은 어떤 형태로 진화할 것인가?"란 큰 질문에 대한 답이며, 하나하나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면 무엇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외계행성을 방문하기 위한 우주선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만약에 외계 생명체를 만날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미치오 카쿠의 생각이다.


"지구는 인간의 요람일 뿐, 삶의 터전은 아니다. 언제까지나 요람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 이것은 치올코프스키가 평생 간직했던 그만의 철학, 즉 '코스미즘cosmism'의 핵심이다. 그는 우주로 진출하는 것이 인류의 운명이라는 확고한 신념 하에, 형생 지구에 살면서 지구를 벗어나는 방법에만 몰두했던 별종 중에 별종이었다.
_ 『인류의 미래』 35쪽


<어벤저스>의 타노스와 같은 악의 결정체가 지구의 절반 혹은 지구 전체를 날려버리지 않더라도, 언젠가 지구에도 종말의 순간이 온다. 혹은 <인터스텔라>처럼 지구가 죽어갈지도 모른다. 인간인 우리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의 스케일이 달라 미래처럼 보일 뿐, 마지막은 언젠가 온다. 이론적으로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우주는 춥고 어두운 지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빅크런치'와 같은 상황일지, '빅프리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우주는 끊임없이 순환을 반복한다. "행성과 별, 그리고 은하는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난다. 별이 최후를 맞이하여 장렬하게 폭발하면 우주로 흩어진 잔해에서 다음 세대 별이 탄생하고, 이 과정은 우주가 끝날 때까지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우주와 함께 죽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수많은 SF 영화가 말해주듯, 우리는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지구에서 벗어나 '달'과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우주 왕복선을 타고 인류가 지구 밖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고,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아갈 수 있는지 1부에서 말한다. 읽으며 달의 상업적 개발까지 먼 이야기 같지 않았다. (또 현재 국제법상 달의 개발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넌지시 말할 만큼 달 개발은 내 상상 이상으로 구체화되어 있음에 놀랐다.) 물론 아직 달의 영구 기지가 어떤 모습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화성에 사람 보내기' 프로젝트의 경유지로 달의 역할까지 논할 만큼 달을 개발계획은 상당히 진척되었다.


1부에서 읽으며 우주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 미국 NASA만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국가가 아닌 기업에서도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거대 기업 보잉사와 머스크의 의욕적인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우주시대가 그리 먼 미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엘런 머스크는 "재산을 축적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저의 바람은 행성을 마음대로 오가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도록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의욕적으로 화성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 개인의 소망일지, 우주개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일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의외의 결과일수록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인공지능 덕분에 갑자기 생활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졌다면, 어딘가에서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_ 『인류의 미래』 198쪽


가장 재미있던 건 바로 2부였다. 우주여행을 위해 필요한 실제 기술을 다루고 있으며, 그 기술 발전 과정에 대한 미치오 카쿠의 통찰이 빛을 발한 장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을 위해 인간의 노동력을 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노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우주에 구조물을 짓고 개발하는 것을 현실화하려는 시도 중이다.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 가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위험에 수시로 노출되기 때문"에 딥 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로봇은 우주시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주에서 필요한 자동화를 실현"하기에 적절한 로봇은 "자기복제가 가능해야 하고, 어느 정도 자의식도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저자는 "로봇의 편리함에 안주하지 말고, 아직 미래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사이에 대비책을 세울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양자 컴퓨터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이유, 우주여행을 위한 필수품 우주선의 형태 중 하나인 '라이트 세일'이나 연료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한 이온엔진 개발 등의 현황과 어려움을 설명한다.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반물질 우주선"에 대한 부분이었다. "반물질이란 물질의 반대개념으로, 다른 성질은 물질과 동일하면서 전기전하만 반대인 물질"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모든 질량이 사라지면서 순수한 에너지로 변환"되며,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는 에너지 효율 100%라는 훌륭한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읽으며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빨리 개발하면 좋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좋은 에너지가 상용화는커녕 우주선 개발 5세대 기술 중 하나로 개발 중인 이유를 확인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현대물리학은 반물질도 물질처럼 아래로 떨어진다고 예견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반중력(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가상의 힘)은 불가능하겠지만, 실험으로 확인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반물질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물리적 특성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주에 떠다니는 반물질 소행성이 우연히 발견되지 않는 한 반물질 로켓은 다음 세기까지 꿈으로 남을 것이다.
_ 『인류의 미래』 227쪽


끈이론이 옳다면 모든 소립자는 고유의 '음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주는 수많은 끈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교향곡이고 물리학은 그 속에서 화음을 찾아내는 학문이며, 생전에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신의 마음"은 초공간을 통해 울려 퍼지는 우주적 음악 속에 깃들어 있다.
_ 『인류의 미래』 402-403쪽


미치오 카쿠와 함께한 우주개발 프로젝트 혹은 우주여행 프로젝트는 3부 우주의 생명체에 이르면, 어린 시절 포기했던 우주여행의 꿈을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다. 외계인이 어떤 존재일지 탐구하고,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우리가 개발해야 할 기술을 보고 있으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추진하는 인간의 의지가 아직 예측만 하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선명히 하는 힘이 아닐까.


『인류의 미래』의 저자 미치오 카쿠 역시, 다가올 우주의 종말을 피하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물리학자'로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책은 저자의 핵심 이론이라 할 수 있는 끈이론이 우주개발시대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논하며 끝난다. 저자는 끈이론의 마지막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설명할 수 있을 때 "우주에 흩어져 있는 암흑물질의 양 및 입자를 서술하는 변수와 비교하여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으며, "끈이론이 옳다면, 먼 훗날 우주를 붕괴시킬 암흑물질의 미스터리도 풀릴 것"이며, "인류가 4단계 문명으로 진입하여 모든 은하의 에너지를 활용하게 된다면, 끈이론을 이용하여 우주의 종말을 피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희망찬 예측이 더해져 있다.


그동안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곳에 누군가가 살고 있지 않을까?"라며 궁금해하다가도 "저토록 춥고, 험하고, 척박한 곳에 생명체가 살 리가 없다"며 상상의 나래를 접곤 했다.
_ 『인류의 미래』 391쪽


어린 시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여행을 꿈꾸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상상의 나래를 접었던 것과 달리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접었던 상상을 현실화하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상상이 낳은 허구"라는 비판을 받던 신기술을 하나 둘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는 자취와 앞으로 나갈 설계도와 같은 『인류의 미래』를 읽는 순간이 즐거웠다. 지구를 떠나는 우주여행자라는 꿈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나처럼 어린 시절 우주여행을 꿈꾼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인류의 미래』와 함께 "별로 향하는 우리의 여정"이 어떨지 가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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