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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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두 손에 흙을 묻히고 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한 기분이 든다네!"


한 농부가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안달루시아 100㎞ 반경을 벗어난 적 없는 나이 많은 농부다. 거대한 도시에 가본 적도 없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는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일을 반복한다. 살충제나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키운 농작물을 그에 합당한 가격으로 팔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은행에서 열심히 일하던 한 사람이 있다. 니클라스는 항상 안전과 성공이 보장된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왔다고 믿었다. 그런 그에게 난생처음으로 시련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은행에 점점 찾아오지 않자 은행에서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퇴직금을 받아 그는 안달루시아로 떠난다.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어떤 것. 아이디어라든지 새로운 사고방식, 본보기 같은 것"을 찾기 위해.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그렇게 안달루시아에서 만난다.


"확실한 건 모든 게 달라질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사실이야. 이런저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그래서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언제 그 일이 일어날 것인지도 어차피 때가 되면 알게 되잖나. 그때까지는 걱정하고 동요하기보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나아."


니클라스는 곤잘레스에게 배움을 구한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존댓말을 쓰지 말라고 하며, 똑같은 사람으로 동등하게 대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달루시아에서 수시로 이루어진다. 복잡한 도시에서 알 수 없는 결핍과 공허함을 느낀 니클라스는 흙 위해서 행복을 말하는 곤잘레스에게 찾아간다. 곤잘레스와 함께 농사, 삶,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일상적인 일에서 시작하지만 점진적으로 세상, 환경, 사랑, 일, 인생 등으로 넓혀진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니클라스에게 말하기만 했는데, 곤잘레스와 만남은 니클라스의 생각에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 변화 과정을 그린 책이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이다.


"아주 간단해. 그저 그 순간을 사랑하면 돼! 나는 그러기 위해 당장 하고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한다네. 풀을 뽑든, 토마토를 심든, 그저 그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지. 뭔가를 잘 해내고 나면 기쁨과 만족감이 밀려오거든. 그쯤이면 갈망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네."


농사를 짓는 곤잘레스를 바라보며 니클라스는 어느 순간부터 따르는 것이 당연해진 치열한 삶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지, 나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 곤잘레스는 그저 말하고,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뿐이다. 니클라스에게 새로운 생각을 열어주는 것이 '농사'라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최근에 읽은 한병철 씨의 『땅의 예찬』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았다.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흙을 매만지고, 식물을 가꾸며 찾아가는 과정을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에서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네. 끊임없이 배움을 즐기고, 낯선 것을 대할 때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품게나. 두려움은 행복의 가장 큰 적이거든. 중요한 건 결국 그게 아닌가? 행복하게 사는 것 말이야."


마음을 열고, 배우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두려움'에 나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는 알지만 자꾸 까먹는 삶의 지침 중 하나다. 단순하고 느긋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곤잘레스 씨와 함께 잠시 잃었던 내 인생의 소중한 것을 찾아보면 어떨까. "위대한 스승이란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상대를 변화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시인 에머슨이 말했다. 교육기관에서 많이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니클라스에게 곤잘레스는 삶을 살아갈 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인생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즐겁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지. 그러니 사랑을 향한 염원도 클 수밖에. 사랑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니겠나"와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거든 술을 마셔라. 한 해를 즐겁게 보내려거든 결혼을 해라. 평생을 즐겁게 보내려거든 밭일을 해라."라며 실용적인 가르침 속에 사람들과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는 곤잘레스 씨가 마음에 들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때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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