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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의문을 품는다는 것. 어떤 것에 “왜”라는 의문을 더하며 그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인간뿐이지 않을까. 자연 속 다른 생물들이 그 의문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앎으로는) 자신을 둘러싼 자연 현상에 의문을 가지고 관찰하는 건 인간뿐이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동물의 생김새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밝혀내는 ‘생김새의 생물학’을 다룬 책이다. 이 책에는 살면서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성게 몸 주변에 가시처럼 돋친 것이 많은 이유, 산호가 군집처럼 모여 있는 이유, 불가사리의 팔이 다섯 개인 이유, 윙윙 소리를 내며 벌이 움직이는 이유를 차근차근 밝혀낸다.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는 합리적 추론과 과거 연구 결과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동물들의 생김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을 통해 자연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의문을 품지 않았던 동물들의 생김새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으로 ‘크기의 생물학’의 비밀을 들려준 모토카와 다쓰오는 이번에도 솜씨를 발휘해 ‘생김새의 생물학’의 세계 열어준다.
책은 총 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에서는 산호초와 공생의 세계를 통해 자포동물들의 생김새에 대해 다룬다. 산호의 생김새는 “무성생식을 계속 반복하여 폴립을 늘려가 전체가 큰 군체를 형성”하는 폴립으로 인해 그 모양이 결정되었다. “우리가 산호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나무 모양이나 덩어리 모양이 바로 군체이다. 수많은 폴립이 모여서 사는 석조 아파트가 나무나 덩어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폴립 하나하나는 작지만 군체는 10만 개 이상의 폴립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산호의 생김새에서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확장해 산호가 살아남는 공생관계에 있는 갈충조의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흥미로운 건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점이다. 산호와 함께 사는 갈충조는 바다의 수온이 올라갈수록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를 받아 광합성의 양이 줄어들어 산호가 영양부족에 빠져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생물의 생김새가 왜 그런 모양이 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그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장해나간다.
“극피동물에 2개의 장을 할애한 이유는 필자가 40년 이상이나 그들을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약간의 편애는 눈감아주기 바란다.”
저자가 스스로도 가장 아끼는 극피동물인 불가사리와 멍게에 대한 이야기는 4, 5장에 거쳐 심도 있게 설명한다. 극피동물의 생김새가 가진 특징 하나하나에 “왜” 그런 모양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정성을 들여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별 모양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문이었다. 가설에 꽃잎과 축구공이 있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불가사리가 별 모양인지, 꽃잎이 다섯 장인 이유나, 정오각형인 축구공이 구에 가까운 입체를 빈틈없이 덮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캄브리아기 전기의 동물의 모양이 진화를 거쳐 3을 기본으로 한 모양새에서 5를 기본으로 한 모양새를 가졌다는 가설까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가 많았다. 진화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이 소설가의 이야기처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소라의 모양이 예쁘다고 생각했던 난 ‘3장 소라는 왜 나선형일까?’를 재미있었다. 소라 껍데기가 로그나선 모양인 이유는 “성장의 문제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소라의 몸은 바깥이 외골격 껍데기로 푹 덮여 있는데 이 점은 곤충과 같다”는 이야기도 놀랐고, 소라는 곤충과 달리 탈피나 변태를 하지 않고, “껍데기 아래쪽이 열려 있어, 그 입구 가장자리에 석회를 덧붙여서 껍데기를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소라의 모양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단한 모양을 가지기 위한 비밀은 형태의 비밀 못지않게 각질 구조가 두 층으로 나누어 있고, 그 결정구조가 작게 나누어져 유연한 단백질막으로 감싸고 있어 균열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로그나선 껍데기는 굉장한 발명”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과생이며, 생물을 공부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나에게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생물 교과서에서 만나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찾을 수 있었다. 과학자의 연구는 굉장히 세밀하고 작은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고 가장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읽는 건 흥미롭지만 동시에 어렵게 느껴지게 만든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우면서 의문을 품지 않았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주제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다루려는 저자의 노력이 생물에 대한 이해가 짧은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 어려움을 기분 좋게 풀어주는 건 각 장 뒤에 있는 악보였다.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악보 속 가사를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의문을 가지지 못한 나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자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열어준다는 점에 의미 있는 독서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