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 완벽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위한 용기 수업
레시마 소자니 지음, 이미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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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듯싶다. 첫째로 태어나 연년생 남동생을 돌볼 일이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적어 없다. 사실 의식하며 행동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내재화되었다.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동생을 돌보기에 바쁜 부모님께 어리광이나 투정을 부리기보다 의젓한 모습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단 한 번도 "넌 알아서해야지."라고 말씀하신 적은 없었지만, 그 분위기에서 내 스스로 그렇게 판단했고 그렇게 살아온 나의 어제가 난 자랑스러웠다. 아이다운 아이가 아닌 어른스러운 아이로 자라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마음가짐이 삶을 살아갈 때 있어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는 조금 다른 결의 완벽함을 이야기하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장애를 둔 형제나 자매를 둔 사람들 중에 (결코 절대적이라 말할 수 없지만) 성별이 여자인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보다 협력적이고, 자신의 일에 완벽하고 때로는 형제자매까지 돌보는 경우가 조금 더 많았다. 이와 같은 조금 특별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여자이기 때문에 조심하고, 얌전하고, 긍정적이고, 완벽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딸이니까. 이렇게 행동해야지.", "여학생인데 조금 더 조신해야지."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이와 같은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란 여성들은 이와 같은 생각에 자연스럽게 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고정관념이 야기한 일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부모가 자식을 망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어떤 믿음에 물들어버렸는지를 깨닫고 다른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저자는 "남자든 여자든 이런 고정관념은 나이를 먹는다고, 시대가 변한다고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삶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완벽해져야 한다는 압박은 점점 커질 뿐이다. 완벽한 학생이자 딸은 나중에 완벽한 전문직 종사자, 여자친구, 아내, 엄마가 되려고 애쓴다. 원하는 것을 향해 힘을 다해 달려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부담감게 짓눌리는지, 왜 이렇게 좌절감에 젖어드는지, 왜 이렇게 불행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완벽함에 대한 무의식적인 강요는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사람들의 마음에 쌓여, 후에 어른이 되어도 그와 같은 사고방식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삶 전반에 거쳐 완벽함을 추구하며 스스로가 지치고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발견하기 힘들 만큼 익숙한 사회적 기대가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점이 문제를 지적한 후, 완벽함이 아니라 담대하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것을 권한다.


반면 용기는 한때 완벽함에 위협당해 빼앗길 뻔했던 모든 것을 되찾아준다. 진정한 즐거움, 성취감,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맞서는 능력, 새로운 모험과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태도, 실수와 실패, 오점을 받아들이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 용기만 있다면.

_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124쪽​


완벽을 내려놓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2, 3부에 거쳐 완벽이 아닌 용기의 시대를 담대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그 방안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말하는 용기는 무모한 도전을 가리키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용기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나의 행복을 만드는 행동을 말한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용기는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용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모든 용기는 가치 있다. 용기가 용기를 낳기 때문이다. 용기 근육이 크고 작은 형동으로 단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용기를 재정의할 때가 됐다."라고 말하며, 각자의 상황 속에서 '나'를 위한 결단을 내리는 모든 것을 용기라고 말한다. 저자도 인정한다. 때로 이와 같은 용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이와 같은 용기를 포기하지 않길 독려한다. 뭐든지 처음 시도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에 나를 뒤로하지 않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가 가지길 응원한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행동하는 것이라는 속담을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두려움은 마주해야 그 힘을 빼앗을 수 있다. 또한 두려움은 완벽의 독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좇을 수 있게 해주는 비밀 무기다.

_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177쪽


조금은 저자가 말하는 지침이 우리나라 정서에는 통용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자신을 믿어라.", "누가 뭐라든 신경 꺼라.", "그래서 뭐?라고 물어보라.", "거절을 연습하라.",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하라."라는 말에,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끝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이라서 남성이라서 맏이라서 동생이라서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 완벽하고 싶어서.. 등등 사회적 기대와 나의 기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사회적 기대가 아닌 나만의 기대로 세상을 채워나가고 싶다면 용기를 내고 자신다움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믿기 때문이다. 나처럼 맏이라서, 누나라서, 여성이라서, 착하고 싶어서라는 사회적 기대 속에 자신의 기대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다움을 찾는 데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이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두가 나다운 삶을 걷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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