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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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세렌디피티와 같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도 있지만, 소소하게 느껴져 지나치는 일상 속 순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별것 아닌 듯 자연스레 지나가 느끼지 못했던 순간은 나의 삶에서도 스쳐지나기는 것들일까. "일본 셀렉트 서점으로 시작으로 알려져 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명소 카우북스 대표이자 잡지 《생활의 수첩》의 편집장"인 마쓰우라 야타로는 자신의 책 《나만의 기본》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나의 생활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것들이 바로 나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기본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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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입고,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고, 어떤 물건을 사용하고, 어떻게 일을 대하는지가 바로 나다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출연자들을 볼 때면 모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기하게 출연자가 입는 옷과 집안 인테리어가 그 사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드는 모습에 주의 깊게 본적도 많다. 나의 삶 가까이에 있는 물건과 공간이 바로 나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만의 기본》은 나만의 생활방식을 통해 나만의 기본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나만의 기본》은 누군가의 기본을 모방하여 나만의 기본을 만들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면에 서툰지 어떤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물론, 마쓰우라 야타로가 어떤 것을 입고,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채우며, 물건을 어떤 기준으로 사용하고, 일을 할 때 어떻게 능력을 발휘하는지도 나온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기본을 찾기 위한 참고일 뿐 나의 기본이 될 수 없는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 날이나 계절이 바뀌었을 때, '오늘 입을 옷'을 순조롭게 고를 수 있어야 마음이 안정됩니다. 다만 이는 나의 경우로, 모두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쓸쓸하게 따분할지도 모릅니다."와 같이 자신의 기본과 독자의 기본을 구분하는 말이 곳곳에 나온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기분 좋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어떤 것을 사야 좋은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늘 입는 것만 사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요. 무엇보다 물건이 넘쳐나는 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옷과 공간 그리고 일로 나뉘어 있다.


옷차림은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입고 사용하는 옷을 어떤 기준으로 구매하고 보관하고 활용하는지 소개한다. 셔츠, 재킷, 청바지, 손목시계, 신발, 코트, 레인코트, 가방, 스웨터, 손수건, 안경에 이르기까지 각각을 어떤 기준으로 사고 소유하는지 소개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파자마'였다. "옷이라고 하면 외출복이나 파자마로 양자택일하는, '실내복'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면 파자마에 살짝 사치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요?"라며 잠을 잘 때 입는 파자마가 의외로 오랫동안 입는 옷임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파자마는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 들이었다. 조금 바래졌거나 얼룩이 붙어 외출할 때 입기는 어렵지만 가장 편안한 티셔츠나 무릎이 살짝 나온 트레이닝 바지나 수면바지였다. 이 글을 읽고 잠잘 때 내 기분과 감정을 바꿔줄 파자마를 한 벌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먼저 내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으로 행복해야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집과 같은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공간을 채우는 소품과 가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은 무드등이나, 아로마 향초, 디퓨저와 같이 작지만 나를 반겨주는 공간으로 채우는 작은 소품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별한 날 사가지고 간 꽃이 거실을 채웠을 때 가족들 사이에 은연중에 생기는 활기를 떠올리며 다가올 부모님 생신과 어버이날에 꽃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어느 공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곳을 어떤 분위기로 가꾸고 싶은지 생각하며 읽었다. 간결하고 길지 않은 문장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은 건 아니지만 대신 나만의 기본을 생각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어떤 방식이라도 좋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다음은 이렇게 하겠어, 그다음은 저렇게 할 거야'하고 정해놓으면, 주체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일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부분은 저자의 직업이 잡지사 편집자이며 서점 주인이기 때문에 책과 글 그리고 기록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는 즐거움이 컸다. 이따금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을 나의 삶 속에 어떻게 녹여볼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해보는 것 역시 즐거웠다. 편지를 자주 쓰기에 "편지"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편지의 원칙은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는 것! 그래서 글자를 천천히 씁니다. 가령 글자의 인상만으로도 상대에게 도전하는 듯한 필압은 피하는 편이 좋겠지요."라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고. "문장이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편지가 아닙니다. 조금 지루해도 마음이 전해지는 편지가 좋은 편지입니다. 그래서 편지는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천천히, 마음을 담아 쓰려고 합니다."라는 말에 다음에 친구에게 답장을 할 때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의 마음을 온전히 담은 편지를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기본을 갖추기 위한 방법보다는 나만의 기본이 무엇이 될 수 있고,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세밀하게 나눈 저자의 기준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일상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었다. 조금 아쉬운 건 "나만의 기본"을 만드는 가이드가 빠져있다는 점이랄까? 그런데, 나만의 기본을 책을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면 그게 진짜 "나만의 기본"일까? 《나만의 기본》은 그런 생각까지 밀어 넣어주는 기본에 충실한 깔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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