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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 신냉전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김택환 지음 / 김영사 / 2019년 2월
평점 :
'지난 100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2019년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뜻깊은 해다. 저자 김택환은 뜻깊은 2019년에 앞으로 다가올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었다. 그리고 답으로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을 집필했다. 북핵 위기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국제 정치에 있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주변국의 관심과 견제가 뜨거워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 문제를 단순히 외교 안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국가 간의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긴밀한 연관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경제 문제와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지난 역사는 현재의 국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저자는 한반도 주변국의 과거 100년과 현재를 분석한 후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으로 정리했다.
국가의 미래를 분석하는 많은 책에서 인용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에서도 등장한다. 과연 저자는 무엇에 대해 지피지기 하려는 것일까. 한반도를 둘러싼 반도 주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정치와 경제 현황과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분석했다. 실제로 한반도의 이해당사자인 4대 열강이 한반도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우리의 미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4강을 무시한 채 한반도의 미래를 도모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주변 이해당사자인 4강에 대한 이해는 우리나라의 미래 국가 전략의 바탕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는 4강의 역사와 현재 국가 전략과 평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나열된 정보가 아닌, 지난 100년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깊이 있는 저자의 이해에서 끌어올린 핵심이 녹아져 있다.
1부는 지금 한반도가 어떤 시대를 맞이했으며, 4강의 현황과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분석했다. 국가별로 지난 100년간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에 집중한다. 근대 역사를 요약정리한 장은 현재 한반도에 대한 4강의 이해를 보여주는 기초가 된다. 역사 역시 경제 정책과 국제 정치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아메리칸드림이 붕괴된 미국, 중국몽을 꾸고 있는 중국, 팍스 니포니카로 재도약하려는 일본, 20세기 강력한 패권국가의 향수를 가진 러시아에 대한 분석은 간결한 문장과 깔끔한 정리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4강 중 한반도에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분석이 책의 중심을 잡고 있어 신냉전체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부에서 4강의 현재에서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중심으로 분석을 했다면, 2부는 현재에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략을 쌓기 위한 기초적 내용을 담은 장이다. 현재 4강의 지도자들이 구축한 국가가 어떤 전략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4강 지도자가 스트롱맨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크레이지'리더십, 시진핑의 '황제'리더십, 아베의 '애국주의 마초'리더십, 푸틴의 '차르'리더십은 모두 강한 스트롱맨의 면모를 띄고, 국제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보다 자국의 이익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현 정상들의 입장을 토대로 향후 1-3년 안에 어떤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현 정상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한 부문을 흥미로웠다.) 국가 정책과 지도자 분석을 통해 "미국과는 군사안보를 견고히 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관리하는 전략을 놓지 말아야 하며,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를 본받아 일본을 미중 사이의 유용한 레버리지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신냉전체제에서 이목을 받는 북한과 인도-태평양 전선, EU에 대한 분석을 더하고 있다.
3부는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말하는 장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가진 힘을 기회로 만들 시대가 머지않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이를 4강의 관계에서 찾는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신문명을 이끄는 '결정적인 무엇'이 부족하며 위대한 리더십, 새로운 룰, 새로운 산업의 부재 등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앞선 2장의 분석이 4강과 한반도였던 만큼, 미국과 중국 두 패권 국가가 만든 신냉전체제의 극이 마주한 한반도가 100년 전과 다른 역사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핵과 트럼프 재선의 상관관계에 집중하며, 재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또 포르투갈어로 미드필더를 뜻하는 볼란테처럼 미중 패권 전쟁이 심화될 때, 우리나라와 일본이 보편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이 비핵화로 들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적 성장을 함께 도모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양국이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를 읽으며 4개국의 과거 100년과 현재에 대한 밀도 있는 분석을 흥미롭게 읽었다. 신문을 통해 알고 있었던 정보를 신냉전체제와 미중패권전쟁 그리고 한반도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특히 기자로 활약하는 저자의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력이 더해진 간결한 글을 통해 핵심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신문을 읽으며 국제정세에 대한 지적 갈망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꾸준히 신문을 읽으며 국제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았다. 책을 통해 국제정치에 대한 큰 그림을 이해하니, 신문을 읽을 때 전에 보이지 않았던 맥락이 보였다.
다만, 저자의 분석이 돋보이는 글에 비해 3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아쉬웠다. 미래에 대한 많은 책들이 그렇듯,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보다는 거시적인 차원의 전망으로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2부의 저자의 정리와 대조되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의 말을 하나의 제언으로 두고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나의 미래를 그려나갈지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는 좋은 책이다. 특히 국제 정치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시작으로 한반도 주변국의 정체·경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