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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ㅣ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앤서니 브라운.
독특한 세밀한 그림체로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화 작가 그가 돌아왔다.
멋진 화가 '프리다 칼로'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동화를 다 읽은 나는 생각했다.
"참 완벽하고 좋은 조합이었다."
특히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 읽어서 더없이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말이다.
멕시코의 대표 화가 프라다 말로가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 굴곡진 인생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 고통을 승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그림이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색채가 만들어내는 회화 속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머금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가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열었던 계기에 앤서니 브라운은 집중하여, 《나의 프리다》를 완성했습니다.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절었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공상하길 즐겼던 프리다 말로의 어린 시절을 말이죠. 다리가 불편하지 않는 나, 그런 내가 누비는 자유로운 세계를 일기장에 담았던 이야기를 《나의 프리다》를 통해 구현해냅니다. 프리다 말로가 어린 시절 빠져들었던 그 자유로운 세계가 아름다운 동화 한 권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는 하나하나 모든 장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나의 프리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갈색 배경 속에 프리다가 직접 그린 그림만이 푸른 색감을 가지고 있는 장면은 어린 프리다에게 그림이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할 수 있게 도왔죠. 현실과 자신이 만든 세계 중에 어디에서 더 큰 존재감과 위로를 얻는지를 한 장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리다 말로의 세계를 이해하고픈 독자와 프리다에게만 보이는 세계. 그 세계로 들어가자고 초대하는 장면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그리고 진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었던 프리다는 생일날 작은 날개를 받고 실망하죠. 이 장면에서 프리다가 불편함을 느꼈던 다리 모양 그리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종이비행기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종이비행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시무룩한 프리다를 뒤로하고 창밖 세계로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보며 저도 모르게 프리다의 마음이 얼마나 울적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동화의 중반부 이후로는 프리다의 상상 속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나의 프리다》의 이 장면을 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니아 연대기 : 마법사의 조카》가 생각났습니다.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프리다. 어린 시절 하늘을 날아 전 세계, 내 상상 속 세계로 날아가는 공상을 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지만 자기가 만든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생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프리다의 마음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 속 나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상상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멕시코의 넓은 들판을 날아가는 프리다.
제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풍경과 달랐지만,
오히려 이색적인 멕시코 풍경은 제가 상상해보지 않았던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동화를 읽으며 또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데미안》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또 다른 생각 속 나와의 만남을 이렇게 극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이어지는 그림을 보며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프리다가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내적 자아와 열심히 대화했기 때문이겠죠? 스스로 묻고 답하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단단히 할 수 있었겠죠.
더 이상 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나의 프리다》를 읽으며 그 말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림 한 장 한 장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지, 프리다의 입장에서 어땠을지 떠올리는 생각은 정말 깊이감 있는 생각이었고, 짧은 시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프리다》를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고, 친구와 함께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동화 같은 상상을 했던 프리다의 어린 시절을 아름다운 동화로 완성한 앤서니 브라운. 그의 그림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프리다가 안쓰럽게 보이지 않고 행복하게 보이고, 마음 한켠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이유, 그건 따뜻한 시선으로 프리다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이 덕분이겠죠.
《나의 프리다》를 읽으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상상이 주는 힘을 떠올렸습니다.
혼자가 되었지만 괜찮다고 말했던 프리다의 말에서, 외로움보다 혼자서 나를 위로하는 법을 그리고 나의 힘든 상황에 반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담담함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나의 프리다》를 읽으며 나는 내 콤플렉스 혹은 내 상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걸 뛰어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힘이 나에게 있는지 말이죠. 더 나은 나를 상상할 수 있는 꿈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