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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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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칭한다면, 그 이유는 해당 분야에서 쌓아온 업력과 더불어 온 마음을 다하는 열정과 진심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민은정 전무는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언어 전문가다.
_ 추천하는 글 중에..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궁금했다. 브랜드 버벌리스트라는 이색 직업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브랜드 버벌리스트는 "브랜드 이름, 슬로건, 콘셉트, 스토리 등 브랜드를 구성하는 모든 언어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브랜드에 첫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마치 자녀의 이름을 짓듯이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까지 바라보며 이름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버벌리스트 민은정씨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언어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대학 때 문화비평학 수업을 들으며,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언어로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가 공유한 사회를 살아가기에, 어떤 철학자는 언어가 가진 힘을 경계하기도 했고 어떤 철학자는 다양한 언어 세계의 확장성을 말하기도 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는 언어를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떠올리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는 게 브랜드 버벌리스트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을 디자인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브랜드 짓다》 책을 처음 만나고, 그날 다 읽었다. 몇 페이지 읽은 후 천천히 살펴봐야지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브랜드와 언어 사이의 고리를 이렇게나 절묘하게 찾아내는 저자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은정 《브랜드 짓다》는 브랜드와 고객이 살아가는 사회를 언어로 이어준 사례가 담긴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가 이뤄낸 업무 성과를 녹여낸 책이라 생각한다면 오해다. 그녀는 단순히 브랜드와 네이밍의 사례를 녹여낸 것이 아니라, 분야에 따라 어떻게 네이밍이 어떻게 달라지며 고려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브랜드 네이밍이란 이론을 매혹적으로 담은 책에 가깝다. 아주 재미있는 책에 말이다.
점점 좋은 성능과 기술보다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주는 힘이 우위에 선 시대가 되고 있다. 비슷한 제품 중에 소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브랜드라는 느낌을 소비자에게 주는 브랜드가 성공하는 시대다. 실제 이 책에 나온 브랜드를 사용한 적이 많았던 난, 내가 사용하고 경험한 브랜드의 비하인드스토리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정말 내가 그런 느낌을 받으며 브랜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고를 때, '티오피'를 보면 피식 웃으며 산 적이 있다. 물론 광고 때문이긴 했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에 스스로 top이라고 말하는 게 재미있어서 자주 사 먹었다. 그 이후 시험 기간마다 내 짝꿍이 되어주었던 '카누' 역시 민은정의 기획에서 태어난 이름이었다. 두 이름 모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깊고 넓은 '커피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티오피와 카누, 두 브래드의 언어적 공통점은 커피다움을 무의식적으로 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티오피와 카누를 불러왔지만, 이 이름에서 '에티오피아, 커피, 카페, 뉴'라는 연상성의 트릭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름이 좋은 이름일 텐데, 왜 이렇게 낯선 네이밍 전략을 사용했을까.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저자는 "천천히 깊이 새기는 전략"이라 말하며, "이름을 부를 때 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이 연상되고, 그 언어적 감성이 브랜드의 감성으로 아련하게 남기기"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브랜드를 만들 때, 의미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남길지 고민한 흔적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한다. 민은정씨의 글을 통해, '티오피'와 '카누'가 더 아련하게 남겨지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 짓다》는 분명,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책이다. 전형적인 실용서로 생각하거나 브랜드 버벌리스트 민은정씨의 성공 이이기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가 된다. 《브랜드 짓다》 는 브랜드 네이밍의 기초부터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브랜드가 태어난 비하인드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비하인드스토리에는 브랜드의 분야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책이다. 원주 오크밸리에 있는 뮤지엄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뮤지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설명한다. 어떤 분야인지, 그리고 그 브랜드의 철학과 기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네이밍 전략이 한 권에 모여 있는 책이다.
책을 덮으며, 이제 기업만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다. 기업뿐만 아니라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네이밍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라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브랜드로 생각하며 자신을 잘 어필해야 하는 시대에 나는 어떤 언어로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있을까. 마케팅, 기획자, 브랜드 담당자라면 꼭 읽어야 하고, 나의 삶을 조금 더 매력적이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그렇다, 결국 모두가 다 읽어야 할 책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