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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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세상의 정답이 담겨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말하는 이야기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답이었고,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상에 이로운 방향이라고 믿고 싶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부르는 책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감사하게도 올해가 두 달이 다 가기도 전에 깜짝 선물을 받아 읽었다. 바로, 『팩트풀니스』다.



나는 지식을 테스트하고 무지를 드러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세상에 대한 무지가 왜 이렇게 널리 퍼졌고, 왜 이렇게 집요할까? 나를 포함해 누구든 틀릴 때가 있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오해를 할 수 있을까?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침팬지보다도 못할까.
_ 『팩트풀니스』 중에서..



『팩트풀니스』는 저자 한스 로슬링과 안나 로슬링 부부가 쓴 '세상을 오해하지 않고 바라보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10가지로 무의식중에 세상을 얼마나 오해할 수 있는지 분류한 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이어서 설명한다. 책의 머리말을 읽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답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설명하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지 말한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며, 어떻게 나의 세계관을 바꿀 수 있는지 말한다. 굉장히 실용적이었고, 유쾌한 저자의 어조 덕분에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더 나아지고 있을까. 더 나빠지고 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묻는 것 같았던 이 질문이 얼마나 내 맘대로 판단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다가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제 개발을 전공하고, 해외봉사를 여러 차례 다녀오며 더 나아진 모습보다 제자리걸음인 상황에 맥이 풀리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책을 읽으며, 세상은 분명 더 좋아졌다. 그리고 더 좋아졌지만 여전히 나쁜 상황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MDGs는 몇몇 부문에서 상당히 큰 성과를 냈고, SDGs라는 새로운 목표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포부를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하여 물어보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딱, 저자가 생각을 바꾸길 희망하는 사람의 전형이었다.


저자는 극과 극의 사례로 세상을 비교하며,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듯 바라볼 때, 부정적인 데이터에 현황과 방향을 분리하지 못할 수 있고, 때로는 그 전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놓칠 수 있고, 위험성에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통계 데이터가 만드는 오해에 현혹될 수 있고, 느리게 변해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 내가 믿고 싶은 관점으로만 보지 않았는지, 희생양을 찾거나 영웅을 찾느라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본능'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본능을 따르지 않고, 사람답게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독자 여러분이 사는 나라 역시 말도 안 되게 발전했다. 독자 여러분이 어느 나라에 사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기대 수명이 지난 200년 동안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모든 나라가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_ 『팩트풀니스』 중에서..



가능성과 희망으로 세상이 나아졌음을 말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물론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양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하지만 저자가 짚은 절대적 기준의 변화는 상대적 기준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생각하게 만든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자유', 그 생각을 시도하게 만든 것 자체가 세상이 나아졌다는 증거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한다는 주장은 꽤 흥미로웠다.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지닌 사람은 인간의 노력이 이제까지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한 채 그러한 결실을 증명하는 수치를 믿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말에 새로운 세상이 더 나아졌다는 증거보다 세상이 더 나빠지는 증거에 마음이 동요되고, 공감하던 나를 발견했다.


불안하고, 공포를 느낄 때 우리는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정말 위험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감정적으로 동요된 때에 제대로 보기란 쉽지 않다. 불안뿐만 아니라 다급한 상황에서 인간은 멍청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이 나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고, 나의 감정에 따라 선별된 정보로 이해한 세상,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이해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조금 더 침착하게, 천천히 세상을 생각하며 바라보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기반을 '사실 충실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데이터가 틀릴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견지한 채)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으며, 배우고 익힌 것은 끊임없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호기심을 가지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세계관에 맞지 않은 사실과 그 안에 함의 점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떠올려,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하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 역시 건강한 식이요법이나 규칙적인 운동처럼 생각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고 말한다.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생각 근육이다.


생각 근육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삶이 행복할까?


편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건 편하다. 하지만, 재미없고 의미 없는 삶일 것이다. 내가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세상에 대하여 알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책을 사랑하듯, 세상에 대하여 알기 위한 생각 근육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_ 『팩트풀니스』 중에서..



그리고,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 꽤 큰 동기가 된다.
나쁘지 않은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생각하는 삶.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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