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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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도서 구입'으로 보여주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라는 이름이 구입한 『총, 균, 쇠』,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트렸던 이세돌 구단과 알파고의 대국 후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이후에도 세계적인 석학이 자신의 이론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책을 넣게 된다. 지금 다 읽지 않아도, 언젠가 꺼내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대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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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 구입'에서 '도서 읽기'로 전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두꺼운 벽돌 책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고 결국 디피(?)용 도서로 전락하기 쉽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는 읽어야 하는 강한 동기가 있었지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중 『어제까지의 세계』는 1장을 다 읽어보지도 못하고 책장에서 고이 놓여 있다. 『총, 균, 쇠』 역시 인류를 바꾼 질병에 대한 역사를 읽다가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책장에 우두커니 놓여 있다. 나만 그런 것일까? 보통의 많은 사람들에게 석학들이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를 제대로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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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계 석학들의 남다른 통찰력을 다음 일로 미루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초예측』의 저자 오노 가즈모토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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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하루하루 눈앞의 일에 쫓기다 보니 미래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고민은 인간만의 권리이자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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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의 오랜 연구 성과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은 분명 우리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며 생각하기 힘든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그 힘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힘이 아직 부족한 우리를 위한 책이 바로 『초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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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8명의 세계 석학에게 '미래 사회'에 대하여 질문하고 답을 들은 내용을 엮은 책이다. 한해 한해 빠른 속도로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궁금증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산업혁명 이후 달라질 새로운 시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인공지능의 역습, 민주주의의 위기, 핵 전쟁, 테러, 혐오 사회 등등 사회적 위기와 불평등, 양극화 문제로 사람들의 삶 속에 불안감으로 파고들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보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못할 것 같은 초조함이 커지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열어주는 시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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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은 그동안 세계를 날카롭게 통찰하고 사유한 8명의 석학에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8가지 문제와 사회 징후에 대해 묻는 내용이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양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인터뷰가 아닌, 20세기부터 21세기를 깊이 있게 생각한 석학들의 지혜를 책 속에 담아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쓴 유발 하라리에게는 인류의 미래 특히 노동 현장에서 발생할 대량 실업과 기본 소득에 대하여 묻고, 『총, 균, 쇠』, 『어제까지의 세계』를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에게 인구와 사회적 다양성, 난민 문제 등에 대하여 묻는다. 즉, 이들의 연구 성과와 지금 당면한 사회 문제를 엮어내 묻는 저자의 구성에 불안과 불확실이 가득해 보이는 세상에 다른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영감 (insight)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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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석학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하여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닉 보스 트롬, 인재론과 조직론에 있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린다 그래튼,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 젠더·인종·사회 갈등 문제에 있어 주목받는 학자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 등의 생각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다만, 저자가 일본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미래 사회에 대한 초점이 우리나라 중심이 아니라 일본 중심이며, 일본에서 가장 뜨겁게 고민하는 주제와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준다. 예를 들어 7장 넬 페인터를 인터뷰한 "혐오와 갈등은 사회를 어떻게 분열시키는가"는 미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의 혐오 문제와 연결하기에 아쉬움을 느꼈다. 또 8장 윌리엄 페리의 "핵 없는 동북아는 가능한가"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리드하며 인터뷰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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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세계의 변화와 한국 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영감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특히 린다 그래튼의 "100세 시대는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일본 못지않게 일자리 문제와 고령화 사회라는 위기에 놓인 우리가 선택을 할 때 무엇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장이었다. 유발 하라리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인터뷰는 그의 저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며 '미래 사회'라는 핵심 주제에 조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초예측』은 8명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다가올 시대를 개개인이 어떻게 바라보고 상상하며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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