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_ 내 마음의 숲을 찾아서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ㅣ 아우름 35
황경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숲. 이 단어가 주는 촉감을 나는 소설가 김훈 선생님께 배웠다. 『자전거 기행』을 읽으면, 숲이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배웠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정말 숲에는 이와 같은 어감이 담겨 있는 듯싶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곳인 걸 알지만, 좀처럼 찾아가지 않는 곳. 나에겐 바로 숲이 그런 곳이다. 머리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은 때 숲만큼 생각과 마음을 비워내기 좋은 곳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좀처럼 찾지 않았던 곳, 바로 숲이 아닐까.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는 숲을 찾아가 보길 권하는 책이다. 푸르른 나무들이 저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숲에서 나무마다 가지고 있는 이름이 무엇인지 들어보길 권하는 책이다. 가만히 손을 나무에 대고 물으며, 나무와 숲과 대화를 나누기를 권한다. 저자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숲속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는 걸 말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는 또 다른 숲을 찾아가라고 권한다. 물리적인 숲이 아닌, 내 마음의 숲을 찾으라고 말이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는 우리 곁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 풀, 꽃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한 책이다. 그 깨달음은 뭘까? 바로, '나'라는 자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풀이 있습니다. 바로 질경이에요. 한자로는 차전초라고도 합니다. 수레 앞을 막은 풀, 수레에 밟히는 풀이죠. 질경이는 다른 풀에 비해서 잎과 줄기가 질기기 때문에 웬만해선 잘 찢어지지 않아요.

질경이를 통해 어떤 꿈을 꿀 때 마주할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다른 식물이 자라는 숲을 피해 길가에서 자신의 삶을 살기를 선택한 질경이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는 고난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련에 질 것인가 이겨낼 것인가 혹은 피해 갈 것인가 역시 자신의 몫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식물이 번식하는 방법을 통해 일을 할 때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말한다. 데굴데굴 굴러서 번식을 하는 도토리, 씨앗을 바람에 날려 멀리 이동하는 단풍나무 씨앗. 그러나 도토리와 단풍나무 씨앗이 바라는 대로 자연이 항상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불어 썩어지기도 하고, 이를 기회로 더 멀리 나아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앞에 망설이기 보다, 어떤 일이든 시작해서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나무 하나, 풀 한 포기의 특성에서 뽑아낸 이야기를 통해 생각지 못했던 발상을 이끌어내는 점이 흥미로웠다. 뽕나무에서 실크로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또 나무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며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생각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샘터 아우름 시리즈>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교양서인 만큼, 학생 대상의 글이었지만, 어른이 보아도 마음과 생각이 풍요로워지는 책이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마음먹고 집 뒷산이나 공원에라도 나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땀을 흘리며 걸어보는 건 어때요?

저자는 숲에서 가만히 나무를 들여다보며 알게 된 지혜는 사람마다 다르며, 개개인의 차이가 바로 창의성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창의성은 닫혀있는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다양한 사고를 하는 것"이고, 그 생각을 움트게 하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숲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숲속을 거닌 후, 실제 숲을 거닐면 어떨까? 진짜 나만의 숲과 만나게 된다면 더없이 완벽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