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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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많이 들어보았지, 작품집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을 멀리했고 가급적이면 취향에 맞는 작품만 편식했다. 작품 편식은 또 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를 닫아버리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미묘한 불편함이 있지만 책을 덮고 싶은 느낌보다 다 읽지 않았을 때 느껴질 찝찝함이 주는 불편함이므로 다 읽었다. 생각보다 술술 읽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대상 수상작인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와 자선 대표작 「대니」가 실려 있고, 우수상 수상작인 김희선의 「해변의 묘지」,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 장강명의 「현수동 빵집 삼국지」, 최은영의 「일 년」, 장은진의 「울어본다」가 실려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두 다른 소설이었다. 다른 소재로, 다른 주제의식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정말 다 다른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그 다름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니었다. 2018년 우리나라에 나온 중편소설과 단편소설 중에 선발한 작품이기 때문에, 태어난 시기가 비슷한 아기처럼 닮아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 비슷함은 2018년 혹은 2010년대 후반부에 우리나라 사회의 면면이 소설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넌지시 짐작해본다. 아직 2019년보다 지나온 2018년의 시간이 친숙한 독자로, 그 시대를 녹여낸 작품이라 읽는 내가 만든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윤이형의 소설은 모두 '돌봄 노동'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었다. 하나는 남과 여, 부부간의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다른 하나는 부모님이 손주를 봐주는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희은과 정민이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는 삶의 연대를 보여준다.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면 간단한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녹아질 수 있는지 윤이형 소설가는 중편 소설로 그 세계를 열었다. 이미 끝난 관계를 돌아보는 이야기답게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이 이상하게 읽는 나의 마음에 툭툭 박혔다. 짐작해볼 뿐, 경험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각각 처한 상황을 완전히 공유할 수 없기에 쌓이는 오해가 안타까웠다. 우리로 하나가 되고자 결혼을 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로 각자의 삶이 묶인 듯 보여 씁쓸함이 전해졌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읽었고,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작품은 최은영의 「일 년」이었다.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계약직 인턴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윤이형 작가의 작품처럼 섬세한 묘사는 없었다. 소설 속에 작가의 말로 혹은 주인공의 말로 많은 설명을 더하지 않았다. 「일 년」은 1년이란 시간을 모두 담을 수 없는 단편 소설인 만큼,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생략이 오히려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읽으며 마음이 아릿했다. 인안대교를 지나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이 가졌던 대화는 표면상에 드러난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많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아는' 내가 조금 가엽기도 했다.


딱 한 번 소설을 읽고 그 감상을 쓰려고 하니, 잘 정리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설이어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꾸 내 삶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일을 다루고 있어 어려웠다. 소설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삶을 듣는 것 같아 더 그랬다. 다른 나라라면, 다른 시대라면 조금 거리를 두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마음에 받아들이면 되지만, 나의 지금을 바로 어제를 쓴 소설이라 선뜻 내 맘대로 편집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을 읽은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느 토요일 오후를 들여 소설을 읽었던 그 시간이 꽤 좋았다. 힘들다며 좋았다로 끝내는 건 모순이지만, 정말 내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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