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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수다
사토 미쓰로 지음, 양억관 옮김 / 김영사 / 2018년 12월
평점 :
『악마와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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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 속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했다. 『악마와의 수다』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으로, 악마가 속삭여주는 '행복의 비밀'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낸 이야기다. 저자는 "악이란 무엇인가? 그 근본 원인을 파헤쳐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근본 원인이 없으며, 악과 선을 결정짓는 결정권자가 자신일 때, 악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저자는 생각을 비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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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결정하는 자가 세계에서 정답을 갈구하면 영원한 미궁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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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면 결국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올바름을 의심하자!"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통념. 고정관념, 옳다고 믿었던 신념 등에 대하여 한 번 더 의심을 해보는 방향으로 『악마와의 수다』를 완성했다. 악마라는 다소 자극적인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했지만, 악마란 내가 믿는 '올바름' 혹은 '선'이라는 생각 뒤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관점의 생각임을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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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올바름이란 토대 위에 견고하게 쌓은 생각을 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악마의 대화를 읽다 보면 어쩌면 불확실한 내가 믿는 믿음의 토대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약한 생각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그 생각 하나가 가져오는 힘은 생각보다 굉장히 컸고, 날카롭게 마음과 생각에 박혀 있었다. 순간의 생각에 따라 입에서 나온 말을 계속해서 믿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르게 비틀어 본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생각과 말. 그 보이지 않은 실체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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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을 의심하라는 말은, 나의 정정당당한 생각이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돌아보라는 말이었다. 내가 믿는 정의,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은 규칙, 양심의 가책을 어디에서 느끼는지, 왜 사람과 세상에 실망하게 되는지, 간절히 바라는 일을 이루지 못했던 건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생각에 갇혀 나의 생각의 틀을 한정하지 않았나 돌아보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때때로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어 고개를 갸웃 거리기도 했다.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과 같이 마인드 컨트롤을 통하여 성공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미묘하게 닮은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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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에게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바가 상대에게서 나오지 않았을 때, 나는 종종 상대에게 실망하고 무섭게 돌아서곤 했다. 내 생각이 옳다고 믿는 것이 커서,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내 생각대로, 내가 결정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결정하고, 내 생각대로 했던 일이 어쩌면 "내 마음의 불안"을 계속 품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했지만, 그 생각의 순간에 내 마음이 내가 만든 세계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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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에게 올바름이라는 신화로 감싸 올린 세계에서 '나'를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넘어가는 페이지 수만큼 커졌다. 당연하다는 말 한마디로, 나의 생각의 가능성을 막는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다른 의견과 생각이 있어도 부딪치면 피곤하니깐, '지나가자'라며 묻어두었던 생각들도 하나 둘 떠올랐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다. 나의 생각과 말이 나의 삶을 만들었다면, 이를 바꾼다면 책 속 악마의 말처럼 나의 삶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것을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의 삶에 들어가도록 하는 건 지금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책을 읽으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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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수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생각만으로 확장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분출할 수 있는 발화점까지 온도를 끌어올리는 책이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대화체, 요약, 만화 등 다양한 요소가 책 중간중간에 들어 있어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말이 바뀌기까지. 변화의 발화점에 이르기까지가 참 쉽지 않다. 다만, "불가능은 없다"라는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악마와의 수다』는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일상에 드리워진 통념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불가능으로 묻어두지 말라고 당부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