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눈물을 닦으며 읽었던 소설,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이야기가 나왔다니. 루의 내일은 《미 비포 유》 이후로 늘 궁금했었다. 그다음 이야기 《애프터 유》를 읽었다. 그리고 그다음을 또 기다렸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져서. 그런데, 루가 돌아왔다니.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미 비포 유》 《애프터 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스틸 미》를.


《미 비포 유》를 읽으며 나는 윌의 감정에 더 깊이 들여다보며 읽었다. 생이 너무나 지독스럽고 고통스러워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데,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을 가장 찬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일이었단 윌의 마음에 울면서 소설을 읽었다. 루와 윌의 만남은 서로에게도 특별했지만, 독자인 나에게도 특별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보았고, 그 끝까지 한 권으로 다 읽으며 엄청난 여운에 마음이 절로 시큰해졌다.


죽음이란 방식으로 사랑의 끝을 본 루가 다시 행복해지는 《애프터 유》를 읽으며, 한편으로는 윌의 자리가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스쳤다. 사랑이 지나가고 또 다른 사랑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사실이 먼 발치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독자로서 쉽지 않았다. 왜 지나간 사랑에 마음이 쓰이는 건지. 그래서 샘이 등장한 《애프터 유》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스틸 미》를 읽었다.


《스틸 미》는 아릿하고 뜨거웠던 사랑과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기까지 과정을 지나, 그다음에 어떤 사랑과 마주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루에게 첫사랑과 같았던 윌과의 이야기를 담은 《미 비포 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또 다른 사랑으로 감당하는 《애프터 유》. 그리고 뒤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충분히 삶을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바로 《스틸 미》는 그런 이야기였다.


《스틸 미》는 장거리 연애를 할 때 느끼는 심리, 첫사랑과 몹시 닮은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충격, 그리고 연인의 배신에 이르기까지. 미묘하고 섬세하게 감정부터 숨 막히는 갈등의 순간을 루이자의 시점에서 차근차근 풀어낸다. 읽다 보면 마치 눈앞에 루이자기 있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윌의 존재가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녀의 마음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내 마음까지 들어와 가슴이 끊어질 듯 아프고 그러다 미묘한 행복감이 전해졌다.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채 끝나기도 하고, 헤어짐으로 끝나기도 하고, 죽음으로 끝나기도 한다. 끝난 자리에 무엇이 남을까. 결국 남는 건, 내가 아닐까. 함께하는 사랑이 끝나고도, 남는 건 언제나 '나'였다. 루이자는 죽음으로 윌과의 사랑이 끝났고, 샘과는 신뢰가 산산조각 나버리는 사건으로 이별을 맞는다. 상대는 떠나지만, 사랑 뒤에 그 사랑을 보낸 나는 남아 있었다. 그 '나'에 대한 소설이었다.


윌과 샘 그리고 조시까지. 사랑이 끝나고 시작되는 과정을 통해 루이자는 서서히 '나'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사랑의 끝을 맛본 후 이렇게 힘들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별이 두려워 자신의 세계에 숨어드는 루이자는 더 이상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다음 사랑을 끌어안을 용기가 그녀에게 생긴다. 벌꿀 색 스타킹을 당당하게 신고 거리를 걷는 그런, 루이자가 말이다.


​많은 소설의 속편은 본편보다 못하다. 가슴 설레는 떨리는 설렘이나, 이별 앞에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슬픔과 같이 로맨스 소설에 빠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는 여기에 없다. 하지만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 중심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굳게 지키는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이 있는 로맨스가 있었다. 《미 비포 유》처럼 사람의 마음을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주제의식이나 가슴 절절한 사랑은 등장하지 않는다. 《애프터 유》처럼 연인의 죽음 이후에 덧입혀진 슬픔을 헤어 나오는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스틸 미》에는 사랑이 끝나고 직장을 잃어도 새로운 사랑 앞에 망설이지 않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번에는 윌이 내게 바란 대로 살기로 작정했어요. 전에는 제대로 못 했거든요."


루이자의 마음 한켠에 항상 함께 있는 윌이 있었다.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도록 마음을 가볍게 떠밀어주는 존재가 곁에 없는 건 슬프지만 마음에 영원히 남을 사람을 만났다는 건, 역시 조금 부러웠다.


한밤중에 자주 윌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어처구니없게 청승 떨지 말고, 성취한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둠 속에 누워서 내가 이룬 성취를 손가락으로 꼽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집이 있었다. 돈을 받고 일했다. 여전히 뉴욕에 있고 친구들 속에서 지냈다.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긴 해도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전과 다르게 선택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기대어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을 잡는 루이자의 마지막은 그녀 다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대담하게 살아요, 클라크!"라며 윌이 바라던, 루이자 스스로가 만든 "대담한 클라크"를 《스틸 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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