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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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쓴 일기장을 꺼내 본 적이 있다. 3장을 넘기지 못하고 덮어 상자 안에 봉인했다. 나만 그럴까? 10대에 쓴 일기장을 읽는 건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 당시 내 생각과 마음이 담긴 기록을 보는 건, 그날 밤 이불이 찢어질 때까지 '이불킥-!'을 날려야 할 만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작 10년 전의 나인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지. 낯섦만큼 내가 자란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동시에 충동적이고 감성적이면서 한 생각과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관찰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모습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나였구나 싶다. 지금 생각해도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감정 기복이 심했고, 별것 아닌 일에 기뻐했고 슬퍼했다. 스스로 그 감정 변화가 당황스러울 만큼 생각의 성장통을 겪었다. 나를 지켜봐야 했을 부모님은 어땠을까?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속을 모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셨을 것이다.


『10대의 뇌』는 10년 전 나의 부모님과 같이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나의 자식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서 기이하게 느껴지는 자녀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표현하지 않아 도통 알 길 없는 그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두 아들의 엄마이자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신경과학 교수인 프랜시스 젠슨은 그 비밀이 너무도 궁금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프롤로그 "믿을 수 없겠지만 외계인은 아닙니다"를 읽으면 알 수 있듯, 뇌과학자인 그녀 역시 자신의 아들의 뇌는 이해하기 벅찼다. 그래서 그동안 진행하고,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저널리스트 에이미 엘리스 넛과 함께 『10대의 뇌』을 냈다.


『10대의 뇌』는 10대에도 뇌가 계속해서 발달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10대의 뇌와 성인의 뇌가 다르다는 물리적 결과를 토대로 왜 10대가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뇌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차근차근 공들여 설명한다. 15장으로 이루어진 본문은 10대의 뇌가 유아와 성인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한 후, 수면, 흡연, 알코올, 마약, 스트레스, 스마트폰 등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 외에 10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뇌가 성장할 때 성장 속도의 차이, 뇌 손상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토대로 차분히 알려준다. 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범죄를 저지른 10대의 처벌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10대의 행동은 너무나 기이하고 속 터질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10대가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흔한 오해와 달리 한 사람의 이성적 능력은 만 15세 정도면 거의 완전하게 발달한다. 특정 행동이 위험한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도 어른에게 뒤지지 않는다. _ 『10대의 뇌』, 142쪽


중요한 점은 "10대의 뇌가 성장 중이지만, 미성숙하다"로 오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10대의 뇌는 아직 성장하고 있고 몇몇 부분의 기능이 더디거나 부족할 수 있음을 말한 책이다. 예를 들어 10대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테트라히드로프레그네놀론에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10대들은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10대들은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왜 우리가 지금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그때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끙끙 앓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것과 10대가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또 뇌는 단일 기관이 아니라 여러 영역이 영향을 주고받는 기관이다.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이마엽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10대 때는 살짝 통제를 벗어나, 다른 뇌 영역들 역시 외부의 위협에 대해 더욱 극단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처리하기 힘든 10대는 때때로 잦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실수를 감지해서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돕는 전대상겉질 역시 10대에 성장하고 있어 성인에 비해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10대의 뇌는 성인과 차이를 보이지만, 10대의 뇌를 성인의 뇌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조기 학습량을 덕분에 똑똑한 10대를 많아져 더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청소년기는 아동기의 뛰어난 시냅스 가소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높은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학습과 기억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발달 단계"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학습할 위험에도 대단히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뇌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을 갈망하고 원하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으로 발현될 수 있는 뇌의 시냅스는 다른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고, "약간의 자극만 주면 이것이 좀 더 많은 자극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일종의 과도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일 화제인 jtbc 드라마 <sky 캐슬> 속 아이들의 모습이 과장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지적으로는 매우 똑똑하지만 무례하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건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10대가 아닐 수 있다. 10대의 뇌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이 한 가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특히 청소년기에서 뇌는 선천적인 영향과 후천적인 영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후천적인 영향으로는 노출되는 환경, 스트레스, 자극 등이 포함"된다. <sky 캐슬>은 굉장히 성장 중인 10대의 뇌에 어떤 자극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극이 초래한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통찰력이란 자신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이마엽과 앞이마엽에서 생기기 때문에 충분히 발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뇌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변화는 청소년기를 활기가 넘치는 시기로 만들어주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뇌가 아직 성숙 단계에 있어 유연성이 있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_ 『10대의 뇌』, 93쪽


저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10대의 뇌에 성숙한 뇌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대의 뇌를 통제하여 사춘기의 혼란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청소년기에 뇌는 그 시기만 잘 넘기는 뇌의 성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안니다. 평생 동안 자신의 삶을 핸들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앞이마껕질'의 발달이 필요한 때다. 다시말해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부모님과 선생님이 필요한 역할은 정재승 교수님의 말처럼 "성숙한 뇌 역할을 해주는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고, 현명한 조언자이자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 방법이 궁금하다면, 『10대의 뇌』를 펴보길 권한다. 혹시 이미 늦었다고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대가 아니어도 괜찮다. 희망적인 사실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벼운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우리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뇌를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10대의 뇌는 그 변화가 가장 드라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때라는 건 변함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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