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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커피 한 잔.
나에게 커피 한 잔은 누군가와 대화를 열어주는 열쇠다. 바쁜 일상에 치여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굳은 마음을 풀고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열쇠. 그도 그럴 것이 맛있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괜스레 마음이 풀어진다. 재잘재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 무더운 여름엔 신맛이 느껴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추운 겨울엔 따뜻한 카페 라떼, 기분이 울적할 때는 휘핑크림을 한가득 올린 바닐라 라떼,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는 콜드 브루. 내 기분에 맞추어 먹는 커피 한 잔은 상대와 즐기는 대화를 열어주는 커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커피 연구소》는 한 마디로 말하면, 커피를 더 맛있게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 교양서'다. 일명 닥터 커피(Dr. coffee)로 불리는 저자 숀 스테이먼은 "커피를 깊이 음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커피 한 잔 "가득 넘치는 행복 그러나 과하지 않은 활력을 선사"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담아 《커피 연구소》를 냈다. 책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콩, 로스팅, 추출, 커피의 맛. 각 장마다 궁금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커피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 명쾌하게 닥터 커피가 답을 알려준다.
각 장 제목 순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커피 한 잔이 우리의 입안을 즐겁게 하기까지 순서로 되어 있다. 수많은 식물 중 코페아속(屬)에는 124개의 품종이 있는데, 그중에 오로지 2종 코페아 아라비카와 코페아 카네포라만 그리고 그 둘을 교배한 종에서만 커피콩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까맣고 단단한 원두 445g를 얻기 위해 커피 열매(커피 체리)를 최소한 3kg을 따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이야기는 깔끔하게 답변하지만, 커피 체리를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커피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편안하게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때는 미처 몰랐던 커피콩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원두를 사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로스트와 추출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왜 사람들이 원두를 골라서 직접 갈아서 커피를 내려 먹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카페에 가면 3~10분 안에 커피 한 잔을 사 먹을 수 있고, 좀 더 쉽게 커피 믹스를 이용하면 1분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렇게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이유가 뭘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10명의 로스터에게 10개의 다른 커피가 나오듯, 나만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나만의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커피콩을 어떻게 보관하면 좋은지, 디카페인 커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는 등을 상식처럼 머리에 쏙 들어온다.
3장이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핵심이 담겨 있는 장이다. 보통 원두를 사서 직접 갈 거나, 갈은 원두를 많이들 구매해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사람들이 많다. 커피를 어떻게 내리면 좋은지 저자는 9가지 요소로 정리해 알려준다. 그리고 이 요소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팁"이라고 한다.
불순물이 없는 물로 온도는 90~96℃로 맞추어 (50년 전 연구에 따르면 이 온도에서 추출한 커피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균일한 크기의 모양의 커피 가루로 (이때 곱게 분쇄하면 산도가 낮아지고, 굵게 분쇄하면 산도가 높아진다.), 커피가 빨리 내려가라고 휘저어도 되지만 젓지 않아도 괜찮다. 압력을 가하면 좀 더 진한 커피를 끌어낼 수 있지만 집에서 압력을 가하기란 쉽지 않으니 생략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물과 커피의 황급 비율은 17.42:1이다. 물론 완벽한 황금 비율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약 18:1로 추출했을 때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낮을수록 커피의 맛이 당연히 진해진다.) 그리고 추출 시간이 길어지면 커피의 맛이 깊어지니, 깊은 맛을 좋아한다면 시간을 늘리면 된다. 커피 필터는 금속필터가 필터 맛을 느끼지 않게 하며 종이나 면은 소재의 맛이 커피에 낳을 수 있다. 용기가 미치는 영향도 있으니, 커피를 어떤 포트에 받아 잔 따를지 역시 중요하다고 한다.
솔직하게 커피 한 잔에 이 정도 노력을 기울일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커피 연구소》가 우리 집에 있다면 마음먹는 날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카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열었던걸, 우리집에서 가족과 혹은 초대한 사람들과 누리고 싶을 때가 아닐까. 커피를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커피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책 《커피 연구소》. 전문가 수준으로 커피에 대하여 이야기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적당하다. 마음만 먹으면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향기로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고, 커피를 내리며 무엇보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리며 넌지시 자랑할 커피에 대한 깨알 상식이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