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내가 좋다 - 불친절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혼자살이 가이드
게일 바즈-옥스레이드 외 지음, 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혼자'인 순간은 찾아온다.

 

부모님과 함께,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배우자와 함께, 자녀와 함께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에 익숙해져 '함께'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함께 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건 좋지만, 왠지 '혼자'라는 말에 '외톨이', '외로움'을 느껴져 꺼려지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혼자인 것도 좋지만, 역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 왠지 더 괜찮은 삶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결혼(혹은 동거)은 먼 이야기 같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스친다. 복잡한 문제다.

 

과연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에게만 찾아오는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결혼을 한 당사자에게도 이 문제는 다른 형태로 다가온다. 일단 의지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지만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부딪치고 그래서 힘겨운 순간도 종종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부관계다. 또 누군가에게는 부모님 혹은 배우자가 사고로,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가 인생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어쩌면 '함께' 누군가와 생을 사는 것보다 '혼자' 나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혼자인 내가 좋다》는 싱글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싱글이 된 사람들을 위한 '나 혼자 사는 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혼자인 내가 좋다》의 저자는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법을 알려준다. 누군가와 함께 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혼자 살면서 마주하는 경험을 차근차근 정리해 두었다. 마음 상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재정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일구어 나가야 하는지,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나를 위해서 행복하게 사는 팁을 총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리해 두었다. 또 그 안에 아이가 있는지, 경제 상황에 따라, 질병 유무, 직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려주고 있다. 저자 역시 갑작스럽게 혼자서 살게 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혼자가 되고 난 다음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두려움, 슬픔, 무력감 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혼자 삶을 살면서 점점 뚜렷해진 가치관을 바탕으로 어떻게 더 나은 싱글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혼자가 된 순간 개인을 힘들게 한 건 혼자라는 사실보다, 혼자인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관심이 때로는 상처가 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무관심한 태도일 때 혼자 사는 삶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누군가 생각 없이 내뱉는 말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비탄에 잠기거나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화를 삭이다 보면 문득 그들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혼자 삶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여타의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쓴웃음을 지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들. 저자는 과감하게 말한다. 참지 말라고. 물론, 저자의 화법이 직설적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쓴소리 좀 할게요."
"힘든 시기에 위로는 못 할망정 쓴소리라뇨? 그 말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하나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답니다."
"당신을 그 구멍으로 밀어버리고 싶군요."


물론 이렇게 말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혼자가 익숙해지고 좋아지려는 사람에게 '함께'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시선과 말은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음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적은 상황과 대화에 담긴 사례가 모든 싱글의 일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혼자살이에 불친절한 세상에 나를 지키는 냉소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싱글'의 삶을 경험해보지 나에게, 다시 '싱글'이 되는 삶을 다룬 《혼자인 내가 좋다》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6장 내일의 지도를 그리는 기술"과 "7장 비울수록 삶은 가뿐해진다"가 아닐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를 사랑하는 심리적 방법과 미니멀리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에 읽으며 자신의 삶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짬을 내서 할 일 목록을 점검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할 일을 내가 결정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남들에게 이리저리 끌려가게 된다.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먼저 처리할 일과 미뤄도 될 일을 결정한다.'처럼, 내가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산다는 건 혼자 사는 것과 별개로 개개인에게 필요한 일이다. 이처럼 《혼자인 내가 좋다》는 혼자가 아닌 모든 '내'가 더 행복하게, '나'로 완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범이 많다.


 

“혼자 있든 남들과 함께 있든, 웃고 떠들든 명상에 잠겨 있든, 이제 스스로의 모든 면을 포용하고 사랑하면 된다.”

 

 

이 당연한 말을 온 맘을 다해 말할 수 있다면, 《혼자인 내가 좋다》는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혼자 사는 삶이 어떤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에세이에 지쳤다면, 이제 이 책을 읽어보면 좋다. 특히 함께 살던 삶이라는 타성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라면, 나를 아낄 수 있는 방법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시니컬한 대화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살아가며 인생의 CEO로 거듭나고 싶은 당신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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