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Happiness is a choice you make.


우리나라 제목 『 나이 드는 맛 』과 사뭇 다른 원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죽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할, 그런 행복에 대하여 말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사회 변화 중 하나인 초고령 사회의 구성원인 노인들의 삶에 대하여 기술한 책이다. 오랜 시간 기자로 활동하였던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와 여섯 명의 초고령자 대표들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했고, 그를 토대로 책을 썼다. 처음에 저자는 나이 듦에 따라 총기가 옅어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활동성에 제약이 생기는 등의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이를 통해“노년의 고통과 어려움”을 사회에 공론화하여, 사회에서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노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는 뉴욕시에 거주하는 85세 이상 노인과 인터뷰하며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어질만한 지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정수”가 무엇인지 전하는 쪽으로 집필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당신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행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나이대에 맞춘 객관적인 모습을 띈다. 최근의 트렌드는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은 지금 이 순간보다, 언젠가 성공하길 바라며 하루하루 바라는 꿈과 같다. 언젠가 다가올 행복을 바라던 저자에게 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행복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야. 다음 세상에서가 아니라고. 오늘 밤에 춤추러 갈 거라서 행복한 게 아니야.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지가 않으면 자네는 행복한 게 아니야.” 행복의 순간을 현재로 끌어당기는 노인들의 생각은 불확실한 내일에 기댈 수 없는 제약으로 인한 것이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이 듦에 따라 생기는 노화는 “유한한 삶을 어떻게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도록 이끌었다.


“노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든 모르든 즐거움이 가득 넘치기 때문이다…… 인생은 추락하기 전, 천천히 아래를 향해 내려올 때가 가장 즐겁다. 나는 그 마지막 끝자락 위에 서 있는 시간에도 나름의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기쁨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기쁨이 될 수도 있다. 드디어 뭔가를 원하는 데 질려버렸고 다 끝났다니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는가.”
『 나이 드는 맛 』, 68쪽


여섯 명의 노인은 모두 다른 삶의 방식을 영위하고 있다. 노후 생활을 준비했는지, 사랑하는 반려자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의 차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 ‘노인’이라는 단어에 묶여있던 노년층의 삶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기억력이 떨어져 걱정할 거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인 관계를 맺는 것을 원한다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몸’이라는 생각에서 ‘할 수 없는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전략을 가진 몸’으로 마인드 셋을 하는 행동은 20대인 내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여 내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할 겨를이 없던 나의 지금과 사뭇 다른 결의 지금을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보다, 인터뷰를 토대로 한 문화기술지와 닮은 『 나이 드는 맛 』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있다. 두 갈래로 나눈 책은, 초고령자의 삶의 정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노력한 구성으로 보인다. 1부는 어머니를 비롯한 노인들과 만남과 각각이 이야기하는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소개한다. 이때, 저자는 노인에 대한 선행연구를 적극 활용하여, 노인들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과 실제 노인들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소개한다.


이후 2부에선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저자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심으로 작성한 심층 연구 결과를 다룬다. 점점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감사할 수 있고,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받아들이는 대상으로 보는지, 누군가를 어떻게 하면 더 사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한 사람으로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나에게 소중한 것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차근차근 말한다.


2019년. 누구나 공평하게 한 살씩 먹었다. 피할 수 없는 ‘한 살’을 누군가는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는 슬픈 마음으로 누군가는 무념무상으로 먹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세 가지 마음가짐 중 한 가지 마음 상태로 나이를 먹었다. 『 나이 드는 맛 』과 함께 맞이한 2019년은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볼까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더 행복할까?


그는 한때 억울하고 우울했다. 20대나 30대에는 아흔 이후가 이렇게 찬란할 거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년을 함께한 후 나는 그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고령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거의 완성된 자신의 인생을 볼 수 있었고, 그가 미래에 가지게 될지 모르는 것들이 아니라 이미 그에게 주어진 것들을 누리며 인생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이 드는 맛 』, 288쪽


나는 지금까지 이룬 성취보다 앞으로 해나갈 일들이 더 많은 인생의 단계에 서 있다. 60년 후쯤에 내가 나의 오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다만, 나이 든 사람들 중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마음가짐이 불러온 실천은 지극히 평범하면서 특별할 것 없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을 친절하게 도와주고,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연인에게 사랑을 말하고, 즐기듯 글을(일을) 쓰고(하고), 가족을 아끼고, 하루하루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 손에 닿는 위치에 놓인 행복을 온전히 기쁨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불안한 내일이 때때로 엄습할 수 있지만, 불안한 내일을 불확실한 내일로 만드는 건, 오늘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달려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설사 오늘을 행복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책 속에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의 어제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 행복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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