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
알렉스 레이크 지음, 민지현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최선을 다해 범인을 예측하라, 하지만 결말은 당신의 예상 밖일 것이다."


소설의 카피처럼 나는 최선을 다해 범인을 예측했고, 《카피캣》의 결말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의 삶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도 없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삶에 드리워진 순간 불신과 추측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곤 한다. 혹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맹신과 결론이 습격하듯 찾아오는 것이 삶이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무너지는 것이 삶이고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장르가 스릴러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카피캣》은 의심과 확신을 오가는 심리를 잘 묘사한 소설이다. 세라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 만든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발견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G메일 계정에서 친구에게로 메일이 송신되고, 아마존에서 책을 구매하고, 이제는 자신의 전화번호로 문자까지 온다. 그리고 집을 떠나 런던을 도착해 시댁에 머물고 있는데, 자신의 필체로 쓴 편지가 그곳까지 따라온다. 의사로 일을 하고 있던 세라는 자신의 삶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가짜 세라가 보내는 습격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이야기다.


주인공 세라는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유능한 의사다. 우연한 만남을 운명으로 만든 사랑하는 남편 벤의 아내이자,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명랑한 삼 남매의 어머니다. 누가 보더라도 화목한 가족이다. 때때로 무료함과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일상에 불만보다 만족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세라에게 오랜만에 레이첼이 연락을 한다. 레이첼은 이상한 말을 한다. "세라, 어떤 게 진짜 네 페이스 북 계정이야?" 그렇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 두 개라는 사실을 레이첼을 통해 전해 듣는다. 가짜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간 세라는 자신의 은밀한 일상까지 모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처음에는 서버의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의 삶 가까이에 들어오는 가짜 세라는 그녀의 삶 자체가 흔들린다. 단순한 시스템 오류뿐만 아니라 자신의 필체로 쓴 편지, 문자 메시지 그리고 사진들을 보고 세라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한 짓이 아닐까 의심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갑작스럽게 연락한 레이첼, 남편 등등 주변 사람을 의심한다. 의심과 확신을 오가는 사이 세라가 자신만 알고 있던 은밀한 비밀까지 남편에게 밝혀진다.


과거의 시간이 오늘의 그녀를 사로잡을 것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세라가 치르게 될 대가는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 그래서 그녀 곁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그녀마저도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_ 《카피캣》, 226쪽


가짜 세라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세라는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와 또 다른 형태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사람의 존재에 대하여 믿었지만, 그 믿음이 부른 결론에 세라는 충격을 받는다. 세라를 믿는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진다. 그리고 남편 벤과 친구들마저 자신을 해리성 둔주 환자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가짜 세라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한 세라 사이에는 기묘한 대립감이 흐른다. 불안 장애를 겪었고, 불륜을 저지른 세라의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남에 따라 소설은 어느새 진짜 세라가 가짜 세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독자에게 심어준다. 세라, 벤에 대한 심리 묘사 이후에 나오는 가짜 세라의 생각은 세라의 일상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디어 가짜 세라의 정체를 세라가 잡은 순간, 세라는 또 다른 극한 두려움에 빠지고 만다. 지금의 사건이 있기 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시 행복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세라의 믿음이 무너지고 만다.


《카피캣》은 불안의 그림자가 주인공의 마음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산산이 무너지고 파괴하는지 보여준다. SNS가 일상화된 요즘, 세라와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심어준다. 과연 나는 다 알고 있고, 굳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주변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다. 내가 믿고 있는 것보다 더 믿어야 할 사람과, 내가 믿고 있는 것보다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신뢰와 불신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난, 세라와 같은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지 않은 편이라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평가할 수 없지만, 꽤 재미있게 읽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소설 중에, 1부가 지루하긴 했지만. 2, 3부에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집중할 수 있었다. 덧붙여 스포 하지 않고 리뷰를 쓰느라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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