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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UPLOAD/user/g/p/gps5059/tmp/image_8024658541542204159783.jpg)
라곰은 당신의 삶에 적절한 지점을
뜻한다.
라곰. '라아-고옴'. 스웨덴 라이프 스타일이 전 세계인의 삶 속에
전해지고 있다. '딱 알맞은 양' 또는 '모든 것을 적당히' 정도로 번역하는 라곰은 스웨덴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말이다. 밥을 먹을 때 급하게
먹지 않는다. 가공한 음식이 아니라, 숲속에서 딴 열매와 버섯을 먹는 것을 추구한다. 계피 빵과 커피를 매일매일 먹지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먹는다. 나만의 공간을 침해하는 걸 거부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삶의 반경을 존중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람들과 체면이나 예의를
차리기보다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일을 할 때, "일을 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일을 한다." 집의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값비싸거나 화려한 디자인보다 심플하고 실용적인 가구,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태어난 이유 역시, '라곰'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라곰은 스웨덴과 스웨덴 사람들을 설명해주는 '단어'다. 《라곰》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자였던 저자가 스웨덴 사람과 결혼한
후, 스톡홀름에 살면서 경험한 문화에 대하여 쓴 책이다. 그 문화가 바로 '라곰'이다.
라곰은 인간성과 관련해 필수적인 주제를 금기시하는 문화적 제약에 숨 쉴
틈을 준다.
라곰은 당신이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감출 필요도, 사과할 필요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한다.
라곰의 기준은 '나'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 나에게 알맞은
정도가 바로 라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라곰과 상대의 라곰이 다름을 인정한다. 스웨덴이라는 한 나라를 보여주는 말이지만, 각각이 느끼는
라곰의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을 저자는 계속하여 강조한다. 그만큼 라곰의 주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웨덴에서 통용되는 라곰의 정도고
형성되어 있어 보이지만, 개인의 라곰을 존중하는 점에서 '라곰'을 주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치열하고 분주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정도에 맞추기 위해 달려나가거나, 벅차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비우는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곤 한다. 두 가지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내가 원해서 선택하기 보다, 사회가 나를 쫓아오는 듯 우리는 살아가곤 한다. 남의 기준에 '적당함'을 맞추는 삶을 살아가에 벅차, 우리는
'나'에게 '적당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곤 한다. 라곰은 "우리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피도록"이끈다. 내 생활이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그리고 균형 잡혀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
때때로 우리가 원한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진정한 필요를 다른 무언가로 슬쩍 감춘 것일 수도 있다. 웰빙에 이르는 길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가 삶의 어디에 서 있는지, 매
단계마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라곰》은 총 1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곰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개괄적인 설명을 한 후, 스웨덴인 삶 속에 라곰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살펴본다. 음식, 웰빙, 아름다움, 소유, 인간관계, 직장생활,
돈, 자연 등에서 라곰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쓴 책이다. 각 장이 모두 의미 있고, 삶에서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적인
방법보다는 라곰을 이해할 수 있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라곰》을 읽다 보면, 저자가 겪었던 실수와 오해, 그리고 시간이 지나 조금씩
알게된 스웨덴의 모습들을 단정하게 정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저자의 글 역시, 라곰하게 좋다. (당연히,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저자는 라곰의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서 자라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후 이방인으로 라곰을 접했다. 라곰의 본질을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곡되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 사람이 말하는 방식, 언어의 표현을 직역하면 우리의 생각보다 많이 직설적이라 이방인인 저자의 글이 우리에게
더 잘 맞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스케치하듯 스웨덴 문화를 다룬 점은 아쉽다. 마치 라곰에 대한 '트레일러' 영상을 본
것 같다. 몇몇 대목은 스웨덴 최근 문화를 녹여낸 흔적들이 보이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라곰을 이해하길 기대하며 《라곰》을 읽었다면 조금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라곰》은 라곰이 얼마나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인지 알아보고 싶게 만들기에는
라곰하다.
라곰은 결코 중간이나 보통, 대중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준을 찾도록 우리를 토닥인다. 강점에 집중하고 약한 부분은 위임하여 조화와 균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라곰》을 읽으며,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가 힘들어한 이유를 알
듯싶었다. 아무도 침범하지 않았던 그의 라곰의 정도에 벗어난 친밀함이 무례함으로 다가온 이유를 말이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에 그의 태도가 바뀐
것 역시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 무미건조한 삶이나 냉소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스웨덴의 문화가 유행하는 이유는 차분함 안에 나를
유지하는 그 힘이 '라곰'의 문화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라곰의 가치를 받아들이되 현재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우리의
의식이 이끄는 작은 변화는 내면의 균형에 더욱 가까이 가도록 돕는다.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마음 한가운데 있다. 우리는 이를 보듬고 키우기
위해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마음 깊숙한 곳의 가치가 커질 때 편안함과 만족이 자연스레 우리를 감싸며 꽃을 피운다. 이것이야말로 스웨덴식 행복의
비결이다."라고 말한다. 감정의 기복을 따라 행복과 불행을 나누지 않고, 마음의 평형 상태를 추구하는 라곰. 나는 스웨덴의 여유롭고 광활한
자연 풍광과 사뭇 다른 서울에 살고 있다. '라곰'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면 들쑥날쑥했던 나의 행복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