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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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하여 이야기한 책이다. 동정심을 불러오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장애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말한다. 논리적인 수사나 철학, 윤리, 사회학 이론보다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통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들려준다. 때때로 사람을 설득할 때 이성보다 감성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감성을 넘어 삶 그 자체가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가 그런 책이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족들과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 일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살면서, '당연했던 모든 것'은 '꿈'이 되어버렸다. 직장을 다니는 것을 떠나 거리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이건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비장애인과 사회에서 마주할 때마다 발생하는 부딪힘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장애인 가족들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의 저자 류승연 씨는 장애인 가족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장애도'에서 보낸 3년이라고 말한다. 장애도란 "실재하진 않지만 실존하는 섬으로, 세상과는 차단되어 오로지 장애로만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당연히 누가 들어가라고 떠밀어서 들어간 건 아니다.


살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하여 장애가 있는 자식과 가족들이 매일 살아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세상에서 격리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장애도'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갑니다.


'다름'과 '틀림'이 엄연히 다른 걸 알지만 '장애인'이 자신의 가까이 있다는 건 좀 그렇다. 왠지 내 이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사는 동네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몸이 불편하니, 그들을 배려해 산 좋고 물 좋은 데 있는 보호 시설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지만, 장애인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 그들끼리 있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장애도'로 걸어가게 만드는 생각이다. 그 장애도에는 희망은 없고 절망과 슬픔만이 있다. 류승연씨는 그곳에서 벗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고 말한다. '장애'가 찾아왔지만,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굳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나오기란 쉽지 않다고.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없을까.


장애는 모두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당사자에게, 그 가족에게. 그리고 평생을 함께 한다. 누구도 장애를 겪기 전까지, 장애를 대비하지 않는다. 물질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물론 기적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기적을 바라기에 인생은 불공평하고, 길다. 결국 장애인과 그 가족이 장애도에서 벗어나는 건 얼마나 빨리 익숙해지느냐 그리고 잘 대처하는가에 달려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잘'이 어렵다. 저자는 그 '잘'의 몫을 장애인 가족에게만 짊어지게 하지 말자고 말한다. 사회가 함께 감당해주는 방법을 말한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만 또 어렵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장애인이기에 앞서 나와 똑같은 사람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대상화하는 일을 감지하는데 무디다.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보조 의자"에 대한 부분이었다. 발달 장애를 겪는 학생이 선생님과 보조 교사가 한눈을 판 사이에 어디로 가거나 다칠까 봐 의자에 벨트로 고정해 가만히 앉아 있도록 만든 의자다. 이 설명에 장애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동의를 했었다고 한다. 부모에게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 움직이지 못하게 의자에 묶어둔다고 할 때 쉽게 동의할까.  마치 발달 장애 학생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명백한 인권침해다. 몇몇 특수 학교의 문제라고 믿지만, 나는 인강학교에서 있었던 장애 학생 폭행 문제보다 이 문제가 더 소름 끼쳤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정말 많다. 내가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읽으며 찾은 이유는 인간으로서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서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이 아닌 특수학교에 보호 의자가 있는 이유, 인강학교에서 벌어진 장애학생 폭행 사건이 있었던 이유. 장애인들만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존엄은 태어난 순간부터 가진 권리다. 그 존엄을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우리 모두가 함께 공공의 감시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존엄을 스스로 지키기 어렵다.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그들의 인권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인 가족이 될 수 있다. 장애인도 우리가 누리는 일상을 누리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원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간절히 바란다. 인간으로서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장애인과 함께 살며 느끼는 낯섦 혹은 불편함을 모두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일단은 장애인을 대상화하지 않는 것으로 보험금을 내보면 어떨까?


(제 글에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아직 보험금 내는데 서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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