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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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인 예쁜 이 책,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를 샀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tvN에서 했던 <신혼일기>를 종종 봤다. 챙겨보는 건 아니었지만, TV 채널을 돌리다가 걸리면 무슨 내용인지 들여다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고요한 시골집에서 두 사람이 알콩달콩 채우는 시간을 보며 빙긋 웃기도 했고, 별거 아닌 일에 토라지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준 프로그램이었지만, 챙겨보지 않았던 이유는 "몹시 이상적인 그림"때문이었다.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예쁘고 그림 같은 모습이라서. (결혼을 할지 안 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내고 싶은 모습일 수는 있어도, 보내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지 않았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과는 정말 다른 한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예쁜 영상과 BGM 대신 삐뚤삐뚤 선과 중간중간 그림을 물들인 색깔이 돋보이는 드로잉과 그림만큼 때론 그림보다 더 긴 글로 담아낸  일상을.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박조건형, 김비 부부가 자신들의 일상을 엮은 책이다. 나오지 못할 뻔한 극적인 사연이 맨 처음 나오는 어느 예술가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책이다. 신랑 박조건형 씨는 펜을 들고 오랜 시간 공들였음이 한눈에 보이는 세밀화로 일상을 기록하고, 그의 짝지 김비 작가는 그림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는다.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이 마냥 부러운 일상은 아니다. 누구나 하나 둘 혹은 그 이상 가지고 있는 어려움도 툭툭 묻어 있고, 삶의 고단함도 자연스레 배어 있지만 그 모든 게 정말 별것 아닌데. 그런데 예쁜, 정말 예쁜 책이다. 나보다 더 이 책을 잘 표현한, 다른 독자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읽다 보면 이들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소중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으로,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책"이다.



새 책이 나오면 제일 첫 번째로 나에게 사인본을 선물해 주신다.
소설 쓰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말을 한 박조건형 씨가 못내 어색해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마치 독자에게 말하듯, 또 다른 작가이자 자신의 짝지에게 하는 말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어투라, 이 부분을 읽으며 책장을 빠르게 넘기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열심히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는 김비 작가의 모습에 더해진 설명도 설명이지만, 그 설명과 그림을 완성해준 건 '사랑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좀처럼 짝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그림으로만 표현한 저자가 글로 확 와닿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25년간 따라온 우울증이나 쉽지 않았던 인생의 걸음걸음들, 반갑지 않았던 뇌종양까지 앓았던 자신의 삶은 담담하게, 짝지와 주변에 자신과 다른 듯 비슷한 듯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사랑스럽게. 박조건형 씨가 얼마나 자신의 가족, 일, 동네, 삶을 사랑하는지 동일한 그림체로 표현했지만, 유독 짝지의 그림이 더 예뻐 보이는 건 화가의 마음 때문도 있고, 그 화가의 마음을 안경 삼아 끼고서 그림을 바라본 이유도 있다. 



사랑이란 원래 변하는 거라고 인정해 버리면 간신히 붙들고 있던 그 모든 사랑의 기억마저 훼손되는 것 같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매일 그 사람을 새로이 사랑하는 수밖에 기억하고 쓰고 그리며 내일 다시 또 사랑해야 하겠구나. 늙어가는 우리 사랑을 끌어안는 수밖에.



별것 아니라는 말이 모순이다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쁘게 사랑하는 부부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기 때문에 함께 있는 순간이 행복하고, 상대를 존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 그 사람을 사랑하고, 또 내일의 그 사람을 사랑할 것이란 다짐을 읽으며, 사랑이란 늘 현재여야 한다는 그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과거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는 것이나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하는 것보다 지금 행복하게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삶에 속여낸 부부는 예쁘지 않을 수 없다. 이 것이 그림 같았던 <신혼 부부>와 또 다르게, 정말 그림 그 자체인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가 예뻐 보인 이유다.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
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우리의 시간을, 아름다운 생의 그림들로 채워 가면서.




김비 작가가 "언젠가 한번은 '오래도록 품에 안고 싶은' 책을 한 권 쓰고 싶다"고 책에서 말했다. 아마 그의 신랑에게 이 책은 오래도록 품에 안고 싶은 책이지 않을까. 혹은 김비 작가 자신에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닐까. 완성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을 다 아는 두 사람에게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솔직하게 그 이야기를 짐작만 하는 독자에게는 가끔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 아닐까. 독자로 욕심을 부리자면, 가끔 들여다볼 책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42일간 다녔던 유럽 여행기도 좋고, 혹은 다른 여행기도 대환영이다. 두 사람이 여행지에서 나눈 대화, 바라본 풍경 그리고 그 시간 속 이야기가 궁금하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듯 닮은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니까. 다른 모습은 다른 모습대로, 닮은 모습은 닮은 모습대로 기대가 된다.


부디 오래 걸리더라도, 부부가 서로를 단단하게 잡아주며 완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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