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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평점 :
인간은 합리적인가, 아닌가. 과거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교 1학년 경제학 개론 수업 시간에 인간은 합리성을 지닌 존재라고 배웠다. 하지만 한 심리학자는 "직관"이라는 비이성적인 면과 "느린 이성"이라는 합리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말을 한번 읽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다시 읽어보면 그럴듯한 이야기 같아 보인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직면한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명쾌한 해답보다 잠 못 이루며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때로는 결국 이상한 결정과 결론에 이르곤 한다. 분명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한 것을 고민한 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고민을 한 후, 좋은 답안지가 우리 곁에 있음에도 때때로 자기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선택이 그렇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 많다.
가끔 이상한 결정을 하는 모습을 경험적으로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론화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이는 이 사실을 이론으로 완성한 사람이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이다. 그는 정통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였지만 그는 심리학이란 학문과 경제학이란 학문을 융합하여 독자적인 이론을 완성했다. '전망론'이라고 불리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벨경제학상 최초로 심리학자로 수상하는 영예를 얻는다. 이 영광을 기점으로 그와 동료 트버스키가 전망 이론을 발표한 1979년을 행동경제학의 원년으로 삼을 만큼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그의 이론을 많은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인데 이에 대하여 나심 탈레브는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기억하는 자아가 경험하는 자아의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은 애초의 내 생각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학계의 극찬과 대중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론을 집대성하여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이 진정성 있는 이유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이론을 창시한 대가이지만, 이에 대하여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의 이론은 우리가 평소 쉽게 생각하는 경제학 이론들과 달리, 인간의 생각에 대하여 생각한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의 경험을 통해 이를 이론화할 뼈대를 찾아내야 했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에 관한 생각』의 목차를 보면 그가 이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였고, 그 고민의 결과 술술 읽히는 행동경제학 교양서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집필한 동기는 행동경제학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이 작동하는 원리를 바라보는 하나의 견해"를 밝히고자 하는 데 있다. 즉, 그는 자신의 이론을 가장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작동하며 이를 설명하고자 하며 그 설명하는 방법이 자신이 고안한 이론이다. 그가 자신의 이론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생각에 관한 생각』은 조금 다른 결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도 힘겨웠던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머리말에 적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으며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어느 책보다 책의 가닥이 쉽게 잡혔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인간의 사고 체계를 분석했던 틀을 소개한다. 그는 인간의 생각에는 두 개의 시스템이 존재하며,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빠른 직관이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실제 생각은 '빠른 직관'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두 시스템이 서로 상호 작용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결과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 속에서 포착할 수 있는데, 이를 3가지로 나누어 2~4부에 거쳐 설명한다. "어림짐작과 편향", "과신", "선택"으로 나누어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속이며, 스스로를 속인 인간이 사회 내에서 어떤 비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말한다. 마지막 장은 두 자아다. 앞선 분석을 토대로 우리가 삶을 "편향"되게 혹은 "과신"하며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생각의 근원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장이다. 이를 다 읽고 나니,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나의 생각을 되짚어 볼 수 있었고 나의 생각과 나의 자아의 상관관계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장은 실제로 우리의 생각이 어떤 오작동을 하는지 설명하는 장들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을 쿡쿡 찌르는 분석이었기 때문이다. "탈레브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과거를 설명하는 조잡한 이야기를 꾸며놓고 그것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인다." 리플리 증후군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한 설명이다. "판단에 대한 주관적 확신은 옳을 확률을 합리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아니다. 해당 정보가 조리 있고, 머릿속에서 그 정보를 처리하기가 편안해서 생기는 느낌일 뿐이다. 불확실성을 진지하게 인정해야 하는 데도 판단을 확신하는 까닭은 머릿속에서, 꼭 옳지는 않더라도 조리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결과라고 믿는 생각조차 때때로 나의 직관이 깊이 관여한 결과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를 사랑하는 수줍은 어떤 여학생이 중국문학 전공자인지 경영학 전공자인지 추측해야 할 때" 우리는 중국문학을 전공하는 모든 여학생이 수줍고 시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경영학 전공자가 많기 때문에 경영학 전공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중국문학을 전공한다는 쪽으로 자신의 생각이 기우는 방식이 바로 나의 "빠른 직관"의 영향이다.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우리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볼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 데 있다. 그 생각의 오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중간중간 이야기한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더불어 기억하기 좋게 표현하라. 가능하면 시처럼 써라. 그러면 진실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라는 대목을 읽다 보면, 광고 카피라이팅이 저절로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겨진 문장은 대부분 '시'처럼 쓰여 있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생각에 대하여 생각하는 건, 나의 비합리적인 생각에 제동을 걸기 위함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넌지시 밀어 넣을 수 있는 요령을 알기에도 좋은 듯싶다. 하지만 아직 난 나를 성찰하는 읽기가 더 좋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듣기보다 자신의 행동에 나타난 놀라운 점을 찾아낼 때 무언가를 배울 확률이 높다."라는 대목을 읽으며 괜스레 웃음이 삐죽삐죽 나왔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행복에 관해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으며, 따라서 단순한 의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더러는 과학 발전이 우리를 전보다 더 혼란스럽게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나의 생각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어서 좋지만, 그보다 그렇게 내 생각을 돌아보는 것이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 좋았다. 나의 삶을 지배하는 나의 생각에 대해,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생각이 조금 더 탄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