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맥주어 사전 - 보리라고는 보리차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맥주 교양
리스 에미 지음, 황세정 옮김, 세노오 유키코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UPLOAD/user/g/p/gps5059/tmp/image_4934222971533739825561.jpg)
"식사를 할 때
반주로 또는 가벼운 술자리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 그런 맥주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느끼고
계시나요?"
어렸을 때, 맥주 광고를 보았을 때
'어떤 것이기에 저렇게 맛있게 마실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스무 살이 되어서 처음 맥주를 마시고 느낀 배신감이란.. 그때의 난 맥주의 맛을
알기에 어리기도 했고, 맥주가 어떤 술인지도 몰랐다. 나에게 맥주는 실제 맛보다보이는 이미지가 더 청량한 술이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맥주 한
잔은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는 다독임이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을 짜릿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찾게 만들어주는 휴식과
닮아 있다. 또 누군가에게 맥주 한 잔은 식사 자리에 음식 맛을 돋우는 양념이다. 점심 식사 시간에 한 잔의 맥주는 업무와 업무 사이에 작지만
강한 쉼표를 남긴다. 그런가 하면 맥주 한 잔은 어느 나라에선 물만큼이나 일상적인 음료이기도 하고, 과거부터 내려오던 맛을 지키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깃든 음식이기도 했다.
기원전 6000년경 제4 빙하기가 끝나고
중석기 시대가 도래하자, 사람들은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밀맥아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는데,
그러다 우연히 맥아로 만든 빵을 물에 빠뜨렸다. 시간이 지난 뒤 먹어보았더니, 오묘한 맛을 내는 음료로 변했다. 이후 기원전 3000년경에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점토판에 기록해두었고, 인근의 이집트 문명으로도 전해지게 된다. 중동 지역에서 처음 태어난 맥주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사람들을 매혹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새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주종 중 하나가 되었다. 맥주는 문명과 문명으로, 또 나라와 나라로, 대륙을
넘나들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 처음 맥주가 태어난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종교적 이유로 맥주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은밀하게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맥주가 닿지 않은 땅은 없는 듯싶다. 인종과 문화를 넘나들며 전 세계 성인들이 즐기는 술, 맥주.
나이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술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기존의 주류 회사에서
팔던 맥주가 아닌 수제 맥주나 수입 맥주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맥주를 술 이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강에서 가볍게 마시는 한 잔,
혼술의 대표 주자, 치킨의 영원한 짝꿍 하면 자연스레 맥주를 떠올릴 만큼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이지만, 맥주를 직접 제조해서 마시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카페만큼이나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펍'을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술이라는 단어는 조금 부정적이지만, 맥주는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맥주의 이미지는 다른
술들과 달리 친근하고 청량감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담긴 듯한 느낌이다. 단지 광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인 에스 에미가 쓴 <맥주어
사전>을 읽다 보면, 맥주가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나 싶어 놀란다. "맥아즙을
발효시키면 맥아즙의 당류가 에탄올과 추가해 2차 발효 또는 3차 발효까지 할 때도 있다. 발효의 원리가 밝혀진
것은 19세기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발효를
이용하여 맥주"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맥주가 가지고 있는 의미,
다양한 종류의 맥주잔 모양에 대한 이야기, 발효 방식이나 효모에 따라 맥주의 맛과 풍미가 전혀 달라진다는 설명은 어렵지 않고 쉽게 맥주에 대한
상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분명 '가볍게 쌓을 수 있는 맥주 상식'이지만, '맥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다 알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에 대한 정보를 읽는 즐거움도 크다. 안주라는 단어 풀이에는 과카몰리, 팔라펠, 후무스, 모이모이, 피시앤칩스
등을 다루지만 사전 곳곳에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를 가장 간단하게 전달하고자 했고, 때로는 다양한 상식과
에피소드를 함께 엮어 사전이지만 이야기집과 같다.
꿀꺽꿀꺽. 마시면 입안을 스치고 지나가는
술이라는 정보 이상이 필요한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맥주어 사전>과 함께 맥주의 모든 걸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통해 피로를 풀고 마음의 시름을 내려놓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든 사람에게 맥주는 입안을 맴도는 술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맥주를 함께 혹은 혼자 마시며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면 어떨까. <맥주어사전>은 맥주 자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맥주와 관련된 다양한 상식과 에피소드를 짧지만 압축적으로 함께 엮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맛뿐만 아니라 단맛, 쓴맛, 개운한 맛, 깊은 맛,
무거운 맛. 맥주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조금 더 다양하게 맥주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듯,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과한
음주는 실수와 후회를 부른다는 점이다. 절대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발효시킨 맥주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만큼만 마시는 것이 진짜
맥주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킨 뒤, 아는 만큼 느껴지는 맥주를 즐기라고
말한다.
<맥주어 사전>은 전문가
수준으로 맥주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 아니다. 친구들과 가볍게 마시는 맥주 한 잔처럼, 적당하고 부담 없는 수준의 맥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줄글이 아니고, 사전의 형식이기 때문에 궁금한 내용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목차를 보고 골라서 읽으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의 맛이
무엇인지. 나에겐 그저 그런 술일뿐인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자 역시 올바르게 읽는 방법으로 "출퇴근길이나
휴일에 집에서 문득 생각났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가볍게 읽고, 그 가벼운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미 맛있는 맥주를 더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얼른 <맥주어 사전>을 읽어보길 권한다. 얼른 펼쳐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