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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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듦에 따라, 서서히 기억이 흐릿해져 '지금'을 잃어가는 슬픈 병, 치매다. 2018년 7월 국회 예산 정책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2014년 51만 명에서 2020년에 84만 명, 2050년 271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72만여 명으로 12분에 1명꼴로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치매는 몇몇 사람들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그리고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질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유병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치매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치매는 돌봄이 필요한 질병이다. 그리고 그 돌봄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치매를 바라봐야 하는 사람에게 참으로 벅찬 일이다. 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분 역시 우리와 동일한 사람임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다. 돌봄의 대상으로, 환자로만 바라본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치매 환자를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 한 PD의 기획 결과물을 엮은 책이다. 치매를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한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다. 반나절 정도 운영하고, 메뉴는 오직 3가지. 하지만 그럼에도 주문과 다른 음식을 내어 줄 수 있는 요리점. 그곳이 바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어서 오세요.
조금 요상한 이름의 이 레스토랑에 흥미를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단순히 치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치매를 앓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꿈과 소망이 담긴 책이다. 오구니 시로 프로듀서는 2013년 심실빈맥 발병으로 그동안 애정을 쏟아온 프로그램 제작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때로는 좌절했지만, 그는 "방송이 가지는 가치를 다른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려는 목표하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다. 이 책 속에는 요리점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그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요리점에 찾아온 손님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문과 다른 요리를 먹어도 괜찮은 이유는, 그 요리점이 음식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의 따뜻한 정을 채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려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효율성의 자리에 가치를 채워 넣을 수 있는 마음의 품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다. 

테쓰 씨의 기억 속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아직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 '내가 일을 했다'는 기억이, 예전에 아들 가게에서 일했던 기억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주문을 틀릴 수 있다, 이를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구한다. 이것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손님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틀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이지만, 그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었다. 병원 안에서 혹은 가정에서 돌봄의 대상이었던 환자가 아니라, 질병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한 사람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그 점이 이 프로젝트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지만, 그 배려가 불쾌감을 부르거나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이해하는 것과 같이 작은 일일 수 있다. 

한 가지 일이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닐까.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역시 그 존재 자체만으로 치매만으로 치매 환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기획한 오구니 씨도, 꿈만 같은 일을 실현해낸 스태프들도 거기까지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실수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장소가 있다.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 지점에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데리고 가면 분명히 아들이 기뻐할 만한 장소가 생겼다는 사실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물론 이 작은 프로젝트가 치매에 대한 모든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다. 여전히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다. 혹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렇기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속 이야기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르다.이 아름답고 마음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 실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치매 노인, 치매 환자가 아닌,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해보았다. 실수를 하지만, 그 실수를 미소로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가득 찬 사회를 말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속에 주는 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치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어떻게 치매를 바라보았는지, 나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그러다 보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이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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