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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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는 급속한 도시화, 성장,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서 암, 대사, 노화와 죽음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노화와 죽음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씨름하고 있는 주요 도전 과제와 현안 중 일부를 어떻게 하면 통합된 단일 개념 틀로 파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7p.)

 

  연일 지속되는 더위에 지치는 요즘이다. 낮은 물론 낮에 데워진 도시는 밤까지 도시를 뜨겁게 불태운다.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서울을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무더운 여름에만 그럴까. 바쁜 일상 중에 문득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나 귀농해서 자연이 주는 풍요를 만끽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거대한 규모의 도시에서 얻기 힘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도시를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커졌지만, 여전히 도시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면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이다. 2달마다 지구에  1,500만 명인 대도시 뉴욕만 한 곳이 하나 더 생길 만큼 '도시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왜 도시는 자꾸만 생겨날까.
더 정확하게 규모가 큰 대도시가 자꾸만 생겨날까.

 

제프리 웨스트 교수는 샌타페이 연구진과 함께 "동일한 규모 증감의 법칙, 스케일링"을 따른다는 이론을 통해 도시가 성장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도시만이 아니다. 생물의 성장과 노화, 죽음 그리고 기업과 사회적 연결망"도 스케일링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케일》의 저자 제프리 웨스트는 이론물리학자로 미국 물리학회 회원이다. 1975년 호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기본입자물리와 장이론 연구 그룹을 만들어 책임자로 일했고, 1995년부터 고에너지 물리학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았으며,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그의 이력을 여기까지만 보면 물리학자가 생물, 도시, 기업의 생장을 설명한다니.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설명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복잡계 과학의 대부"라는 것이다. 복잡계(complex system)는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를 보이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계로써, 수많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 사이의 비선형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 성질이 떠오르는 다체문제"다.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학적 대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예를 들어 저자는 도시를 "유기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라고 여긴다. "도시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물리적으로 성장"한다고 보며,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다. 생물과 기업에 대한 분석도 다르지 않다. 생물이 성장하고 노화하고 죽는 과정이나 기업의 성장과 수축에 대한 분석도 구조와 구조를 이룬 망 기반 이론으로 설명한다.

 

《스케일》이 책을 읽기 전에 들어본 적도 없는 '복잡계 과학"의 토대 위에 써진 "과학"과 사회학이 융합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탐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학자의 권위를 덜어낸 교양서이기 때문이다. 첫 장에서 저자는 "전문 용어를 쓰지 않고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른바 '교양 있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 썼다고 말한다. 저자 스스로에게도 쉽지 않았던 도전이라는 고백은 책 곳곳에 끊임없이 독자와 호흡하려는 저자의 노력에서 이따금 확인할 수 있다.

 

앞 장에서 제기한 많은 현안과 문제를 자세히 논의하기 전에, 이 장에서는 이 책 전체에서 쓰일 기본 개념 중 몇 가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비록 그중 일부에 익숙한 독자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 있기를 바란다. (58p.)

 

앞서 나가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복잡계 과학"이나 "생물학", "도시학", "사회학" 등을 단번에 설명하는 "스케일링" 이론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이론에 감탄할지도 모른다.

 

모든 생물이 따르는, 아니 동식물에서 도시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복잡한 체계를 지배하는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이 있지 않을까? (13p.)

 

《스케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규칙이 스케일링이다. 이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를 생물과 도시와 인간이 만든 사회적 시스템(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은 명쾌하다. 규모 증감 법칙은 저마다 다른 생물과 시스템을 단순한 통계 자료를 이용해 단순하게 설명한다. "결이 거친 규모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자연계의 어마어마한 복잡성 밑에 놀라운 단순성, 규칙성, 통일성이 있음을 볼 수 있다."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공식처럼 들어맞는다. 생물이 성장하는 원리뿐만 아니라 노화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모두 설명 가능하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규모의 경제가 성장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삶의 속도가 체계적으로 느려진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논의는 도시가 성장할 때 생기는 도시 문제와 연관하여 설명하는 대목에서 저자의 표현처럼 "환상적인 발상" 그 자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생물이 성장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론을 도시에 적용한다는 건 낯설다. 도시를 하나의 생물과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 익숙하지만 동시에, "생물"이라고 지칭한다면 의문이 들 수 있다. 저자는 고층 건물과 항공기, 배를 만들어낸 인간의 기술이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전통적인 자연선택"이 생산해낸 것에 준하는 발명품이 '도시'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도시는 "대사하고, 성장하고, 진화하고, 잠을 자고, 늙어가고, 질병에 걸리고, 손상을 겪고 스스로 수선"하는 유기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물론, 번식을 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드물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화한 가장 경이로운 생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생물이 지닌 특성을 토대로 스케일링을 설명한다. 개미, 코끼리, 강아지, 아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신체 규모에 따라 성장하는 속도와 죽음에 이르는 이유 등을 설명한다.


스케일링 법칙은 동물의 크기를 통해 섭취하는 먹이의 양, 심장 박동 수, 수명 등을 계산해낼 수 있다. 그중에 저자가 주목한 몇몇 법칙 중에 하나는 몸무게와 대사율의 상관관계다. 몸무게가 2배 늘어날 때 대사율은 2배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75%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건 몸집이 큰 동물이 몸집이 작은 동물에 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규모가 2배가 아니라 몇 배 차이가 난다면 그 효율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생물의 수명은 몸 전체의 세포수와 손상된 세포의 비율이 결정한다. 그리고 이 비율은 체중에 비례한다.  흥미로운 것은 세포 수는 대사율과 달리 수명은 몸무게의 4분의 1제곱에 따라 증감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를 두고 보면 규모가 클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 논의는 도시의 규모에도 적용된다.

 

생물에게 세포와 세포 간의 대사량, 손상된 세포의 수 등이 지표가 된다면, 도시는 어떤 것을 지표로 삼을 수 있을까. 저자는 도시 내에 거주하는 사람과 그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지표로 삼는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대도시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도시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스케일링 법칙 중 하나가 "15프로 법칙"이다.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만들어지며, 이는 평균적인 시민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아이디어든 간에 무엇이든 더 많이 소유하고, 생산하며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율로 인간이 사회적으로 보이는 부정적인 지표도 도시가 커짐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비교는 "같은 국가 도시 체계에 속한 도시들 사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시 척도가 우리나라 도시의 증감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전반적인 척도가 상대적으로 어떻게 증감하는지를 파악한다면, 추론이 가능하다. 이 점은 도시를 비교할 때 보다 섬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한다.

 

도시의 순위를 매기고 비교하는 데 1인당 지표가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관습은 모든 도시 특징이 인구 크기에 따라 선형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암묵적인 기준으로, 즉 귀무가설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은 이상적인 도시가 모든 시민 활동의 선형 총합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며, 따라서 도시가 비선형적인 사회적·조직적 상호작용으로부터 나온 창발적 집합체라는 것 말이다. 도시는 본질적으로 복잡 정응계이며, 그렇기에 건물이든 도로든 사람이든 돈이든, 개별 구성 요소와 성분의 단순한 선형 총합을 훨씬 넘어선다. 이는 지수가 1.00이 아니라 1.15인 초선형 스케일링 법칙을 통해 표현된다. (491p.)

 

도시 내 사회경제적 활동이 인구 크기가 2배 증가할 때마다 약 15% 증가한다는 결과는 도시의 스케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에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많은 도시 계획에서 건물은 그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의 세포인 사람이 얼마나 상호작용을 하며, 그 상호작용이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도시의 성장을 부르기에 더욱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도시는 건물과 공간이 아니라, 그 건물과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역량에 도시의 성장과 혁신이 달려 있다.

 

《스케일》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휴양지를 떠올리면서도 우리가 도시에 사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이다. "그래도 여기서 살아야지." 혹은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라는 싶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또 스케일링으로 바라본 생물, 시스템 그리고 도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준다. 나에게 역사, 생물, 물리, 도시, 시스템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스케일》은 책 자체가 거대한 도시와 같다. 학문과 학문을 넘나드는 그의 설명을 따르면 자신의 생각과 상호작용하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상호작용 결과가 내가 책을 읽으며 들인 노력과 비교해 1.15 초선형 스케일링 법칙으로 표현되길 기대한다면 욕심일까.

《스케일》은 이 생각을 욕심으로 만들지 않는 스케일을 가진 책이었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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