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그림과 나 _ 나를 찾는 그림

그림과 나 -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그림은 평소의 '나'를 떠올리게 하면서 나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림에 어떤 힘이 있어서일까요. 화가는 자신의 생각, 질문을 가장 축약해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인물화 가운데, 작가의 자화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부른다. 그래서일까. 화가가 자신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인데, 왜 감상자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부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림에 힘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그 힘이라는 게 무엇일까. 궁금했다. 어떤 힘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안아 줄까.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사람에게 그림 치료하는 '김선현' 작가의 <그림과 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과 나>의 부제,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 미술관"이 나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아쉬움을 느꼈다. 더 읽고 싶은데, 금방 이야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싶은데,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몹시 아쉬웠다. 마치 전식을 먹고 본식을 조금 먹다가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입맛을 돋우고 난 뒤, 이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하니, 식사가 끝나 배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점이 싫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데, 아쉬움이 남아서 좋았다. 모순 같지만, <그림과 나>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은 찾기 어렵습니다. 약간의 긴장감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부정적 의미가 아닌 삶의 긴장감으로 동기 유발을 하고 활력을 불어 넣어줄 계기로 전환함으로써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고를 유연하게 통제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화가의 자화상을 성격, 상처, 감정, 성장, 꿈이라는 테마와 그림을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한 설명과 그 그림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짧게 전한 뒤, 그 안에서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을 풀어내, 내가 책을 읽고 있는지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그림과 나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이었다. 알프레히트 뒤러의 아름다운 자화상을 통해 자기애가 가진 흑과 암을 풀어낸 이야기는 "높은 자아 존중감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애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환상"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그리고 뒤러가 강한 자기애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와 그 자기애가 그의 자화상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림과 나>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은 바로 존 화이트 알렉산더의 '머리 손질을 하는 젊은 여인'이라는 그림이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충격적인 결말로 나에게 의미 있는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었다. 그림도 그림이었지만, "나의 색깔을 되찾고 싶을 때 보는 그림"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발표를 할 때 긴장하는 나에게 자신감을 더해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아서 그림이 더 기억에 남았다.

"얼굴과 담배가 가장 인상 깊게 눈에 들어오지만 실상은 벽 뒤로 숨고 싶은 뭉크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무엇으로부터 그토록 숨고 싶었을까요. 이 그림은 보고 있는 여러분은 무엇으로부터 숨고 싶은가요."

예술은 답이 없어서 좋다. 하지만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알아야 더 잘 찾을 수 있다. <그림과 나>에 등장한 그림들 가운데, 내가 아는 그림보다 모르는 그림이 더 많았다. 그 그림들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남들에게 툭 터놓고 말하기 어려웠던 나의 감정들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이유는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지 않는 데 있다. 가볍게 가이드만 해주고 그다음은 자기 스스로 그림을 보고 나에 대한 여행을 떠나도록 등을 민다. 억지로 나를 떠미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와 함께 즐겁게 나를 탐구하도록 돕는다. '나'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나'에 대한 답은 나만 할 수 있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책 <그림과 나>를 읽으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

그림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림과 나>를 읽으며, 가볍게 그림과 만나보면 어떨까. 그림에 대한 지식은 덜어내고 나를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기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림을 보면 막연히 어렵다고 느낀 사람들이 있다면, 그 어려움 대신 자신의 감정과 함께 그림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분명, 그림을 많이 보았고 그 많은 그림 중에 나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림과 함께 나를 깊이 생각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