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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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붓 터치로 극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척 클로스는 신경근육 마비로 그림을 그리기 힘겨워졌지만, 이 장애를 예술로 승화해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멀리서 바라보면 입체적인 인물이 보이는 독특한 그림을 그린 그에게 사람들이 물어보았다. 독특한 자기만의 창작 세계를 만드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계속 작업을 하면서 이것저것 해본다"라는 답을 척 클로스는 남겼다. 척 클로스의 답은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 스티븐 의 '뮤즈' 이야기와도 닿아 있다. 척 클로스와 스티븐 킹의 말처럼 '영감'은 찾아오길 소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무언가를 하면서 기다리는 이야기처럼, 긴 시간 인간에 대한 지혜가 깃든 학문 인문학은 우리 삶에 뮤즈와 같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인문학은 답이다. <이야기 인문학>으로 많은 사람들을 인문학 세계로 이끈 작가 조승연은 <비즈니스 인문학>을 통해 그 답을 보여주었다. 

항상 이기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패배에서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 전해주는 지혜이다. (203p)

<이야기 인문학>에서 단어의 어원을 분석하며 그 안에 담긴 비밀을 밝히듯이, 서문에서 저자는 "비즈니스라는 단어에서  중요한 것은 바쁘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라고 바쁜가?'"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무엇을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것보다 그 무엇에서 얼마나 깊은 이해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비즈니스 인문학>은 인문학적 지혜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말한다. 단어를 통해서 어원을 풀어내지만, <이야기 인문학>과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 단어의 의미보다는 그 어원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감각이 주를 이룬다. 단어를 풀어내지만 그 단어에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는 섬세한 관찰력과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져 있어, 전작인 <이야기 인문학>과 다르게 지적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가 이렇게 비즈니스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뉴욕대 경영대에서 공부한 것과 관련 분야의 인턴 경험이 큰 역할을 한 듯싶다. 

<비즈니스 인문학>은 인문학을 통해서 조직력, 리더십, 창의성, 기업윤리, 경쟁력을 설명한다. 5가지 테마에 어울리는 6개의 주제어는 <이야기 인문학>처럼 꼬리에 꼬리를 잇는 끝말잇기 형식이 아닌 테마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리더십에는 Leader, Strategy, Circus, Royal, Charisma, Standard가 있다. 이 특징에 대하여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인문학과 비즈니스의 만남을, 조승연 작가만의 언어 감각과 어원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오늘날의 시사점을 함께 접목하여 풀어내는 시도는 성공적이다. 설명만 들었을 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글을 보며 역시 조승연 작가 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양 인문학은 자본주의가 활성화된 17세기부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싼 차를 몰고 큰 집에 사는 것이 승자가 아니라, 남이 내 돈으로 비싼 차를 몰고 다니고 큰 집에 살도록 해야만 승자가 된다는 뜻이다. (299p)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답게 그의 글은 쉽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나온 뒤, 마지막에 그 이야기들을 아우르는 정리까지 읽고 나면, 리더가 무엇인지,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창의성이란 무엇인지, 신뢰란 무엇인지... 그 개념이 하나 둘 잡히기 시작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많은 책들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야기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하는 글들이 많다. 그 글들에서도 비즈니스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비즈니스 인문학>은 인문학에서 비즈니스를 끌어올려, 비즈니스 외에 다양한 지식들을 배울 수 있다. 마치 비즈니스 개념을 익히려고 책을 읽었는데, 알쓸신잡 비즈니스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비즈니스 인문학>의 헤드 카피는 "비즈니스는 세상살이의 기술이다!"이다. 어떤 세상살이인지 한정하지 않았다. 직장, 공동체,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이 들어올 틈을 열어 두었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들은 기업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삶 속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비즈니스 인문학>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누구나 갖추어야 하지만, 제대로 갖추기 힘든 '페르소나'를 기를 수 있는 힘을 말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과 세상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이미지, 보여야 할 이미지. 우리가 비즈니스를 할 때 힘든 건 상황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힘들다. 그 페르소나를 어떻게 갖추어야 할지 조승연 작가는 <비즈니스 인문학>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 친절하게, 재미있게 말이다. 

추신, 페르소나의 어원이 궁금하다면 <이야기 인문학>을 읽어보시길! 그 안에 재미있게 또 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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