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 전 세계를 감동시킨 MIT 월터 르윈 교수의 기상천외한 물리학 강의
월터 르윈 지음, 고중숙 옮김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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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표는 학생들이 물리를 사랑하고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바로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학생들이 이전까지 결코 물어보지 않았던 의문을 스스로 던지게 함으로써 그들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 핵심은 학생들이 세상에 대해 갖는 순수한 흥미와 연결시키면서 물리의 세계를 열어젖히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학생들이 각각의 나무를 위아래로 살피기보다 숲을 널리 보게 되도록 노력한다.

_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382쪽

 


중 고등학교 때, 난 물리를 참 좋아했다. 당장 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실체를 측정하고 이를 이론화한다는 점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물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개성이 강했지만, 그 개성이 어린 나이에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물리에 대한 관심은 문과로 진학한 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요즘, 내가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 새로운 분야의 책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사고방식과 다른 지적 충격을 받는 걸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학은 오랫동안 접하지 않았던 분야라, 시도하기가 망설여졌다. 우연히 한 교수님의 물리학 강의에 대한 평을 보았다.

 

그는 무지개로부터 중성자성에 이르기까지, 쥐의 대퇴골에서부터 음악 소리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물론, 이 우주를 표현하고 풀이하고 설명하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노력에 영원토록 매료된 사람이다. 그는 지금도 살아 있는 이 세계를 열어주는 가장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능란한 과학적 안내자를 자처하고 있다.

 

솔깃하는 이야기였다. 과학자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표현까지 함께 아울러 이야기한다니. 흥미로웠다. 하지만 물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그 세계에 대해 알려주길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부족함을 느꼈다. 물리학자가 말하는 물리학은 물리학과 한참 떨어져 있던 내가 물리학과 만나기엔 2% 부족한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의 강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살고 있는 낯익은 세상을 보여주지만 아직 물리학자처럼 다가서지는 않습니다. 한 예로 물의 파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먼저 욕조에서 어떤 실험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파동을 거기에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지개에도 관련짓게 됩니다. 이는 바로 내가 물리를 사랑하는 한  가지 이유입니다. 무엇이든 설명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그들은 물론 내게도 놀라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물리를 사랑하게 해줍니다! 가끔씩 학생들이 깊이 빠져들 때면 수업은 마치 한바탕 쇼와 같아집니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알쓸신잡 2의 장동선 박사님이 떠올랐다. 어떤 이론 하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과 다른 이론의 경계를 넘나들며 설명하던 그의 열정이 짧은 문장 속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선택했다. 오랜만에 읽는 물리학 인문서로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을.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의 원제는 For the love of physics다. 제목에서 밝혔듯, 물리학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한 권의 책에서 말한다. 물리학 특강이라는 말에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나갈까 궁금했다.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물리학은 지구에 대해서나, 우주에 대해서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물리학과 천문학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원자핵에 대한 설명에서 우주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물론 그 내용은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를 자아내는 건 아니지만 그의 글에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리의 세계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며 물리가 모든 곳에 존재하고, 따라서 우리 생활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이다. 그 열정을 따라 차근차근 읽다 보면, 단번에 물리학이 머릿속에 꽉 잡히는 건 아니지만 그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어떤 세계이길래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점차 물리학의 기초 이론으로 파고든다. '밤하늘에 광대하게 펼친 물리학'이라 할 수 있는 천문학으로 물리학 강의의 포문을 연다. 별을 관찰하고 관측하는 방식에서 천문학자의 창의력을 이야기하고, 물리학이 나아갈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집어낸다. 그러다가 갈릴레오가 측정에 대해 예측했던 주장을 직접 점검해 틀렸다고 결론짓기도 한다. 거침없이 자신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꼽는 아이작 뉴턴의 3가지 이론을 설명하기도 한다. 전혀 연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려다가도 우주 속에서 몸무게를 재면 왜 다른지와, 물속에서 몸무게를 재면 달라지는 이유를 함께 아울러 설명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압을 설명하는 강의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지개를 통해 빛의 성질에 대해 설명하고, 소리, 전기, 자기장, 에너지 보존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다시 우주로 돌아가면서 강의를 마친다. 책 속에선 우주에서 시작한 월터 르윈의 강의는 우주에서 마무리되지만, 물리학 강의는 끝나지 않은 듯싶다. 그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우주의 비밀을 살짝 언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놀라운 진보에도 불구하고 급속폭발원은 아직도 그 신비에 대한 모든 설명들을 물리치고 있다. 물론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밝혀지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과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나는 급속폭발원의 폭발 기록을 포스터 크기로 만들어내 연구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았다." 그의 말에서, 자신의 물리학 강의는 여기서 끝났지만 또 다른 사람이 이어나갈 물리학 강의를 고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은 물리학 이론을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 이론을 발견한 사람들의 지적 통찰력을 언급한다. "뉴턴의 법칙들은 단순하지만 심오하고도 근본적이며 우리의 직관을 완전히 벗어난다. 아이작 뉴턴은 참으로 신비로운 우주와 맞서 이 법칙들을 얻어냈다. 우리 모두는 그 신비들의 일부를 밝혀내고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준 그의 능력으로부터 엄청난 은혜를 입고 있는 셈"이라며,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아이작 뉴턴의 법칙에 대한 강의를 마무리 짓는다. 또 엑스선을 발견한 성과가 우주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을 알리는 장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대학 수업 우주의 이해 시간에 배웠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이다.)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이 의학이 아닌 천문학에 등장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한 가지 내가 아는 사실은 그들이 무엇을 발견하고 제안하고 이론화하든 더욱 많은 신비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과학에서는 많은 답들이 항상 더욱 많은 의문들로 이어진다."

 

물리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이유는 물리학의 이론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을 어려운 이론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란 이미지도 한몫한다. 월터 르윈은 이 어려움을 교실 속에서 실험하며 극복한다. 학문을 익히고, 진도를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실험, 관찰할 수 있는 현상에서 물리학의 원리를 발견해 설명한다. 그의 배려는 강의실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책에서도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 QR 코드가 등장한다. QR 코드를 타고 들어가면, 월터 르윈이 실험하는 모습이나,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한 모습이 펼쳐진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그는 말한다."우리는 우리 우주의 96%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물리는 아주 많은 것을 설명했지만 풀어야 할 신비도 아직 많으며 끊임없이 우리의 영감을 자극한다." 그에게 물리학은 아직 해결한 영역보다 해결해야 할 영역이 더 많은 신비로우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의 특징은 물리학자에게는 미해결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지적 호기심을 부르고,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론에서 또 다른 지식을 생산하게 만드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학문은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월터 르윈 교수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닐까.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물리가 이 세상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드러내고 이 세상이 움직이는 길을 밝혀주는 탁월한 방식에 대해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어렵고도 쉬운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을 다시금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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