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리 _ 달리의 심쿵 라이프

달려라, 달리!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심쿵 라이프
이지은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휴대폰도, 컴퓨터도, TV도,
책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루 이틀은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평생 그렇게 사는 건 상상도 안 된다.
달리가 지금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오직 나만 바라보면서.

'개무룩' 짤로 처음 알게 된 귀여운 애완견, 달리. 나는 달리를 처음 알았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는데, 달리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 달리의 앞발이 말해주듯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달리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라, 달리!>를 보았다. 역시 달리는 사랑스러웠다. 그 사랑스러운 달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지은씨의 사진이 책 곳곳에 담겨 있는 포토 에세이, <달려라, 달리>는 사진만 쓰윽 봐도 피식 미소가 피어오르는 책이었다.

한강에서 친구랑 산책을 하다가,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연스레 강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강아지가 귀엽고 그 강아지 특징은 어떻고. 가족의 반대로 애견인이 되지 못한 친구의 강아지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그러다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강아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 이 질문에 나는 SNS를 검색하면 되지 않냐고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친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기견 보호소에 가면 요즘 유행하는 강아지를 알 수 있어. 충격이지?".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이야기에 그럴 것이라고 공감을 하게 되어서 더 마음이 씁쓸해졌다.

눈가가 먹먹한 달리 / 책 <달려라, 달리!>

달리가 이지은씨와 만나게 된 계기도 이와 비슷했다. 주인에게 버려지고, 몸이 불편해진 달리를 동물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달리를 만나기 전, 간절히 기다렸던 달구와 이별은 한 이후였기에. 달리 와의 만남이 더욱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의 처연한 모습에 지은씨는 마음을 열었고, 달리와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달리는 삶을 보내고 있다.

달리와 달숙 언니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달리의 분리불안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인과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힘겨워 하는 달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달리가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지냈을지 가늠할 수 있어 더 마음이 아팠다. 다리가 불편해도 언제나 씩씩하게 지내는 달리이지만, 어린 시절의 충격은 달리의 마음 깊은 곳에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 개는 얼굴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서 표정이 없다고 한다. 들개를 보면 그렇다. 하지만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개는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고 표정을 모방하게 된다고 한다. 달리는 내가 즐거워할 때 웃는 표정을 눈여겨봤을 것이고, 우울한 모습을 보고 시무룩한 표정을 배웠을 것이다.

달리의 표정에서 점점 사람들이 짓는 미소가 보이는 이유. 그 이유는 달숙 언니와 함께 한 시간 덕분이 아닐까. 달숙 언니가 달리를 바라봐 주었고, 달리의 눈에 생각에 그 표정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달숙 언니의 말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개무룩 / 책 <달려라, 달리!>

달리를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움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특해 보여서 괜히 웃음이 나온다. 유기견이었고,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달리로 바뀌기까지 얼마나 달리의 마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달숙언니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 오기까지 달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교통사고 후유증은 계속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이고, 달숙언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할 것이다. 그리고 안타까운 사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달리의 건강이 좋아지기보다 좋지 않아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에게 오늘은 더없이 소중하다. 그 오늘을 달숙 언니와 함께 행복하게 보내는 달리를 보며 여러 감정이 스치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이별 후 스스로 지킬 수 있지만,
동물은 사람에게 버림받는 순간 생존을 위협받는다.
물건 쇼핑하듯 쉽게 데려오고,
갖가지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행태를 멈추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달숙언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에는 남다른 무게감이 실려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책임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삶이 무엇인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종종 유기견을 보고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입양을 하고 가족이 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과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달리와 달숙언니가 기록한 시간을 보며 내가 반려동물과 감당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길 바란다.

반려동물과 우리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반려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달려라, 달리!>는 달리와 달숙언니의 기록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달리의 하루를 볼 때와 다른 감성과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달리의 하루를 보고 행복하게 웃음 지으며, 달리가 내일은 뭘 할지 궁금해하곤 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달리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 고마웠다.

<달려라, 달리!>로 달리가 입양되어 지금의 환한 미소를 보이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책장을 넘길수록 분명해지는 게 느껴졌다. 달리와 달숙언니가 함께 만들어가는 성장 에세이로 상처가 깊었던 달리가 가족을 만나 더 깊은 유대감을 쌓게 되며 점점 행복해지는 것이 사진에 확실하게 나타난다. 반려동물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에세이에 나와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길 추천한다.

달리와 달숙언니가 함께 만들어나간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며, 달리가 더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아픔이 많았던 달리의 삶이 앞으로 행복한 일이 더 많이 생기길 응원하게 되는 책, <달려라, 달리!>였다.

달리가 오랫동안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