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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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변을 둘러보면 신기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는 것 같았는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나 분명 내가 더 많이 공부했는데 더 좋은 성적을 받는 사람 말입니다. 분명히 오랜 시간 '집중'하고 '몰두'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데, 말이죠. 산만하게 굴지 말고, 끄적이거나 만지작거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그런 친구들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그런 신기한 친구들이 한두 명 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학교 때 제 단짝이 딱 그랬습니다. 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제가 더 많은데, 학점이나 시험 성적은 비슷했거든요.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친구는 나보다 타고난 뇌(머리)가 다른 가보다"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이 절반만 맞는 대답이란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타고난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뇌를 조금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모르고 차이가 불러온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죠.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 스리니 필레이는 자신의 책 《멍 때리기의 기적》은 우리가 좀처럼 잘 생각하지 않았던 뇌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20년 동안 뇌에 대해 연구한 저자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중력'에 대한 우리의 통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The more, the better?

 

우리는 뇌를 많이 사용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뇌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건 적절한 근거로 삼곤 하죠. 이처럼 '집중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했습니다. "전구의 퓨즈가 나간 것과 전기를 아끼려고 전구의 불빛을 어둡게 하는 것이 다르듯, 기력이 빠져나가는 것과 뇌를 좀 더 '어두운' 모에 놓는 것은 매우 다르다. 후자의 경우에는 스스로 필요하거나 원할 때 비유적으로 다시 '밝음' 모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력이 다 빠지면 당분간은 끝장이다!"라는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당연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뇌의 비밀을 들려줍니다. 그가 말한 비밀은 뇌가 쉬고 있을 때, 비집중 모드일 때 가장 창의적이라는 점입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창의력'입니다. 보통 창의력이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말합니다. "대개 영감은, 시작점으로 생각할 수 없는 순간적인 창의성의 분출이다. 하지만 영감은 구조물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식별하고 실행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삼중 구조"라고 말합니다. 즉, 창의성이란 하나의 구조이며, 그 구조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뇌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총 6가지 테마로 우리가 몰랐던 뇌의 비밀을 설명하고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뇌를 활용하는 7가지 방법(멍 때리기 법칙)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비집중하면 편도체 활성화 정도를 감소시키면서 침착한 감정을 형성한다.
동시에 전두극피질을 활성화해 혁신을 향상시킨다.

 

우리의 뇌는 집중과 비집중을 반복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고, 비집중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비집중은 산만하고, 실수가 잦아지고, 더뎌지고, 능률을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뇌과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저자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합니다. '비집중'은 가치 없거나 능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뇌를 준비하고 충전하고 조정해서 필요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휴식시키는 과정"이며, 그렇기에 저자는 뇌에 휴식을 줄 것을 권합니다. 달성하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만 몰두할 경우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통해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과 동떨어진 일을 생각하거나(몽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떠올리거나(상상), 자유롭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넘나들거나(마음 방랑)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생각과 생각을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많이 할수록 연결할 아이디어가 많고, 그렇게 연결된 아이디어가 자신이 찾고 있는 잃어버린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이를 활용하기 적절한 때 활용하기 위해서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수집하거나' 기록해서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상상 속에 있는 아이디어 상자나 실제 상자"에 보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어떤 경험을 순간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뇌는 자신이 새롭고 신선하게 생각한 자극들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저자는 창의성을 북돋우고 싶지만 뇌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저항하는 이유도 함께 설명합니다. 여기에 모든 사람들의 뇌는 집중과 비집중 모드를 오가지만, 성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알지 못하는 대상을 무서워하거나, 불확실성을 참지 못하거나, 당연한 임무의 양에 눌려 겁을 먹거나, 임무가 너무 어려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항하는 뇌 기능이 있다면 반대로 긍정적인 뇌 기능도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삶은 새로운 실험 결과를 얻어서 과거 실험 결과를 수정할 수 있는 일련의 성공적인 실험하다. 우리가 자기 삶을 단호하게 주도적으로 검토하는 미래주의자가 되면 뇌도 그렇게 작용한다. 따라서 망설이지 말고 가설을 세우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한 후에 시험하라."

 

뇌의 저항은 뇌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혼돈을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을 볼지, 아니면 활력을 샘솟게 하는 근원으로 볼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뇌에는 분명히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그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낙담하기보다 이를 진정한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면 어떨까요? "어차피 할 거면 실패도 빨리 겪어보고, 실패해도 개의치 않고 전진하며, 그래도 시도해보는 것이 완벽을 기하는 것보다 낫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만 하는 것만으로 지적 침체를 피하고 틀림없이 실패에 따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저자는 집중과 비집중을 모두 활용해 뇌를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그 중요도가 저평가 받는 뇌의 휴식에 주목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는 집중과 비집중이 오가는 능동적인 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해결책을 지향하는 태도(마음가짐)를 갖추면 집중하는 기술을 사용해 가능성에 관한 매우 비집중적인 인식을 탐색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즉, 비집중은 집중하고 몰두하는 뇌의 기능과 함께 작용해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더욱 생산적인 인지 리듬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집중과 비집중이 동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보는 것'은 복측 시각 경로(눈에서 뇌로 들어가는 신경세포 집단)와 관계있는 의식적 행동이고, '이끌리는 것'은 배측 시각 경로(복측 경로 뒤에서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세포 집단)와 관계있는 무의식적 행동이다. 두 가지 인식 방식은 서로 다른 뇌 부위에서 일어나므로 우리는 동시에 보고 이끌린다.

 

이처럼 평소에 뇌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멍 때리기의 기적》은 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뇌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인간'의 생각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뇌과학적인 측면을 넘어 '생각에 대한 생각'을 고찰할 수 있는 대목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존감과 뇌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진정한 자존심의 소유자는 내적 보상을 받습니다. 외적 기준과 타인의 평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성취감과 즐거움에 더욱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칭찬·돈·승진·선물 같은 외적 보상을 갈망하면 뇌의 내적 보상 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어서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적 보상으로 얻은 좋은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라는 것을 통해 자존감이라는 다소 감성적이게 생각했던 부분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저자는 "목표를 추구하려면 자기 존재감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 "목적은 우리의 신념과 과거를 활성화한다."와 같은 주장을 과학적으로 설명을 더해, 기존에 우리가 자기개발서에서 한 번씩 들어본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습니다.

 

당신은 뇌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뇌를 사용한다는 걸 의식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뇌가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뇌는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삶이 중요하므로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멍 때리기의 기적》을 읽으며 '뇌가 가진 비밀'을 이용해 우리의 삶의 시간을 보다 창조적으로, 보다 만족스럽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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