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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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서 찾은 우리 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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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몸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자연선택은 농업이 시작할 때 끝난 것이 아니라, 바뀐 식생활, 세균, 환경에 인간을 적응시켜왔으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진화의 속도와 힘이 자연선택의 속도와 힘을 크게 능가했고, 우리가 물려받은 몸은 아직도 지난 수백만 년간 우리가 진화해온 다양한 환경조건에 적응되어 있다.  _  458p.

 

우리 인간의 몸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 후대 진화학자들은'진화론'이란 학문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최초의 인류는 동물을 사냥하고,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는 등 수렵채집인으로 삶을 살았다. 지금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에서 문명화된 시스템과 도구를 이용해 살아간다. 수렵채집인으로 살아가는 '사피엔스'들은 사라졌지만(혹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사라진 '사피엔스'의 자리는 공백으로 남지 않았다. 유인원에서 수렵채집을 하는 '인간'으로 이후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속에 '인간'으로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따르자면 과학혁명의 시대, 대중적인 표현을 따르자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시대에 따라 우리의 생활 환경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시대가 달라질 때마다 인간의 몸이 달라졌다는 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완곡한 표현으로 몸이 달라졌다고 하였지만, 인간의 몸은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졌고 '진화'했다. 키나 몸무게와 같은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자주 걸렸던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새로운 질병에 걸리는 모습이 바로 진화의 증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의학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몸의 변화를 통시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 몸이 진화했다는 개념은 현대 진화학자들이 계속해서 주장했고, 설명했던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명명하여 설명한 『사피엔스』에서 이미 한 차례 접했던 내용이다. 다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설명은 '인류의 역사' 측면에서 바라보았기에 과학적 설명에 있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에 최재천 교수는 "특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니 『사피엔스』를 읽으며 왠지 흡족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꼭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우리 몸 연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우리 몸 연대기』의 저자 대니얼 리버먼은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이자 개체및진화생물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이 왜, 어떻게 지금과 같이 진화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연구한다"라고 말한다. 과거를 연구하는 자신이 받는 난처한 질문 중 하나가 미래에 인간의 몸이 어떻게 달라질 건지 예측해달라는 거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면 "인류는 문화 때문에 별로 진화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진화생물학 학자로 낼 수 있는 모범 답안을 자기식으로 바꾸어 답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았고, 인간의 몸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왔는지에 대해 자신의 학문적 토대에서 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꾼다.

 

"인간의 몸은 무엇에 적응되어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몸 연대기』다. 그는 『우리 몸 연대기』를 통해 인류의 출현부터 오늘날 문명화되기까지의 사건에 대해 논하며, 600만 년이란 '호모 사피엔스'의 거대한 역사를 분석하고 정리한다.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역사적 범위가 굉장히 넓지만, 깊이감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인간의 몸이 지금에 이리는 과정을 가볍게 흝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에 핵심과 결부된 신체적 변화를 깊이 파고들어 분석한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가 향하는 방향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로 향해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은 무엇에 적응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간단하면서 비현실적인 일 같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몸 연대기』를 읽고 나면, 비현실적인 '코끼리 뼈'에 꽤나 두터운 과학적 상상(想象)이 붙어 있는 현실적 답이 눈에 보인다.

 

"변화는 항상 새로운 우연과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류에게 환경 변화는 적응을 불러왔고, 그 범주 안에 신체도 들어 있었다. "오랜 진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인간은 직립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사냥을 하고, 다양한 식물을 채집하고, 오래 달리고, 음식을 요리하고 가공하고 나눠먹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적으로 대부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저자는 비슷하지만 다른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구분하여 분석하지 않고 진화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점에 대한 예시로 많이 사용되는 도구를 사용하고, 직립 보행을 하고, 뇌의 크기 등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과정으로 보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 침팬지보다 "더 큰 몸과 더 똑똑한 머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번식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으며, 그 차이 중 하나가 임신 중에는 태아의 뇌를 두 배 더 빠르게, 출생 후에는 세 배 더 빠르게 뇌를 성장시킨다. 뇌의 크기라는 신체적 변화와 그 변화가 일어난 시점, 그 변화가 신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오늘날 인간은 큰 뇌를 바탕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성장 속도,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에게 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도구를 사용하거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유년기"라는 인간 고유의 의존적 성장 시기를 거치게 되었다. 즉 그의 분석 범위는 생물학이나 과학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생활상도 함께 다룬다.


또한,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로, 상대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덜 가지는 유인원의 화석을 통한 분석도 밀도 있게 설명한다. 호모속의 가장 오래된 종을 호모 하빌리스(손쓰는 사람이라는 뜻)라고 명명한 이유가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된 현대적인 손 화석 때문이라는 설명은 간단하지만 그가 뼈를 들여다보며, 연구를 진행한 학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다.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인간의 몸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생물학적으로 유의미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설명들은 그의 예측이나 예상이 그 분석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럼에도 유인원과 인간의 신체가 다른 이유를 차이점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화해온 과정으로 이해할 때 또 다른 이해의 지평이 열릴 수 있다는 걸 대니얼 리버먼은 보여준다.

 

유인원에 대한 분석이 오늘에 가까워질수록 현생 인류가 "문화적인 종"이라는 증거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시기적으로 생물학적 진화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간적 한계점도 있지만, 문화적 진화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능력과 성향은 다른 어떤 종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며, 호모 사피엔스는 철두철미 문화적인 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문화라는 요소는 생물학적인 환경 변화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진화를 이끌어왔다. 인간의 문화적 창조성은 지속적인 진화를 이끌어온 "엔진"이었다. 인간의 소통하고, 협력하고, 생각하고, 발병하는 능력은 이후 달라진 환경에 빠른 속도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실제로 오늘날 진화의 가장 강력한 형태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문화적 진화라고 하였고, 문화적 진화는 유전자처럼 진화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화적 진화는 대부분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대부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과 지금 인류가 이루어온 결과에 대해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생 인류의 진화를 순전히 몸에 대한 두뇌의 승리"로 바라보며, 신체적 한계를 인간의 두뇌를 통해 극복했다는 것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이러한 사고는 지금 우리에게 노출된 질병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농업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였다. 농부는 수렵채집인보다 더 많은 식량을 소유하고 덕분에 자식도 더 많이 낳지만, 일반적으로 더 고되게 일해야 하고, 질 낮은 음식을 먹고,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흉년이 들 때마다 굶주리고, 주거지의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전염병과 사회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농업은 문명과 '진보'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규모의 비극과 죽음을 불러왔다. 우리가 현재 앓고 있는 불일치 질환의 대부분이 수렵채집 생활을 그만두고 시작한 결과로 발생한다."

 

과거에는 걸리지 않았거나,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이 병으로 명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사 증후군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엔 질병으로 분류해 주의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병에 노출되는 것도 성공적인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진화의 역학적 이행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문명과 우리 몸 사이의 관계에 있다. 급속도로 문명화된 사회는 우리 신체에 친화적인 형태인지를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발전하였다. 실제로 "석기 시대 이후의 문명사는 많은 사람들이 추정하는 것처럼 점진적이지도 연속적이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문명의 발전은 그동안 설정되어 있던 우리 몸의 진화 체계와 달랐다. 두 요인 간에 불균형이 질병의 형태로 등장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기대 수명은 길어졌지만, 값비싼 만성 질환에 더 자주 더 오래 시달리게 되었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 저자는 인간 진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환경과 신체 사이의 부조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또 진화해나간다. 실제로 우리는 이전 시대에 우리 몸을 위협했던 질병을 고쳤다. 예를 들어 전염성이 매우 높았던 흑사병이나, 천연두와 같이 전염성이 높은 불일치 질환에 대한 백신은 이미 개발되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은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화라는 문제를 야기했지만 동시에 의학, 위생 시설, 공공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놀라운 성과를 불러왔다. 그 결과 도시화라는 환경적 변화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불균형(질병)의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새로운 질병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질병들은 전염성이 높지 않지만,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나 골다공증, 암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명에 타격을 주거나 사랑니, 평발, 충치, 근시와 같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안겨주는 병도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 몸의 진화, 진화적 불일치 결과물(질병)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또 다른 진화가 서로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 지에 대해 농업혁명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 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우리 몸의 진화는 유인원에서 인간의 단계에서 멈추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적 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 몸의 문화적 진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경제학의 '과장된 가치 폄하'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면 해로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이를 용인하고 눈앞에 보이는 욕구나 행동, 쾌락에 대해 덜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우리의 모순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에 대해 비판한다. 우리는 문명화라는 편안함에 기대어 몸을 점점 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잃도록" 진화해왔다. 우리 몸은 이미 설계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적 자극이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 몸에 관심을 가지고 가꾸라는 이야기를 저자만 하지 않는다. 또 그 중요성에 대하여 저자 못지않게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논의가 의미 있는 것은 원인과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데 있다.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 운동이 부족해서라는 표면적 이유로만 알고 있던 당뇨병, 골다공증, 암, 대사증후군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틀을 토대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편안함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나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시각에서 문제의 해결 방안(불일치 질환의 예방법)이라는 성공적 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 몸 연대기』라는 그의 진화생물학적 분석이 우리에게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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