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겨우 젊음이 새로움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됐다.
내 소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새로움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엉망이었을 뿐이다.
…
나는 그때 뭔가를 깨우쳤다고 생각한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이 말에 공감한다고 한다면, 가쿠타 미쓰요(저자)는 크게
웃지 않으실까? 하지만 정말, 난 이 말이 공감한다. 아직 20대이지만. 운동을 하고 안 하고 차이를 체감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모순덩어리가 또 '나'다. 올 초부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생각에만 멈춘 지 벌써 6개월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데
마음을 쿡쿡 찌르는 문장이 많았다. 중년의 심정에서 쓴 글이라고 저자는 끊임없이 글로 상기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로서 꼭 중년의 마음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에도 공감을 불러왔다.
느긋하게,
당당하게, 씩씩하게
건강한 어른으로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먼저 단언하건대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난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무언가 운동을 시작해도 금방 싫증을 내는 편이다. 딱 가쿠타 미쓰요 작가와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라고나 할까. 이것저것 색다른 운동에 잘 도전하지만, 그 도전이 꾸준히 이어진 경우는 별로 없었다. 마라톤을 시도한 적도 있으나, 결국
2주 정도 연습을 하고 그만두었다. 좋아하지 않는 운동을 내가 그만둔 이유는 역시 '좋아하지 않아서'였다. 저자는 시종일관 말한다. 자신은
달리는 걸 싫어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그 마음가짐 역시 올곧게 지켜나간다. "달리는 걸 싫어하는 나는 몇 번인가 대회에
나가봤지만 당연히 중독되지 않았다." 작가의 말에 솔깃하게 된다. 그런데도, 운동을 지속하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 솔직한 고백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운동을
싫어하는 나는 온 힘을 다해 괴로운 것을 피하면서 운동해왔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괴로운 것을 떠안으면 더욱더 싫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하기로 했으니 하는 거다.
어떻게든 하는 거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심심하다. 그리고 그 운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더 심심했다. "별거 아니네."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게 할 만큼 정말 누구나 한 번은 했을 법한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쿠타
미쓰요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달리기 팀의 뒤풀이에 어울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혼자가 아니라서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못해
달린다. 어째서 마지못해 달리는가 하면, 한 번 쉬면 다음 주도 쉬고 싶어질 게 분명하고 다음 주도 빼먹으면 그다음부터는 틀림없이 내내 빼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번 쉰다는 건 내게는 팀을 그만둔다는 뜻이며, 그 말인즉슨 앞으로 평생 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꽤 날카로운 자기 분석이다. 그리고 운동을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장이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난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운동은 정말 꾸준히
해야 한다. 조금하더라도 쉬면 안 된다. 살아오면서 운동을 한 날보다 하지 않은 날이 많다. 결국 몸은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주는 편안함에
강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 않으려는 강한 관성 혹은 본능에 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마지못해' 나를 믿지 못한다면, 결국
매일매일 조금씩 운동을 해야 한다. 오늘 하루만 쉬자가, 영원히 쉬자로 바뀌기는 정말 쉽기 때문이다. 계속 지속한 이유,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팀을 그만둘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문장으로 요약하면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글로 만나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부여한 작은 이유, 목표가 쌓인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체념 섞인 말투, 달리는 내 발걸음을 붙잡는 뱃살에 대한 고백,
하나하나 달성하며 느끼는 쾌감, 오버페이스 앞에 무너진 체력, 조금씩 단축되는 기록들. 그 모든 과정 중에 떠오르는 생각과 가쿠타 미쓰요
자신과의 마주침. 이 모든 것들이 달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고 동시에 달리는 것을 지속하게 만든 이유였고,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달리기를, 운동을 권하는 이유였다.
"뭐, 지금 당장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골인한 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 어쩐지 아무래도 괜찮다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늘 있는 , 어쨌거나 걷지 않았던
것만큼은 자신을 좀 칭찬해주자. 노력할지 말지는 그다음에 생각하자."
역시!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운동을 권하며, 자신을 위해 '맥주 한 잔'이라는 보상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건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술이 근육과 운동에 얼마나
해로운지 모두 알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운동을 하라고 말하면, 과연 이렇게 말할까. 때때로 맥주 한 잔을 마셔도 괜찮다고,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치기 보다 스스로 적당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아직 난 완벽한 몸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 이런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않을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운동을 여느 운동 에세이, 건강 에세이와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저자는 꽤 과감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말한다. 술을 마시는 것도 괜찮다고, 운동의 빈도가 잦지 않더라도, 강도가 강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을 것만을 말한다. IBM 검사에서 복부 비만은 여전하고, 근육량도 늘지 않지만, 10년 전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데도 꾸준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고백.. "나는 아직 여행지에서 달리는 걸 부끄러워한다. 그도 그럴 게, 달릴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라며 여행지에서 달리는 걸 부끄러워한다는 고백.. 그런 글을 읽으면 웃음이 나오면서, 운동을 해볼까 싶은 의욕도 함께
나온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보면 감탄할법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여기에는 없다. 저자는 달리기를 이야기하지만, 꼭 달리기를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느 운동에 적용해도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운동하는 걸 권하는 책이다.
느긋하게, 당당하게, 씩씩하게
즐거운
운동을 위한 어른의 여덟 가지 자세
1. 무리는 금물! 중년임을 자각한다.
2. 살 빼기, 체지방 줄이기, 인생의
권태 없애기 등 이득을 얻으려 욕심내지 않는다.
3. 그만두고 싶어질 때쯤, 값비싼 도구를 갖춰 마음이 그만두는 시기를 늦춘다.
4. 높은 뜻을 품지 않아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5, 시원한 맥주, 따뜻한 스파, 마사지 등 운동이 끝나면 자신에게 포상을
준다.
6.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바보 같은 짓. 경쟁자는 늘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임을 기억한다.
7. 연습 후 친구들과
회식하기, 여행 겸 떠날 수 있는 지방 대회 신청하기 등 이벤트를 만든다.
8. 가슴 설레는 제안을 해주는 활동적인 어린 친구를
만든다.
우리는 운동을 왜 할까.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자꾸만 다른 걸 의식한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운동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꾸준히 할 수 있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에세이다. 나를 위해, 멋진 몸을 만드는 도전에 앞서 그 허들을 낮추어 나를 위해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허들 앞에 먼저 서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