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오야마 슌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흙은 꽃을 피워내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진흙이 없으면 꽃은 피지 않지만 그렇다고 진흙은 꽃이 아니지요."

 

 

 

"바티칸을 비롯하여 로마인들은 동시대 사람들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역사의 눈은 두려워합니다. 역사가 어떻게 심판을 내릴지 두려워하고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려고 하지요."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마음과 교훈을 전하는 데에는. 짧고 간결한 글이라도 그 안의 메시지가 분명하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 깊이 있는 참선 끝에 얻은 교훈이라서 그런 지도 모른다. 


스님이 쓰신 책이라 불교에 관한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종교로 한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넘나들며 인생을 꿰뚫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의 메시지는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분명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마음을 울리는 사례와 함께 있어 더 좋았다.

 

과거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미래를 여는 것도 닫는 것도, 지금 현재의 삶에 달려 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석가탄신일에 맞추어 읽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석가탄신일을 넘기고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를 읽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듯. 석가탄신일에는 나도 모르게 스님들의 지혜가 남긴 메시지를 찾아보게 된다. 수행과 참선 끝에 얻은 삶의 지혜를 오로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날에 읽으면 그 깨끗한 메시지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넘기고 읽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조금 불량한) 가부좌 자세로 천천히 읽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모두가 다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 가치들이 빛을 내며 사회를 일구어 가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신문을 보면 과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다양한지 잘 모르겠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 예를 들면 돈과 같은 것을 맹신하게 된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 사회라는 말에 단호하게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것만이 사회의 기준이 되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수많은 석학들과 많은 사람들은 비물질적인 가치들을 발굴해낸 책들을 쓰고 읽는다. 인생을 살아가며 좀처럼 놓치기 쉬운 것들이기 때문에 계속 글과 말로 이 가치를 확인해야 하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계속 말이다.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이 책은 우리 삶에 필요한 지혜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책이다.

 

'내가 고통에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나를 구원하는' 것입니다.
고통은, 진흙은, 안테나를 세우라는 부처님의 자비가 보내 준 선물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안테나를 세우지 않으면 스승의 가르침을 받을 수도 없고, 스승을 만나지 못한다면 가르침도 구할 수 없으니까요. 좋은 스승, 좋은 가르침이라는 인연에 이끌림으로써 비료로 바꾸고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피워가길 바랍니다.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는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우는지를 알려준다. 만약 우리 인생이 한 송이의 꽃이라면 어떻게 꽃을 피워야 할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나쳐와야 할 과정이 있다. 매서운 겨울의 추위도 견뎌야 하고, 차가운 바람에도 지지 않아야 하고, 세찬 빗줄기에도 꿋꿋이 버텨야 한다. 집안에서 키우는 꽃도 마찬가지다. 난이 꽃을 피우는 시기도 가장 메마르고 고통스러운 때에 이를 때 꽃을 피운다. 저자는 연꽃에 비유한다. 맑은 연못이 아닌 진흙 위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우리의 인생에 시련과 고통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온실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환경과 같이 인생이 평온하면 좋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인생은 험난하다. 그 인생을 견뎌야 하는 지혜를 아름다운 연꽃에 비유한 것처럼 인생에 도움이 되는 귀한 이야기들이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에 담겨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가, 입장이 바뀌면 옳고 그름이 바뀐다는 것은 참 진실이 아닙니다. 설령 그것이 신의 이름 아래 부르짖는다 해도 말이지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 진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아오야마 슌도의 한 편 한 편의 글에 담긴 이야기에 내 마음에 미소가 번지기도 했고, 따끔함에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이 뒤흔들리는 정도가 작았다. 한마디로 잔잔한 감동이 많은 책이었다. 마음을 오르내리게 하는 강렬함이 남다른 책이 있지만, 참선과 득도가 고요함 속에 얻을 수 있듯이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도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와닿는 메시지에 밑줄 치며 읽었다. 다 긋고 나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인생은 '행복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일면이 있습니다. 무엇을 행복이라고 할까, 선별하는 눈의 깊이와 높이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계속 교차한다. 어느 하나의 감정만 따라오지 않는다. 참 안타까운 건, 마음을 즐겁게 만드는 행복한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아 보인다. 물론 사람이 어떤 마음 자세로 인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인생을 완벽하게 사는 건 불가능하지만, 인생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방법은 존재한다.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는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온전한 행복을 좇기보다 행복을 선별하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