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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 - 전신마비 27년, 하나님과 함께한 날들의 기록
윤석언.박수민 지음 / 포이에마 / 2018년 4월
평점 :

사실 인생의 굴곡이 남다른,
특히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어렸을 때, 어떤 글이던 편견 없이 술술 읽어갔던 때
《오체불만족》이란 책을 읽고 무척이나 감동했었고, 닉 부이치치의 강연을 듣고 뭉클함과 내 삶을 반추해볼 계기로 삼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언급한 분들이 한참 시간이 지난 오늘날 보인 행보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일까, 고 장영희 교수님의 글을 좋아하지만, 교수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 그 현실을 담담하게 쓴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가시가 걸린 듯 따끔거렸다. 이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나의 편견 때문에 혹은 누군가 덤덤하게 고백하는
삶을 받아들이기에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인지 알 수 없지만, 난 열심히 피해 다녔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온 책이 《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다.
전신마비로 27년을 살아온 윤석언 씨가 진심을 담아 한 마디를 한다면 있다면 바로 이 책의 제목일
것입니다. 《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 스물셋, 교통사고로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어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물을 마시는 것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약해 보이는 파리를 가장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며 절망하기 보다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고 있다. 전신마비라는 신체적 한계에 직면해야 했던 순간의 어려움을 가늠할 수 없지만,
미국 메릴랜드주 콜롬비아시의 한 요양원에서 온라인으로 목회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의 삶과 생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희망은
꼼짝할 수 없는 자신에게 찾아온 하나님이었고, 그분과 동행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글이 앞서 내가 언급한 책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달랐다.
그의 글에는 희망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나온 것이 희망만이 아니듯, 그의 글에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감정들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공존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따라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모두 존재한다. 이 점이 난 좋았다. 만약
그의 글이 희망으로만 가득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백하는 것 자체가 못났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 역시 아직도 약해지는 때가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서 나의 현재를 돌아볼 여지를 발견했다. 그의 생각에서 나의
삶과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틈 말이다.
전신마비로 삶을 살아가는 그는 말한다. 요양원에 머문다는 의미는 호스피스 병동에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기적을 기대하지만, 서서히 그곳에서 그는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요양원 환경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삶을 담담히 서술하는 그의 글에 조금씩 희망이 비친다. 혼자의 힘으론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지만, 누구보다 큰 걸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어나가는 듯도 하다. 죽음 아닌,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 바라보며, 불쌍하고 불쌍하지 않다는 가치를 내려놓았다는 고백한다. 절대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쉽지 않았던
여정을 말하지 않는다. 그의 글과 글 사이에서 짐작만 할 뿐이다. 여전히 자신이 부족하다고 고백하고 동시에 그가 당면한 현실이 교차하는 《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를 읽다 보면 느껴진다. 윤석언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는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으며, 마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뜻깊었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윤석언이란 사람에 대한 이해도, 공감도 아니었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삶 속에 선물같이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 난 그의 삶을 통해서 나를 보았다. 내가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마주 선 순간은 이전에 내가 《오체불만족》이나 《닉 부이치치의 허그》, 《닉 부이치치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 등의
책을 읽었을 때 받은 감동과 달랐다. 누군가 고통이나 한계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내가 얼마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성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내일은 없는 것 같았다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었지만
내일은 없는 것 같았다.
자고 나면 내일이겠지
하면서도
오늘이었다.
무거운 손, 마음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나는
내일이 없는 것 같았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