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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빠진 고동구 ㅣ 샘터어린이문고 52
신채연 지음, 이윤희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행운에 빠진
고동구』를 다 읽고 나서,
분홍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표지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본 것 같은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싶다.
태연한 척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애쓰는 동구를 보고 있으면,
동구에게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나도
모르게,
“동구야
힘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동구는 어떤
아이일까,
왜 행운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9월 20일이
생일인 동구는 초등학생이다.
2학년이
되었다. 같은
반에 15초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 동이가 있는, 의젓한
오빠이기도 하다. 그리고
박지성 같은 축구 선수가 되고픈 축구 꿈나무다.
1학년
때와 달리 배울 것도 많고, 공부도
어려워져서 바쁜 동구에게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자꾸
같은 반 채린이에게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한 아이가 자꾸
눈에 걸린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 동이와 절친인 채린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동구의 귀를 맴돈다. 그중에
하나가 ‘마법사
루루 공주’에서
말하는 행운의 색이다.
9월
생인 동구의 행운의 색은 분홍이고, 안
좋은 색은 초록색이라고 하는데, 동구
주변에 행운의 색인 분홍은 보이지 않고 자꾸 초록색만 돋보여서 자꾸만 마음을 졸이게 된다. 왜
하필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은 초록색이고, 축구
양말에도 초록색이 있고, 좋아하는
멜론 맛 우유까지 초록색이다. 이러면
행운이 아닌 불행이 찾아오는데, 동구는
자신의 행운을 찾아서 고군분투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길 때 ‘행운’을
생각하지요.”
작가의
말처럼 동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채린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행운을 찾아 분주하다. 채린이가
자기를 좋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지니까, 자신도
모르게 행운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랬던 적은 누구나 한번 있었을 것이다. 괜히
자꾸 시선이 머무는 친구, 괜히
더 크게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 그래서
내 머릿속에 이따금씩 톡톡 등장하는 친구 말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는 꼭 나와 친하지 않다. 그게
문제다.
그러면
동구처럼 온갖 행운을 찾게 된다. 동구는
색으로만 찾았지만, 행운의
물건, 행운의
색, 행운의
숫자, 행운의
방향 등 각종 행운을 다 찾게 된다. 그것도
모자란지 이름과 생일로 상대와 점을 쳐보기도 하고, 지우개에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고 다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잘
맞는 혈액형 등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곤 했다. 그때
그 일들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떠올린 반가운 기억이었다.
그때
내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지, 동구가
하는 행동을 읽을 때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을 맞이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동구는 행운의 색과 함께 자신의 행운을 찾게 될까. 어떻게
이야기가 끝나게 될까. 하고
말이다.
행운은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생겼을 때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대하는
바가 있지만, 그
기대하는 걸 내 힘으로 이뤄낼 자신이 없을 때 기대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감이 없을 때, 기대게
되는 것이다. 동구를
보면, 채린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혼자서 그걸 해낼 자신이 없어서 자꾸 채린이가 믿는 마법사 루루공주의 책 속 행운을 믿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동구는 알게 된다. 책이
말하는 행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행운 자체로 만드는 법을 말이다. 동구의
입으로, 스스로
행운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법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2학년이니까.
‘초록,
다 먹어
주겠어!’
이 말을 하는
순간,
동구 자체가 행운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다짐
덕분일까,
동구는 행운을
이기고 맛볼 수 있는 행복을 맛본다.
‘동구는 마법사 루루
공주에게 너 엉터리라고 소리치듯 아주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마법사 루루 공주를
이긴 6번 고동구가 여기
있다는 듯이 말이지요.’
그리고
그 당당함이 동구를 한번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행운에
빠졌던 동구지만, 그
행운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운을 만드는 동구를 보면 나보다 더 훌륭하게 자란 모습에 기특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렇게
멋진 동구를 채린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