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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야매득도
에세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평범하게 사는 것. 보통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는 요즘이다. 중·고등학교 다니며,
반장을 해본 적도 있고,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게 해왔다. 대학에 와서는 잘하지 못한 공부 잘해보려고 열심히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살아온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인간관계에도 시간을 많이 쏟았다. 내가 보낸 시간을 하루 단위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조금 거시적으로 보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그래도 난 보통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정확하게 뭔가,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특히 요즘 말이다. 취업과 불투명한 미래가 눈앞에 엄습하는 순간
나는 썰물에 밀려나는 바다처럼 어두운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그 느낌은, 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였다. 내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 친구의 선배. 나 빼고 다 잘 사는 이야기를 들을 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나는 점점 뒤로 밀려난다. 평범함에도 닿지 못 할 만큼 뒤로 점점 밀려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면 나는 참 별거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보통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 노력이 배신하는 일의 연속일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마치, 원래 인생은 불공평한 거라고 이야기한다. 열심히
살아도 그 '열심'이 반격하는 삶을 견뎌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그럼 인생을 포기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나만의 인생을 살 것을 제안한다. 그러므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앞에 작은 수식어가 빠져 있는 책이다. "남을 위해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열정은 애정을 기반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
열정도 없다.
열정 콘텐츠로 반짝 의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약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반짝 열정을 강요한다. 그 반짝이는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반짝일 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유지는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반짝이지 않아도 된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반짝이지 않고서 버틸 수
없다고 끊임없이 말하니까. 그 사실을 모르는 청춘은 없다. 그런데, 저자는 열정은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열정이 없는 혹은 반짝이는 열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알고 있지만, 어쩌면 오랫동안 외면해온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자가발전으로 때로 열정을
만들어냈던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감되는 글이었다.
그런데 좀처럼 '어른'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할법한 이야기는 아니다. 소위 열심히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성실하게 한 어른들이 할법한 이야기는 정말 아니다. 처음 그의 글을 읽을 땐, 이 사람 말 읽어도 되는 걸까. 이러다가 이상한
헛바람만 가득 차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했다. 그 걱정과 함께 읽어나가는 데, 그의 툭툭 말하는 이야기가 이상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의
글에는 어른이 지금 이 시대의 청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함께 느껴보고 싶은 "공감"이 깃들어있다.
세상은
변했는데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읽지 못하고
과거의 가르침만을 준다.
어쩌면 그들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노력이 잘 안
통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노력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으니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그 글이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아서다. 에세이는 참 현실적이고 그래서 때로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가 답답한 상황을 상상으로, 희망으로 소설이라는 픽션으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 생각 자체가 흐르는 대로,
내가 느낀 느낌 그대로 표현해나간다. 그리고 그 생각과 느낌이 저자 한 사람에게 멈추어 있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푸념일 수도 있고, 속상해서 부모님께 털어놓는 것일 수 있고, 혹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토로하는 것일 수
있다. 저자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어떤 의도를 담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자체를 담아낸다.
하지만 그 생각을 읽다 보면, 사회가 짓누르던 무게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된다.
어차피 모두가 갈피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방향을 잃은 사회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삽질하며 초조하고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 조금 여유 있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일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신의 속도를 찾아서 나아가는 여유라는 것을 말한다. 무조건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제대로 쏟을 수 있는 '나만의 인생'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나만의 방식은, 누군가
인생에서 참고를 얻을만한 걸 찾을 수 있을 수 있어도, 그 과정을 완성해나가는 건 오로지 나만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꿈을 꾸는 건 짝사랑과
같다.
그 사람과 연인이 될
가능성을 따져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냥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막을 수 없어서 짝사랑을 하는 거다.
날 받아줄지
거부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꿈을 꾼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은 꼭 내 일기장과 닮아 있었다. 모든 감성이 나와 닮아 있는 건
아니었지만, 씁쓸한 현실을 느끼게 하는 대목에서 훅 밀고 들어오는 순간 글로 써 내려가고 싶었던 생각이 담겨있다.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먹고사는 게 뭐라고',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미래, 직장, 꿈, 열정,
친구, 연인, 가족, 어른, 주변 사람들, 하루, 시간, 자존감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쓴 글들이 담겨 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들을 걸어온
저자의 글에 인생을 관통하는 듯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은 이유는 진지한 내용 중간중간에 담긴 일러스트와 확 와닿는 비유 덕분이다. 꿈과
짝사랑을 비유한 건, 아마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의 가슴에 닿는 비유가 아닐까. 가능성을 재보고 쫓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생각할 틈도 없이 꿈을 좇지 않으면 안 돼서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꿈이다. 많은 글들이 좋았지만, 이 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은 이유는, 아마 한참 '꿈'이란 녀석을 짝사랑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꼭 맞는 글들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에
담겨 있으니, 각자의 인생의 단면을 발견하며, 나만의 인생을 살아갈 힌트를 얻어 가길 바란다.
어쩌면 만족스러운 삶이란
인생의 대부분을 이루는 이런 시시한 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는 데 있지
않을까?
사소한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시시함을 긍정하는 (오구실)이란 드라마처럼.
저자 자름대로 글을 휘리릭 써 내려간 걸 읽으며,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만 주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줄줄이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의 미덕을 비판하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 본질을 애써 찾지 않아도 된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나'라는 존재를 찾을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박한 현실은 끊임없이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냉혹함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를 잃지 말자고 저자는 말한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거라고. 행복도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말해주는 에세이일지도 모른다.
보통에도 못 미치는 것이 아니라, 홀로 독보적으로 존재하기에 소중하다고. 그 소중함을 놓치지 말자고. 위로나 힐링이 아닌, 저자의 담담한 생각만
가지고 이 메시지를 말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건 자기계발보다
중요한
자기 이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