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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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산문이 좋습니다. 솔직 단백하고 무엇보다 짧지만 그 길이로는 가늠할 수 없는 여운을 주는, 이런 산문이 저는 참 좋습니다. 아, 수려하게 적힌 글은 아닙니다. 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생의 기복이 남다른 사람의 글도 아닙니다. "김성구"라는 개인의 삶의 순간을 기록한 글입니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비교하면 심심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심심함이 이 수필집의 묘미입니다. 분명 그만 겪었던 일들을 적은 글인데, 이상하게 내 삶의 순간과 포개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자신에 그의 삶이 포개지 지기 보다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더 자주 떠올랐습니다.

샘터 김성구 대표가 전하는 "좋은 마음"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성구씨는 1995년부터 《샘터》를 발행한 발행인이자, 잡지로 독자들과 만났던 칼럼니스트였습니다. 『좋아요, 그런 마음』은 수만 독자들과 글로 소통한 것을 엮은 책입니다. 그래서 글 아래 붙은 연도가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10년도 더 전에 적힌 글들이 2018년 4월 어느 날 읽는 제 마음속에 와닿아 울림을 줍니다. 그리 이상할 것이 없는 사실입니다. 글이란, 시공간을 넘나들어 메시지를 주는 법이니까요. 그런데도 이 사실에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십여 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글들에 변치 않을 가치들을 글로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의 글에는 우리가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잃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것을 잃어버리길 권하는 사회에서 이를 따뜻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한 글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그런 그의 글은 《샘터》와 닮아 있습니다. 많은 글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으로 꽉 차지 않은. 알맞은 글의 밀도를 가지고 있는 잡지와 그의 글은 닮아 있습니다. 넌지시 독자들에게 마음의 안부를 묻는 방식이 《샘터》와 가장 닮아 있는 지점입니다.
요즘 SNS를 보면, 나 빼고 모두 다 잘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어느새 마음에 열등감이 자리 잡곤 합니다. 그 순간을 그는 두 페이지 남짓한 글로 그 열등감을 아주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인정받는 분들조차도 드러내놓지 않아서 그렇지 종기처럼 갖고 있는 게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있어서 열등감은 더 이상 고질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자극제로 삼거나 더 나아가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는 치료제로 이용하지요."

만약 그 글의 첫 문장이 위문장이었다면, '에이, 모야.'라고 말하며, 외면했을지도 모릅니다. 뻔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여느 평범한 글들과 다를 바 없다며 외면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열등감을 먼저 고백합니다. 이를 통해 "한 가지씩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라는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합니다. 그의 글에는 훈계나 자랑이 없습니다. 자신이 짧지 않은 생을 살아오며 배운 지혜들만 모여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흔히 지혜라고 하면, 머리가 하얗게 변한 어르신들에게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혜는 연륜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마주한 경험을 어떻게 자기 화해 왔는지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축적해온 시간이 많을수록 지혜가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꼭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역'은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좋아요, 그런 마음』입니다. 40대 초반에 주례사를 해야 하며 했던 고민을 따라가면, 지혜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좋아요, 그런 마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가족입니다.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들의 이야기가 그의 성찰 곁에 함께합니다. 그 대상이 부모님이 될 때도 있고, 아내가 될 때가 있고, 자식들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 대상은 조금씩 달라져도, 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예쁜 문장에 담아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좋아요, 그런 마음』를 다 읽고 나면, 가족들 생각이 저절로 나는 이유는 아마, 그의 글 곳곳에 나타난 가족들의 자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처럼, 여기서 생각을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세상에 홀로, 나만의 개성을 가진 존재라고 믿고 있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건 관계란 생각이 듭니다. 내 주변의 가족들과 맺은 인연과 관계들이 내 안에 축적되어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자라며 부모님께 받은 영향력 중 어떤 것은 고스란히 남기도 했고, 어떤 것은 조금 독특하게 남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개인은 홀로 우두커니 사회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피어난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가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글 전반에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래 문장입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좋은 옷을 버려서는 안 되듯이 우리 인생, 가족은 절대 포기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출한 딸과 이를 두고 아내와 다투어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을 느끼는 친구의 이야기를 하며, 혹시 지금의 가족들 사이가 마냥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넌지시 하는 이야기입니다. 『좋아요, 그런 마음』에서 보기 드문 절박함이 담긴 글이었고, 엉클어져 있는 단추를 찾지 못하고 막막한 개인만을 보고 가족을 뒤로하는 잘못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필요한 글이란 생각이 듭니다.

 

 


"꿈이나 이상은 늘 현실을 직시할 때 좁은 문을 살짝 열어줍니다.
자, 그럼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이지요?"

저자는 조급하고 분주한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호흡을 되찾을 수 있는 호흡법을 알려주는 사람 같습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시달리며, 마치 당장 잡지 않으면 달아날 것이 행복인냥 생각하고, 어차피 잡을 수 없는 행복이라면 내가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요즘에  저자의 질문은 조금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그의 질문을 단순히 세상의 모든 것을 욕심내지 말고, 원하는 행복의 양과 크기를 줄이라는 메시지로 생각한다면 촌스러운 이야기처럼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크기를 줄인 행복이 아닙니다. 행복을 세상이 만든 비교하는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에서 가질 수 있는 행복을 가리킵니다. 누군가와 비교해서 채울 수 있는 만족감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저자는 말합니다. 아, 그렇다고 작지만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소확행"은 아닙니다. 아,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저자의 저 명쾌한 질문에 답을 내놓기가 더 어려워지네요.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생각화 간접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무한한 삶의 경험을 모두 본인만의 체험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좁은 세상에서 보다 넓고, 다양한 삶을 여행할 수 있는 책의 세상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4월 23일은 책의 날이었습니다. 그때 이 문장을 읽어서인지.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책을 통해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생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독서를 가리켜 다른 세계와 만나는 여정이라고 칭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좋아요, 그런 마음』에서 저마다 자신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걸어본다면 어떨까요? 그 발걸음을 촘촘히 기획한 김성구씨의 좋음 마음 덕에 생각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책과 어울리는 굿즈, 때밀이 수건!


책과 함께 받을 수 있는 '한번 밀어주라' 때수건과 책갈피! 피식 웃음이 나오는 굿즈였다.


내가 받은 굿즈 가운데, 우리 부모님이 느끼시기에 실용성 최고는 이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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