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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평점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 있는, 웃픈
공감 에세이다. 정말,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웃픈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씩 겪었을 법한 일들을 한컷의
만화로 풀어낸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저자의 이름부터 남다르다. "불개미상회".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재미있는 닉네임을
사용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저자가 개인이 아니란다. 춘천에 있는 소규모 디자인 회사로, 디자인 일 외에 "직장생활 툰"을 그렸다고 한다.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여느 직장인처럼 받지만, 현실과 타협하는 지점을 발견해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이란 쉽지 않다. 아마
그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며 '나'를 잃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생활 중에 ‘나’를 지켜내며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직장인들의 실제 경험이나 동료들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친구의 직장동료 이야기가
모두 모인 결과물이라 남다른 공감을 자아낸다. 과연 이를 만들고 회사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을지 궁금하다. 실제 회사의 구조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하기에, 직장인들의 애환을 너무 잘 다루고 있다.
수정과 수정을 더한 시안을 빠꾸 반은 야근자,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월급, 진짜 가족들이 모여있는
회사, 남들 피서갈 때 회사로 피서오는 일까지. 회사생활을 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이야기를 한컷 만화로 만들어 회사생활의 민낯을 비꼬며
보여준다. 그 안에 담겨있는 야근, 선배, 후배, 상사, 월급, 점심시간마다 반복하는 일상을 보고있노라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철저하게 각자생존을 주장한다. 내 앞가림하기에도 벅찬 회사생활. 모두가 함께 살기 보다, "나부터 살고 보는 궁극의
기술"을 말한다. "이게 옳지 않을까"라는 당위적인 생각에 앞선, "이렇게 하고 싶어."라는 본능에 충실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본능이
잘못된 걸까?
조금만 생각해도 "나만 생각하는 본능"이 나쁘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보인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를 챙길 여유는 별로 없다. (직장생활을 해본적은 없지만,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 책을 읽으며 내 눈가에 스치는 무언가가 웃으며 흘리는 눈물인지, 슬퍼서 흘리는 눈물인지 알 수가 없다..) 나만 챙긴다고
표현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내 몫이라도 제대로 하기도 쉽지 않고, 남에게 폐안끼치는 것도 힘들다. 나 혼자 내 몫을 잘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라도 잘챙기겠다고 말하는 데 눈살을 찌푸릴 직장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를 위해서도, 사실 남을 위해서도. 나만 생각하는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런 심오한 "나혼자 잘 살겠다"는 메시지의 이면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때로는 지나칠정도로 나혼자 해야할일이 많아서 웃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은 많고 그 일은
혼자서 혹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상황도 있다. 팀이라고 하지만, "선배님 노는 어떻게 저어요?"라며 바라보는 후배를 보는 팀원 총
2명의 팀장님의 웃픈 상황도 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을 했는데... 그 충원된 인력이 사공이 아니라 짐이 된다면... 더 슬픈 상상은
그만 하자.
직장생활을 하면, 사람이랑 안맞아서 하는 고민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어서 하는 고민까지
보니, 어느 상황도 편치 않은 현실에 한숨 섞인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시원한 한방이 담겨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지만, 나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시원하게 던진다. "사장에게, 직장상사에게, 후배에게". 이 시원한 한방은, 마치 뒷담화를 하는 것 같은 쾌감과 닮아 있다.
직장생활에 대한 뒷담화를 하다가, 친구가 내 일처럼 욕해주는 순간 풀리는 해소같다. 한컷 만화로 나도 긁지 못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꽤
많은 만화가 담겨 있고, 아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가지 상황은 겪었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이정도 일을 겪지
않았다면, 정말 엄청난 긍정적인 사람이거나 혹은 금수저 가운데 금수저가 아닐까. 보통 중의 보통에 속하는 우리는 만화 한컷 한컷에 웃고 운다.)
모두가 꾹 참을 수 밖에 없는 그 갑갑한 현실을 향한 사이다 한방을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마치, 내 회사처럼 생각했으면 진작에 쉬었을 것이란 말에 공감하지 않을 직장인이
어디에 있을까? 뿐만 아니라 어느 장단에도 맞출 수 없어 마이웨이를 선택한다는 이야기나, 회식비를 월급으로 왜 넣어주지 못하느냐고 꼬집는 내용은
고구마 같은 직장생활을 뚫어줄 시원한 사이다 한 모금 같다. 어쩌면 실제 직장인들이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 대신하는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가 전하는 건 "무심한 듯 툭 더하는 위로와 힘들지만 그럼에도 버티는 우리들을 향한 응원"이란 생각도 든다.
나부터 챙기는 작은 잽 01~13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에서 가장 오랫동안 눈이 머물렀던 장들이다. 나부터 챙기는 작은
팁이 아니라, 잽이란다. 직장생활이라는 거대한 구조가 날리는 공격 속에 개인이 날릴 수 있는 공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볍게 스트레칭 하는
법에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은 아주 소소한 잽이다. 생존을 위한 아부법이나 업무 실수 대처법이나 퇴사 충동 극복법과 같이 매우 실질적인
이야기들까지 나온다. 과연 이 잽들이 얼마나 강력한 한방이 될지, 직장인 분들이 검증해주면 좋겠다. 아마 많은 직장인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의
화두가 "워라벨"이다. 워라벨의 "WORKING"을 담당하는 직장생활을 꼬집는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생활에 삶의 자리를
많이 내준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모습 자체다. 아직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기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직 "워라벨"이라는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공론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적극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지기 전 타협점으로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가 사랑받는 것이 좋지만. 언젠가,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같은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 책 속의 웃픈
상황이 정말 웃긴 상황으로 바뀔 날을 꿈꾸는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를 응원한다.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아직 직장인을 동경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나에게 "예비
직장인"을 위한 호신술 같았다. 내가 지금 당장 느끼는 문제도 아니고, 당장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지만, "어차피 회사에 다닐 거면 이정도는
알아야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느낌 나만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