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
융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이비 박스>> 서평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그래픽노블을 읽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떠나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본 듯 한다. 하지만 역시 작가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단다. 단순하지만 검정과 빨강으로만 그려진 단순한 드로잉, 훌륭한 서사와 잘 설정된 캐릭터와 복선들이 얽혀 재밌게 읽힌다.

프랑스에 이주한 클레르 가족. 엄마가 죽고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된 클레르가 한국으로 돌아가 대체 무엇을 할지, 자신의 뿌리를 찾은 후 결말은 어떻게 지어질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다는 게 이 책을 끝까지 보게 하는 매력이다. 결말에 닿은 후에야, 모든 복선이 연결되면서 독자를 전율케 한다.

<<베이비 박스>> 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의미도 있겠지만, 독자가 보기에 클레르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러나 <<베이비 박스>>라는 우리 현실의 무거운 이면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개인 성장으로 끝나는 구조가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이라는 생각보다는,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클레르가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현실의 이면같은 거대한 담론이 담긴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성장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것이 <<베이비 박스>>의 대중성에 부합하는 듯 하다.

<<베이비 박스>> 는 입양이라는 우리나라 현실의 이면을 클레르를 통해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그래픽노블이다.

엄마는 사고로 죽고, 상자에 담긴 자신의 입양 서류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오는 클레르.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자신은 정작, 베이비박스에 담긴 아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베이비 박스를 관리하는 또 다른 입양인 민기와 베이비박스를 창설한 목사 아이작을 만나는 클레르.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이작 목사는 참회를 위해 이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가 있는 민기를 입양했단다.

나는 그 아이작 목사를 통해, 클레르가 친엄마에게서 듣고 싶었던, 알고 싶었던 이야기를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동생과 아빠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듯 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아이작 목사와 동생 쥘링앙이라는 동생이다. 그들은 <<베이비박스>>를 좀 더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들을 통해서 클레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삶을 재건할 수 있었다. 이런 캐릭터를 쓸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오랜만에 묵직한 질문으로 시작해 재미있게 끝난 책을 만나 놀라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융이라는 작가가 어떻게 나아갈지 무척 궁금하다.

#바람의아이들 #베이비박스 #융 #서평 #돌멩이수프 #그래픽노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