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평가론
조기형 지음 / 지오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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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_ 맛 평가론, 조기형, 지오출판사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식당에 TV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되었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지만 호기심에 그 식당들에 줄을 선다. 실제로 TV에 나온 맛집은 1년에 만 개에 가깝다고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식당이 TV에 맛집으로 소개되는 것일까? 이렇게 많은 맛집을 보유한 한국은 미각의 제국인 것일까?

 

       2011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는 맛집에 숨겨진 비밀을 폭로한다. 또한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이 왜 맛이 없는지도 알려준다. <트루맛쇼>가 알려준 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사들이 맛집 프로그램에 식당을 소개해주는 비용을 받기 때문이다. 식당 운영도 무한 경쟁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에 그들은 ‘맛’의 연구 대신 미디어와의 부적절한 연애를 선택하는 것이다. 맛은 필요 없다. 아무런 사전 검증도 없다. 그저 출연을 위한 ‘값’을 지불하면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심지어 방송사와 식당을 연결해주는 홍보대행사와 브로커도 등장했다고 한다. 결국 맛집 프로그램은 초기의 ‘맛집 정보 제공’이라는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블랙마켓을 형성하게 된 것이고 이로 인한 손해는 시청자 혹은 소비자의 혀에 오롯이 전가된다.

 

       맛집은 없다! 아니, 맛집은 결국 우리가 직접 발견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맛집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맛 평가론>이라는 딱딱한 제목에, 대학 교재를 연상시키는 딱딱한 표지를 지닌 책이다. 이 책은 특정 맛집을 소개하지 않지만, ‘맛’을 평가하는 방법,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약력은 다소 특이하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10년 동안 영어교육사업에 몸담았고, 현재는 부천대학교 호텔외식 조리학과 외래교수직에 있다. 그는 말한다. “맛있게 먹는 것은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고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그는 ‘맛있게 먹는 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맛 평가론>을 쓴 것이다. 저자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맛’을 이론화 한다. 맛의 이론을 정리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인데, 그 체계성이 놀랍다. 미국의 사회학자 토니 왓슨에 따르면 이론이란 실재의 지도 혹은 사용설명서인데, 저자의 ‘맛 이론화’ 시도는 맛의 지도를 그리는 시도인 셈이다.

 

       <트루맛쇼>가 개봉한지 어언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도 많은 사람들은 TV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들은 미디어나 타인이 제공한 맛의 정보에 의존하는데, 저자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미각을 통해 맛을 느끼고 판단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맛집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자가 “맛집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는 맛의 기준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듯, 사전의 준비가 필요한데, <맛 평가론>은 당신의 진정한 맛집을 찾기 위한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맛에 대하여 관심이 깊어지면 밥상에서의 행복한 시간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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