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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전 아이가 하는 말 - 아이가 보내는 아홉 가지 감정 신호
폴 C. 홀링어, 칼리아 도너 지음, 이경아 옮김 / 우리가 / 2011년 12월
평점 :
지난 7월, 우리에게 온 커다란 선물, 바로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큰 아이와의 터울은 4살. 솟아나는 기쁨과 감격도 잠시..
눈앞에 닥친 육아라는 숙제는 어김없이 닥친 현실이 되었고,
이미 아이를 길러본 엄마 경험자(?)인 내게도
눈앞에서 꼬물거리는 신생아를 보며 막막히 지기는 첫 아이때와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아이가 뭣때문에 우는지, 보채는지 알수 있다고,
엄마니까 당연히 알수 있는거라고 도대체 누가 그랬던가!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의 마음을 찍어보여주는 카메라가 있다면
수억을 주고라도 사고싶을만큼
말못하는 간난아이의 마음을 알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 답답하기는 그 마음 몰라주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기도 마찬가지였을게다.
<말하기전 아이가 하는 말>은
이렇듯 말을 배우기 전에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홉가지 감정신호 즉,
흥미, 즐거움, 놀라움, 스트레스, 분노, 두려움, 수치심, 역겨움, 악쉬혐오를 다루면서
이 신호를 통해 필요한것을 요구하는 아이에 대해
어떻게 부모가 이해하고 대처해줄 수 있는지를
매우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예들과 지침을 들어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를 탕! 하고 치는 것 같았던 부분은,
비록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자신에 대해 정확하고 알아듣기 쉽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다양한 감정신호의 채널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부모에게 전하고
문제를 해결받고, 감정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도 분명 자의식이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이고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살아있는 존재인데
어른들이 보기에 혼자서 아무것도 할수없다고 여겨
어느샌가 그저 돌보아줘야하는 인형처럼 생각했던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의 마음도 들었다.
책에도 씌여 있는 것처럼,
이런 아이들의 감정신호를 잘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아이가 겪을 감정적 문제를 방지하고
행복하고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카피를 보니
무언가 너무나 무지했던 내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지고,
그런 엄마에게서 자라나야 했던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진다.
"당신은 실천한 만큼 배우고 그 실천은 당신과 아이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다."
아이의 건강한 감정 발달이
부모의 반응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 책의 주제는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주고 반응해주는게
부모로서 얼마나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있는데,
우선 1부에서는 아이가 보내는 아홉가지 신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아이와 부모인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기 위한 파트이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또 0-18개월 사이의 아이의 자의식이 성장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복잡한 어휘를 살펴보면서
아이에게 적합한 부모로서 어떻게 양육방식을 올바르게 바꿔나가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특히 인상깊었던 파트는
<아이는 당신을 닮고 싶어하지만 아이는 당신이 아니다>라는 주제의 파트였는데,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기존의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양육 방식에서 벗어나서 아이의 속도에 어떻게 맞출까 라는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는 느낌 심어주기
두번째 파트는
아홉가지 감정신호에 대해 더욱 자세히 다루면서
이 신호들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며,
각 신호에 대해 부모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가볍게 읽어 넘기기에는 분량도, 내용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건,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
아이를 잘 양육하는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해 한 문장씩 마음에 꾹꾹 눌러담으며 읽어야했기 때문인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혼자 누워 옹알이를 하고, 이제 막 뒤집기를 하는 딸아이를 바라보니
아이의 마음을 알수 없어 답답해 하던 마음대신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아이가 보내는 감정의 신호들을 주의 깊게 이해하려는 마음이 샘솟는다.
단 하나의 양육서를 고르라면 이 책을 고르겠다고 한 추천의 글의 문장이
그저 선전을 위한 문구가 아니었음을 절감한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읽을만한, 될수 있으면 한번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