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위도 10도라는 이름은 내게 낯설지 않다.

선교해야할, 복음을 듣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곳,

가난과 전쟁때문에 가슴아픈 죽음들이 난무하는 곳,

그래서 늘 그곳의 이름을 들을때마다 마음 한켠이 먹먹해 지는곳.

내게 있어 위도 10도라는 이름은 그런 느낌의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망설임없이 읽기 시작한 책 <위도 10도>는

뭐랄까, 읽어내려갈수록 내겐 정말 큰 충격이었다.

 

분쟁지역 전문기자인 엘리자 그리즈월드는

오랜기간 동안 직접 이곳 위도 10도 지역의 국가들을 발로 뛰며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취재해 책으로 담아냈다.

그녀가 뛰어든 위도 10도는 겉으로는 종교의 대립때문에 내전이 끊이지 않는,

그래서 가난과 죽음이 끊이지 않는 빈곤한 국가의 모습이지만

그 속으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과 결탁하고,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깊이 부패한 이들의 악행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채 포기하지 않고 그녀가 써내려간 <위도 10도>에는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몸서리쳐지게 두려운 그런 처참함이 가득했다.

 

<위도 10도>는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위도 10도에 위치한 아프리카의 나라들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지역들을 다니면서

그곳의 종교, 자원, 역사, 빈곤의 문제 등을 객관적인 기자의 시각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지극히 객관적인 그녀의 시각은 이 나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역사적인 상황과 함께 풀어줌으로써 지금의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대부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대치 상황을 벌이고 있는 이들 나라들은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단순히 종교가 달라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종교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정치와 결탁하여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무책임하게 선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는

서로 사랑하라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던,

원수가 한쪽 뺨을 치면 다른 한쪽도 돌려대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복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들이 목숨을 내어놓고 피를 흘리며 맞이하는 순교는

과연 누구를 위한 순교란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현실앞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절감했을 뿐.

 

신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끔찍한 일들이 사라지길...

그리고 그것을 위해 서로 조금더 이해하려 하고, 한발짝씩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기를,

가슴깊이 소원해본다.

 

 

 나라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가 직접 현장을 걸어 기록한 생생한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속이고, 뺏고 빼앗기 위한 종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것이 진짜 사랑을, 희생을 외치는 종교의 모습이라 할수 있는지

한없이 가슴 아프고,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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