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찰턴순자를 찾아 줘유!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원유순 지음, 박윤희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때 봉사하던 교회학교에 내가 맡았던 반 아이중에
인도네시아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가 있었다.
여느 한국아이들과 똑같이 초등학교를 다니고,
한국말도 당연히 능수능란하게 잘하고,
또래 아이들처럼 공부보다는 노는게 더 좋은 쾌활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외국인의 모습을 하고 한국말을 잘하는 그 아이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듯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동네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 싶으면
가장 먼저 그 아이의 집이, 그 아이가 타겟이 되곤 했으니까.

 

그렇게 혼혈이라는 멍에를 지고 사는 그 외로운 아이를 보면서
나만큼은 절대 그들에 대한 편견 따윈 갖지 않겠어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내 아이에게 그런 가치관을 가르쳐야 할 때가 되자,
막상 어떻게 가르치는게 옳은지 내가 그들을 진정 이해나 하고 있는건지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김찰턴순자를 찾아줘유>는
아이들뿐 아니라 나같은 어른들도 꼭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야기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잘 부르는 초등학교 소녀 민정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흑인 혼혈인 아빠 김봉춘은 민정이 처럼 노래에 굉장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래서 민정이가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걸 끔찍히 싫어하신다.

 

어느날 엄마는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앓아누우신 민정이의 증조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오고,
할머니는“순자를 찾아줘유! 순자를 찾아줘유!”라는 알수없는 말만 계속한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민정은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데...

 

이 책은 혼혈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직접적으로 고통이나 편견, 상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민정이는 혼혈이긴 하지만, 얼핏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일 뿐인데다
학교에서도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고통받거나 힘들지 않다.
가끔 유치한 질투에 혼혈을 들먹이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민정이에게는 그다지 신경쓸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다.

 

그런 민정이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떄문에
오히려 지금의 아이들에게 더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혼혈아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금은 강압적인 논리보다
자연스럽게 ‘혼혈’을 받아들이고 평등하게 이해시킬 수 있게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고, 참 좋았다고 생각된다.
 
6.25전쟁 당시 먹을게 없어 밭으로 일을 나갔다가
‘짐승’같은 미군에게 당해 아이를 갖게 된 김아기 할머니는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낸 우리네 할머니들의 슬픔을 대변하고,
그렇게 태어나 사람들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조차 사랑받지 못하고
온몸으로 혼혈의 아픔을, 차별을 겪어내다 집을 뛰쳐나가버린 김순자와
아빠 김봉춘의 삶을 바라보는 민정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편견이 얼마나 나쁜것인지 알게 되고,
더불어 혼혈이라는 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감당했어야 하는 슬픈 일이었기에
이제 함께 끌어안아야 한다는 걸 이 책은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배우게 된다.

 

나는 책의 힘을 믿는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치와 깨달음이
이 책을 읽는 수많은 어린 독자들과 부모들의의 마음속에서
어느새 혼혈이라는 편견을 살며시 밀어내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따뜻하게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너른 마음을 심어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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