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섬은 항상 흐릿하고 아련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섬이라는 말 자체에 마법같은 힘이 있는 건지,
섬으로의 여행은 왠지 나 자신을 찾기 위한 고독한 여행인 듯한 느낌도 들고,
쉽게 떠날 수 없으면서도 일생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여행이기도 하다.
가고 싶지만 어떻게 떠나야,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나같은 망설임과 겁이 가득한 여행자를 위한 섬여행 이야기인 <물고기 여인숙>은
천천히 흐르는 섬의 시간만큼 읽는 내내
내 안에 흐르고 있는 조급함과 바쁨에 대한 생각을 조금쯤 느릿하게 해주었다.
잊혀져가는, 사라져가는 섬의 풍경이 아쉬워
대한민국의 섬의 자취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글쓴이는
어느덧 섬에 대해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는 것에 매여있는 자신마저 내려놓고
섬 그 자체를 오롯이 즐기며 섬여행의 방랑자가 되어 떠돌았던 4년여의 시간을
<물고기 여인숙>에 오롯이 풀어놓는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섬으로의 여행!이라는 소개글처럼
이 책안에는 놀랄 정도로 많은 대한민국의 섬들이 소개되고 있다.
길 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이용한 시인이 들려주는 섬 여행 에세이는
단순히 여행하기 위한 섬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 섬속에서 느낀 자연의 이야기, 숨겨져 있던 옛이야기들을
사람 냄새 가득한 글로, 따뜻한 그의 시선을 담아 풀어낸다.
그 행간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어느새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어느 섬의 바닷가에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수많은 여행서적이 있고, 여행담을 담은 에세이들이 쏟아져나오지만,
자신의 발을 거쳤던 그곳을 이토록 사랑한 여행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섬에 대한 시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 진정과 애정을 담은 때문일까
돌 하나 나무 하나속에 담겨있는 그 이야기들을 따라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그를 따라 섬을 방랑하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진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표정의 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정말 반갑고 가치가 있는 책일진데,
각각의 섬이 담고 있는 특유의 표정과 섬사람들의 삶을
감탄할만한 사진과 따뜻한 글로 풀어내준 인 책 덕분에
나도 어느샌가 그 섬들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어버렸다.
단순한 관광을 위한 섬여행 소개서에 지쳤다면,
내안의 깨끗함을 되찾고 싶은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여행할 그곳의 사람풍경과 삶을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